‘이제 한 고비’…검찰 행보 예의주시하는 삼성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7 00: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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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1년 8개월 수사하고도 혐의 입증 못해…신뢰성 잃고‘빈손’으로 수사 접을 판
삼성, 수사·재판에서 유리한 고지…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등 사법리스크는 아직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수사심의위 소집, 그리고 수사 중단 및 불기고 권고까지 이 부회장 측은 검찰과의 대결에서 3연승을 거두며 유리한 고지에 섰다. 반면 검찰은 수사의 정당성까지 흔들리게 될 처지에 놓였다.

 

압도적 표차로 이 부회장 수사 중단하고 불기소해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26일 오전 1030분부터 9시간에 걸친 숙의 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결정했다.

 

회피 신청을 낸 양창수 수사심의위원장을 대신해 설출된 1명을 제외한 13명이 논의와 표결에 참여했다. 변호사, 법학 전공 교수, 종교계 인사 등 사회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현안위원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계속수사 여부와 이 부회장 및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삼성물산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논의했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만장일치를 결정하는데,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날 결정은 압도적인 표차로 이 부회장의 불기소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에는 양측이 준비한 5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검찰의 구두 의견진술을 들었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를 이끌어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를 비롯해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검사, 김영철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이 직접 나섰다. 오후에는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과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변호인들이 구두 의견진술을 통해 검찰 측의 주장에 적극 방어했다. 이후 현안위원들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이 부회장의 관여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현안위원 상당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입증이 어렵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다시 기소될 경우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기소하지니 역풍 안하자니 빈손검찰 진퇴양난

 

수사심의위의 결정 앞에 검찰도 삼성도 말을 아겼다. 다만 속내는 각기 달랐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심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짧막한 입장을 밝혔지만 복잡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하며 기소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 부회장만 10차례 소환했고, 임직원 소환조사도 430여차례나 진행했다. 압수수색도 50차례나 이뤄졌다. 이렇듯 먼지털이식으로 18개월 간 수사를 벌이고도 혐의 입증을 실패했다. 부실수사라는 비난을 물론, 수사의 신뢰성과 정당성까지 잃게 됐다.

 

더욱이 수사심의위는 기소권 남용을 막고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 스스로 마련한 개혁안이다. 수사심의위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지만, 이제까지 8차례 열린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따랐다. 이번 결정을 예외적으로 부인할만한 명분도, 여론도 얻지 못했다.

 

이에 반해 삼성은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외부 전문가로부터 검찰의 기소가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으면서 당초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삼성 측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검찰이 권고를 받아들이면 이 부회장은 사법리스크 해소에 한 걸음 다가선다.

 

검찰이 기소를 강행한다 해도 유리한 상황이다.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근거 삼아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부각할 수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적법하게 이뤄졌고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도 국제회계기준을 따라 정당하게 이뤄졌다는 반론에 당위성도 생긴다.

 

사법리스크는 아직 남아삼성 불기소희망 속 신중

 

하루 종일 긴장 속에서 수사심의위의 권고만 기다렸던 삼성은 안도하면서도 신중한 분위기다. 공식 입장 대신 이 부회장 변호인단을 통해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업 활동에 전념해 현재 처한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전했다.

 

기소 여부는 검찰에 달린 데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남아 있어서다. 국정농당 파기환송심이 남아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관련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인 것도 변수다. 삼성은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존중해 사법리스크를 덜 수 있길 희망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최근 대규모 투자 발표와 잇단 현장 경영에 나서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왔다. 특히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반도체 투자 및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선점을 위한 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미중 무역 분쟁, 한일 갈등, 코로나 19 여파 등 경영여건이 악화된 만큼, 우리 경제에 파급력이 큰 삼성의 오너인 이 부회장이 경영인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재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마스크 대란이나 일본의 수출규제 때에서 보듯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삼성 임원들 사이에선 정신적 감옥에 갇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상적 경영이 어려웠는데 검찰도 무조건 기소를 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줘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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