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경영’부터 ‘잇단 의혹’으로 ‘고난의 한 해’


(좌로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올해 재계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수식어로는 다 채우지 못할 만큼 많은 일들이 벌어진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사상 초유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벌어졌고 재벌 총수들은 국정농단 청문회와 법정 출석을 통보받으면서 참고인과 증인 등이 신분으로 법정에 들락거리는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올해 재계 최대 이슈는 단연 국내 최고의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다.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경영 비리 의혹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징역 10년을 구형 받고 1심 선고를 주시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올 한 해의 재계 총수의 기상도를 살펴봤다.


재계 총수들의 2017년은 ‘수난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국회로 출두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후 2017년 정유년(精油年)을 맞이했다.


‘옥중 경영’ 체제 펼치는 삼성


지난 2월 17일,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됐다. 삼성그룹 총수 중에 처음으로 ‘구속’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단 것이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로 오르면서 병상의 누운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의 공식적인 후계구도에 방점을 찍으려 했지만 무산됐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후 삼성의 심장과도 같은 ‘미래전략식’을 해체하면서 계열사별로 독자 생존시대를 맞게 됐다.


구속이후 이재용 부회장은 옥중에서 삼성그룹을 컨트롤 하면서 ‘옥중경영’ 체제를 펼치고 있지만 그룹 전체를 컨트롤하기에는 다소 벅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1일 이후 반도체 가전 모바일 등 3대 부문장 인사 교체 이후 11월 사장단과 부사장단 이하 임원 인사를 펼치면서 이재용 체제의 조직운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은 그림자’ 벗어나지 못한 롯데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이어 신동빈 회장의 구속 여부도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4년이 구형됐고,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상태여서 구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박?최 게이트’에 줄줄이 법정行…이재용 부회장 ‘옥중경영’


경영비리 혐의 신동빈 회장 10년 구형…신격호시대의 마감


신 회장의 1심 결과는 22일 발표된다.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신 회장의 거취까지 결정될 수 있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총괄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도 선고를 받는다.


SK 최태원 회장 ‘맑음’


최태원 회장은 2017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최 회장은 올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주장한 ‘딥 체인지 2.0’은 그대로 적중했다. 활발한 M&A를 펼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크게 도약하는 한 해를 맞은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 회장의 올해 최고의 선택은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를 결정 지은 것이다.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는 SK하이닉스 성공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 적중했다.


최 회장은 도시바 인수전에서 미국 베인캐피탈과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손잡고 치열한 협상을 펼치면서 반전의 결과를 이뤄냈다.


또한 하이닉스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조7372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기록한 영업이익 3조2767억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여기에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9조2555억원에 이르면서 연간 영업이익 ‘10조 클럽’ 가입을 사살상 확정됐다.


최 회장은 또 공유인프라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재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져온 최 회장은 새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 기조에 맞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쾌를 함께 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혁…응답한 LG


LG의 구본무 회장 역시 올 한 해를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주력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계열사가 실적 향상을 견인하면서 실적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 1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과 현장 소통을 위해 본사에 방문한 자리에서 협력업체 상생 모범기업과 지배구조 개선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을 부각시키며 “협력업체 상생에서 모범이 되는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또한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구 회장의 LG그룹이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잘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악재 맞은 ‘현대차’…실적 순항 최태원·구본무 ‘방긋’


공정위 칼끝에선 기업 어디(?)…CJ 이재현 회장 경영 ‘복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던 협력사들과의 '동반 성장'에도 선제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L동반성장위원회가 6월 발표한 ‘2016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LG는 재계 주요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은 6개 계열사를 ‘최우수’ 등급에 올렸다.


정몽구-정의선, 잘 버틴 한 해


현대차그룹의 정유년은 잘 버틴 한해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 경기 부진과 중국 등 해외자동차 수출 등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3분기까지 현대차의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1조8752억원, 3조7994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9% 감소했다. 글로벌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량은 326만9185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정의선 부회장은 직접 글로벌 현장을 누비면서 이를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또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경제사절단에도 동행했다. 지난 14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서는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신형 ix35(투싼) 등을 직접 소개하며 중국시장을 챙기는 모습을 드러냈다.


어렵게 한 해를 보내는 현대차는 최근 극적으로 노사갈등의 타협점을 찾으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노조와 임단협 갈등은 현대차의 성장가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웃는 ‘김승연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미래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태양광 분야와 업계 1위로 키우고 있는 방산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기조에 맞춰 태양광 발전은 앞으로 성장세가 주목된다.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약 35기의 신규 원전 규모에 해당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11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신재생에너지 발굴에 주력하는 한화에게는 천금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3남 동선씨의 폭행 등의 논란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선씨는 올해 초 술집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또한 최근 술자리에서 또 다시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조양호 회장 ‘흐름’…이재현 회장 ‘복귀’


조양호 회장은 한 해 아쉬움을 남겼다. 조 회장은 회사 자금을 유용해 집안수리를 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조양호 회장이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약 30억원의 평창동 자택공사 비용을 같은 기간 진행된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 신축공사비에 전가했다며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조 회장의 구속영장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검찰 측이 모두 반려한 바 있다.


CJ 이재현 회장은 올해 경영에 복귀하면서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조직개편과 해외 공장 투자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CJ의 경영 정상화에도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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