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나눠먹기 성공’…공수처·개헌 등 성찬(盛饌)만들기 박차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평소엔 티격태격하다가도 막상 중요한 순간이 되면 제 식구 챙기기가 되는 것은 형제의 본성인가 싶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한뿌리 형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데면데면 하고 가끔은 날을 세우기도 했지만 2018년도 예산안이라는 중대사를 놓고선 ‘호남 SOC’ 예산을 나눠먹으며 그들만의 만찬을 즐겼다.


이 과정서 소외된 한국당은 국민의당을 향해 ‘위장야당’이니 민주당과 국민의당간의 ‘추악한 거래’니 하면서 핏대를 올렸으나 결국 그들은 예산 잔치판에서 고기한 점 얻어먹지 못하고 거리로 내쳐졌다.


국민의당은 “야합이 아니라 후속 추진하려는 것들(일 뿐)”이라고 딱 잘랐으나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처리 등의 핑크 빛 미래를 거론한 카카오톡 메시지는 빛바랜 사진처럼 남았다.


반면 양당의 호흡이 이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달아오르자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주창해온 안철수 대표의 입장이 다소 난감해졌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예산안 국회 본회의 통과직후 국민의당을 향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형제의 무르익는 애정 속에 안 대표만 낙동강 오리알이 될 것인가 통합드라이브의 숨구멍을 낼 묘수는 있는 것인가 <스페셜경제>가 진단해봤다.



‘피보다 진한 예산’ 국민의당 野 족보 버렸다?


치명타 ‘안철수’ 통합 시나리오 시야확보 시급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캐스팅보터 국민의당의 대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참배로 한 줄 요약되는 2018년도 예산안은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78, 찬성 160, 반대 15, 기권3명’으로 가결됐다. 예산안 중 정부 총지출은 428조8339억원. 당초 정부안인 429조에서 1375억원이 삭감되는 동안 내용적으론 4조3251억원이 깎이고 새롭게 4조1876억원이 증액되며 전체 예산의 1.9%에 해당하는 8조5127억원이 조정됐다.


이 과정에서 도로·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1조3000억원 증가하면서 호남지역 예산이 크게 늘었고 호남을 기반으로 한 양당 실세 및 핵심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로 내려가 환대받을 일만을 남겨둔 셈이 됐다.


환영하는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기 전 일종의 액땜 격 비난세례에 직면하게 된 것은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찍혀 복수 언론을 통해 공개 된 것이 주효했다. 이른바 ‘이면 합의’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것. 한국당은 이를 ‘밀실야합’으로 규정하고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여기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개헌안 마련과 선거제도 개편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개헌 추진▲ 자체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 금지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 처리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처리에 합의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선거구제 개편은 특히 국민의당이 그간 지역구를 넓게 잡아 당선자를 복수로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주창해왔다는 점에서, 아울러 호남지역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양강구도 형성 지역이므로 중대선거구제가 될 경우 양당 모두 해당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당선자를 배출하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역시 마다할 이유 없는 조건일 수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민주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영남권에서 차순위 당선을 노릴 수 있다.


또 지방자치법 개정 문제의 경우 국민의당이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이 지방선거 등에서 악용될 수 있다며 겸직 금지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박 수석부대표에 앞서 권 수석부대표가 먼저 보낸 메시지도 사진에 잡혔는데 공수처법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일치했다. 이에 민주당이 국민의당의 요구사항을 먼저 받고 공수처 등을 넣은 역제안 안을 만들어 보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은 5일 오후 논평에서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굴욕적으로 무릎 꿇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볼모로 한 집권세력과의 야합은 국민들의 무서운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대변인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향해 “이러한 추악한 뒷거래를 통해 수적우위를 앞세우고 사상 최악의 예산안을 밀어붙이는 행태는 국민들께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맹비난 했다.



“호남은 웃고 안철수는 울었다”


어찌됐건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공조로 이같은 예산 성찬을 즐겼지만 적어도 한 사람, 안철수 대표만은 웃을 수 없었다. 안 대표가 호남계 의원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며 바른정당과 손을 잡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 한 가운데 호남계 의원들은 SOC 예산 등을 매개로 민주당과 친밀도를 높여놓은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파트너인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예산안과 관련해 국민의당에게 실망했다고 표현하는 등 안 대표는 중간에 끼여 애매한 상황을 맞은 셈이 됐다.


다만 안 대표는 “외연확대 없이는 정당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안 대표는 7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추진을 위해 설치된 국민통합포럼에서 대한민국의 정치 역사를 “다당제 잔혹사”라고 평가하며 “정말 특단의 대책, 그리고 노력 없이는 존속이 굉장히 어려운 것이 3당, 4당의 운명”이라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한 비판은 같은자리에서도 쏟아졌다. 30년 지기 벗 민주당 우원식 대표와 예산안 정국을 주도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며 “지금은 양당이 정책연대를 통해 굳건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순차적으로 먼저”라고 사실상 통합에 반대했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가 정말 일을 통해 그리고 양당 간 신뢰 구축에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히 양당 간 통합의 때는 온다”고 했지만 “그땐 지금과 같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만의 통합이 아니라 아마 통합을 바라는 또 다른 수 많은 정치세력들도 함꼐하는 큰 대통합이 될 것”이라면서 사실상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간의 일대일 통합을 얘기하는 현재의 통합론과는 선을 그었다.


함께 자리한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사실 뭐 통합은 좋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떼면서도 “그렇지만 통합이 또 다른 분열을 부르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통합론이 안 대표 측과 호남계 의원 측의 이해관계가 정면충돌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사실상 통합론을 반대한 것으로 읽힌다.


안 대표의 통합추진 파트너로서 자리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국민의당 원내지도부가 이같은 발언을 내 놓자 같은당 김세연 원내대표 권한대행 겸 정책위의장의 발언 차례임에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자리에 남아 발언을 시작한 김 권한대행은 “중요한 것은 작은 신뢰부터 하나씩 쌓아 나가는 것”이라며 “예산안 처리 과정과 결과를 놓고 여러 가지 아쉬운 대목들이 있다”고 예산안 처리에 환호했던 호남계 의원들을 불편하게 했다.


통합추진을 적극 주도하고 있는 안 대표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포럼 직후 “지금 현재는 정책연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때 아닌가”라고만 의미부여 했다.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민주당과의 공조가 너무나 빛난 상황에서 발언의 범위가 굉장히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내부 분위기가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 마음으로 쏠려가면서 안 대표의 통합추진이 안갯속에 갇히는 모양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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