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테 죽나, 檢에 죽나 마찬가지…‘원내 장악 꼼수’

(좌측부터)자유한국당 김재원, 최경환, 이우현, 원유철 의원.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아마도 ‘박근혜’라는 주군이 몰락한 탓이 클 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주군으로 모시며 박근혜 정부에서 호가호위해왔던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굴비 엮이듯 줄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한 때 친박 좌장·실세 부총리로 통했던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친박 핵심 김재원 의원, 신박(新朴) 원유철 의원, 친박 맏형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우현 의원 등 친박계 인사들이 문재인 정권 검찰이 겨눈 칼끝에 언제 목이 잘려나갈지 모를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장면으로, 말 그대로 권력무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친박계가 어떤 세력인가. 이미 권력의 맛을 본,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집단이지 않은 가. 따라서 친박계는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겨울 매서운 칼바람과 같은 검찰의 사정한파를 버텨낼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주군의 몰락에도 폐족을 거부하고 기사회생을 꿈꾸고 있는 친박의 노림수에 대해 짚어봤다.


친박, 굴비 엮이듯 줄줄이 수사선상


‘실세의 추락’…구속영장 청구 주목


중국 최초의 중앙 집권적 통일제국인 진나라를 세운 진시황. 진시황이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하는데 일등공신이었던 ‘이사(李斯)’는 진 제국 최대 기득권자였다.


이사를 두고 ‘천하의 경영자’ 또는 ‘진시황을 지배한 재상’이라는 평가가 내려질 만큼, 당시 그의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특히 진시황이 유람을 나갔다가 객사한 뒤에는 함께 진 제국을 장악했던 조고(趙高)와 더불어 명실상부한 실세로서 권력을 휘둘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말년에는 조고와의 갈등 및 모략으로 아들과 함께 허리가 잘리는 참극을 면치 못했다.


이사는 죽기 직전 아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 너와 함께 다시 한 번 누런 개를 끌고 동쪽 문으로 나가 토끼 사냥을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겠구나.(황견지탄·黃犬之嘆)”


이는 부질없이 권력을 쫓았던 삶에 대한 회한과 한탄이었다.


‘진박’ 여론조사 대금지급 관여 김재원


여기 2017년 대한민국에서도 역사에 길이 남을 권력무상의 사례가 연출되고 있다.


대한민국 권력의 최정점에 서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개 강남 아줌마에 불과한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첫 파면 대통령이란 업적을 달성했고, 이에 대한 여파로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주군이 몰락한 탓일까. 박 전 대통령을 주군으로 모시며 박근혜 정부 시절 호가호위해왔던 친박계의 상황도 그리 녹록치 않다.


핵심 친박계 인사들이 굴비 엮이듯 줄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5억원을 상납 받아 대구·경북 지역 경선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지난달 28일 15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여론조사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경선에서 이른바 ‘진박’으로 불렸던 친박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여론조사를 진행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었으나,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상납 받아 여론조사 업체에 대금을 지불할 당시는 김재원 의원이 정무수석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선 당시 청와대가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들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됨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선거법 제9조에 따르면 공무원 등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전용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재원 의원이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朴 정권 실세 부총리 최경환…檢 포토라인에 서다!


박근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김재원 의원이 스타트를 끊었다면, 한 때 친박 좌장·실세 부총리로 통했던 최경환 의원이 뒤를 이었다.


최 의원은 지난 6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20시간에 걸친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했으며, 이 기간 국정원으로부터 1억여원의 특활비를 상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근혜 정권 국정원이 40억여원의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와 관련해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하는 등 박근혜 정권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 의원에게도 특활비가 건네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국정원 예산을 주무르던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승인을 얻어 최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고, 이에 대한 증빙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기 전 원장도 2014년 10월께 최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하겠다는 이 전 실장의 보고를 승인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헌수 전 기조실장이 국정원 예산을 늘리기 위해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정부 예산을 총괄했던 최 의원에게 돈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이병기 전 원장에게 보고했고, 이 전 원장이 이를 승인해 최 의원에게 1억원의 특활비가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의원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 전반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검찰은 최 의원의 진술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귀가하고 있다. 지난 6일 네차례 소환 통보 끝에 검찰 조사에 임한 최 의원은 이날 오전 20시간의 밤샘조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이우현·원유철 압수수색…소환 예정


기사회생 프로젝트‥원내대표 장악?


친박 맏형 서청원 최측근 이우현 압수수색


최 의원이 20시간 걸친 조사를 받고 귀가했던 지난 7일에는 이우현 의원의 경기도 자택과 용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단행됐다.


앞서 검찰은 유사수신업체 ‘IDS홀딩스’에서 수사 무마 청탁금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 의원의 전직 보좌관 김모 씨를 구속했고, 김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의원 측에 금품을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일종의 ‘뇌물 리스트’를 확보하는 등 이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의원에게 5억원 상당의 불법 공천헌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공모 전 남양주시의회 의장을 지난달 29일 구속한 바 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남양주시장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예비후보로 출마한 공 전 의장은 당시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이 의원에게 5억원 가량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 전 의장은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받지 못하자 이 의원 측에 항의했고, 이 의원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의원은 건축 관련 사업을 하는 김모 씨로부터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김 씨가 사업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이 의원에게 현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지난 4일 뇌물공여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다.


이 의원이 불법 공천헌금과 사업 청탁 등의 명목으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검찰은 이 의원에게 오는 11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 의원이 수수한 불법 공천헌금 등이 친박계 중진 인사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친박 맏형인 서청원 의원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9일 새누리당 서청원-이우현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투표를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신박(新朴) 원유철도 檢 수사선상


자신을 신박으로 불러달라던 원유철 의원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원유철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회계 담당자 A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원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평택에 기반을 둔 여러 사업가들로부터 수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대가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원 의원 측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원 의원의 지역구 평택에 위치한 G사 대표 한모 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한 씨가 주택 사업 관련 인허가 과정에서 원 의원의 전직 보좌관 권모 씨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 돈이 권 씨의 법원 공탁금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대가성 여부를 파악 중이다.


권 씨는 원 의원 보좌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2년 10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산업은행 대출 청탁 명목으로 옛 코스닥 상장사 W사로부터 5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검찰은 원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과 관계자 진술 확보 등을 마치는 대로 원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이처럼 권력의 최정점에 있던 주군이 몰락하자, 박근혜 정부에서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것만 같았던 친박계 인사들도 검찰 사정한파에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는 권력무상의 한 장면이 아닐 수 없으며, 절대권력은 절대부패 한다는 말을 체감할 정도다. 따라서 친박계도 폐족의 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 6월 22일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원유철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홍준표 후보를 비판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지원 “洪에 죽으나, 檢에 죽으나”…끈질긴 생명력


다만, 홍준표 대표가 친박을 향해 ‘바퀴벌레’라고 거칠게 표현했던 것처럼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폐족을 거부하고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기사회생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친박계가 기사회생할 지렛대로 삼고 있는 건 당 대표와 함께 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원내사령탑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친박계가)권력의 핵심에 있던 사람들이라 검찰에 기념사진 찍을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보호본능이 발동해서 ‘우리가 홍준표한테 죽으나, 검찰에 가서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우리가 뭉쳐서 원내대표를 장악해서 야당으로서 자리매김하면 권력에서도 우리를 (어쩌지)못할 거고, 당내에서도 (보호)한다’ 이런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친박계 입장에선 문재인 정권 검찰의 칼에 죽나, 홍준표 대표의 친박 청산에 죽나 어차피 폐족으로 전락하기는 매한가진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원내 협상의 전권을 쥐는 원내사령탑을 사수하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범(凡)친박인 정우택 원내대표에 이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친박계가 원내대표직을 사수하게 되면 원내지도부를 친박 진영 인사들로 꾸린 뒤, 친박계를 정조준하고 있는 검찰 사정수사를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물타기 할 공산이 크다.


아울러 원외인 홍 대표의 친박 청산 작업을 저지하기도 수월하고, 또 내년 6·13 지방선거 이후를 기약할 수 있다.


홍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6개 광역단체장(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경남)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홍 대표가 사퇴할 경우 친박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전까지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며 전당대회를 관리할 역할을 맡게 되는데, 친박 원내대표를 필두로 당 대표 권한이 강화된 현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서 다시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하자는 여론몰이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당 최고위원회의에 친박계를 대거 포진시켜 지금보다 지분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친박계의 기사회생이 성공할지 여부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주군의 국정농단과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사과 없이도 지금껏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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