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민영화 부작용 우려 “기관 간 통합 이뤄져야”

▲ 서울지하철 9호선 노조 파업 이후에도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가운데, 애꿎은 시민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지난달 30일 서울지하철 9호선 근로자들이 ‘직원확충 및 노동여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가운데,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된 철도 민영화에 따른 참사란 주장이 나온다.


서울지하철 9호선의 운영에 관여된 서울9호선운영(주)·서울시메트로9호선 등과 그 최종 관리를 맡은 서울시 모두에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이른바 ‘다단계 민영화’에 효율만을 강조하는 기조가 정착, 이에 따른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금의 서울교통공사로 통합, 현재 서울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단계 구간(282역, 304.5km)을 운영 중이다.


다만 9호선의 경우 또 다른 민영기관인 서울9호선운영(주)로 이관, 운영되고 있다. 현재 시행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과 운영사인 서울9호선운영으로 분리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터져 나온 서울지하철 9호선 근로자들의 열악한 노동여건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지하철 1~8호선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는 인력과 휴게시간 등의 문제로 현재 9호선 기관사 가운데 일부는 최대 4일 간 1시간가량 수면을 취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으며, 여성 기관사 3명 중 2명은 유산을 경험하는 등 냉혹한 노동여건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노조와 달리 ‘민영화’를 강조, 이름부터 기이한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은 이처럼 취약한 노동여건의 근본적 문제로 서울시 이하 공사를 거친 현 서울9호선운영의 특이한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선 민영화 이전처럼 현재 다단계 구조와 같이 흩어져 있는 지하철 기관들을 통합해 관리·감독 및 책임 주체를 일원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조 측, “열악한 근무환경…특이한 구조적 문제”
다단계 민영화 구조…시·메트로9·9호선운영, 책임론↑


서울지하철 9호선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지난달 말 파업에 들어갔다. 이달 5일까지 예정된 ‘부분파업’이었다.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9호선의 경우 이른바 ‘다단계 민영화’에 따른 운영을 해오고 있다. 노조가 지적하고 있는 근본적 문제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울지하철 9호선은 여타 1~8호선 서울교통공사와는 달리 지난 2015년 서울9호선운영(주)로 민영화됐다.


지난 2002년 당시 9호선은 서울시가 총사업비의 83.7%(2조8,949억)를 대면서도 16.3%(5,631억)의 민간 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금융기관들이 설립한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에 30년 운영권을 맡겼고,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은 또 다시 9호선 지하철 운영을 서울9호선운영(주)에 민간운영 위탁했다.


서울9호선운영(주)은 프랑스 국적 회사인 RDTA가 80%의 지분을 보유,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가운데 차량 업무의 경우 현대로템 계열사인 메인트란스(주)에게 분리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단계 민영화’란 원색적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일반 국민으로선 서울지하철 9호선 시행사와 운영사, 이를 관리·감독하는 주체가 당최 어디인지조차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기만 한 상태다.


문제는 이처럼 복잡한 구조적 문제를 통해 ‘국민 혈세’가 애먼 외국계 자본 회사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이한 운영’ 메트로9호선 적자에도 9호선운영(주) 매년 흑자


노동당에 따르면 앞서 서울시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주)는 매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적자를 매년 서울시가 재정보전을 통해 메워주고 있으며, 게다가 투자금에 대한 이자까지 고스란히 서울시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으로선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크게 책임질 일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그 산하인 서울9호선운영(주)의 경우 되레 매년 수십억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프랑스계 RDTA의 경우 서울9호선운영(주) 설립 당시 8억 원에 불과한 초기투자비를 지출했음에도 개통 이후 7년 간(2009년~2015년) 전체 당기순이익 중 배당액으로 234억 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당 관계자는 “다단계 민영화 과정의 민간 기업들은 승객들의 운임으로 발생한 수익을 초기 투자비에 이자까지 쳐서 회수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민영화된 기업들이 제 뱃속을 채우고 있음에도 9호선 종사자들의 노동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노조에 따르면 9호선의 경우 차량기지에 숙박시설이 전무해 직원들이 새벽 4시까지 출근하기 위해선 새벽 3시 전에 기상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또한 최소화한 인력 탓에 25개 역 가운데 5개 역에서 상시 1인 근무, 10개 역은 시간대에 따른 1인 근무 역 체제로 변질된 상태다. 게다가 민간사업장이기 때문에 공익근무요원도 배치가 불가능하다.


임금 역시 동종업계 평균 대비 한참을 못 미치고 있는 가운데 9호선 승무원들은 1~8호선 승무원들보다 월평균 3, 4일을 더 운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선 9호선 파행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하철 민영화에 따른 기형적 기업구조를 문제 삼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 일일 이용객 평균 60만 명.


이처럼 수많은 시민들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 해당 사안에 현재 서울시는 민간기업 일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


9호선 구간 분리를 이유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서울교통공사와 시행사와 운영사 분리를 강조하며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는 서울시메트로9호선. 이들의 안일한 대처에 9호선 노동자들은 물론 시민의 교통안전이 보장 받지 못한 듯 보인다.


해당사안의 당사자인 서울9호선운영(주) 측 관계자는 7일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교섭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노조 측 입장 잘 듣고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 원론적 답변 수준으로 일관했다.


일각에서 ‘공공부문의 효율’은 공영화를 전제로 할 때만이 가능하단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배경인 셈이다.


이미 오랜 기간 한국철도산업의 민영화과 공영화 논쟁은 지속돼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철도산업 유관 기관 간 통폐합 등 공영화 강화 방침을 밝힌 이후 해당 논쟁은 최근 다시 불붙고 있어 향후 정부 방침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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