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중립’ 결국 친박?…당 대표-원내사령탑 의기투합 절실

▲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시국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오는 12일 예정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공무원 증원 예산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 성격의 일자리안정기금 등 여야의 쟁점이 첨예하게 갈린 내년도 예산안에 빈손으로 합의한 원내대표 책임론이 일면서 제1야당 차기 원내대표는 야성이 강한 인사로 선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은 친홍 VS 친박 VS 중립 등 3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과 중립세력은 ‘홍준표 사당화’와 ‘계파정치 청산’을 주요 공격 포인트로 삼고 친홍 견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당 대표인 홍준표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원내대표 출마는 명분도 부족할 뿐더러 설사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다 하더라도 대여(對與) 투쟁 반감 효과만 불러올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일주일 앞으로 제1야당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 진단해봤다.


친홍 VS 친박 VS 중립 3파전


범친박 → 중립…둿배는 친박?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제1야당 원내대표 경선이란 링 위에 대표 선수들이 속속들이 입장하는 모양새다.


범(凡)친박으로 분류되다 원내대표 경선 일정이 다가오자 당내 계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며 중립을 자처하고 있는 이주영·조경태·한선교 의원은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6일 오후부터 7일 오후까지 당 책임당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립세력 단일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단일 후보가 결정되면 단일화 과정을 주도한 나경원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나서 ‘단일 후보-나경원’ 조(組)가 탄생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 일각에선 ‘이주영 원내대표 후보-나경원 정책위의장 후보’ 조합이 점쳐지고 있다.


친홍계 대표선수로 꼽히는 김성태 의원(3선)은 지난 5일 ‘문재인 정권의 혹독한 탄압과 정치보복으로부터 우리당을 지켜내겠다’며 강한 대여투쟁을 기치로 내걸고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당초 김성태 의원과 양강을 구축하던 친박계 대표선수 홍문종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포용과 도전’ 조찬 세미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문종 의원과 함께 친박 선수로 거론되던 유기준 의원도 지난 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의 재도약을 위해 원내대표직에 출마하게 됐다”며 출마 결심을 나타냈다.


친박색이 강한 홍문종 의원과 유기준 의원도 중립세력과 같이 선거 막판 단일화를 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원내대표 경선이란 링 위에서 한판승부를 예고하는 대표선수들이 속속들이 입장하면서, 친홍 VS 친박 VS 중립 구도의 3파전 형성됐다.


▲ 지난 9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영국의 보수당이 장기집권 했던 이유는' 을 주제로 열린 새로운 보수를 위한 4050클럽 세미나에서 자유한국당 유기준(왼쪽), 홍문종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범(凡)친박에서 중립으로 탈바꿈


친홍 VS 친박 VS 중립 3파전 형성으로 물고 물리는 각개전투가 펼쳐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친박과 중립세력은 친홍 대표선수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양상이다.


친박과 중립세력은 당내 결집은 물론 대여 투쟁, 계파정치 청산 등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이들의 속내는 당 대표인 홍준표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것이란 게 당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친박계의 경우 문재인 정권 검찰의 칼에 죽나, 홍 대표의 친박 청산에 죽나 어차피 폐족으로 전락하기는 매한가진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원내 협상의 전권을 쥐는 원내사령탑을 사수한 뒤 원외인 홍 대표의 친박 청산을 저지함은 물론 친박을 겨냥한 검찰의 사정을 야당 탄압으로 몰아가기 위해서라도 원내대표직이 절실하다.


중립세력 후보인 이주영·한선교·조경태 의원은 지금은 중립을 자처하고 있지만 당초 범친박으로 꼽히던 인사들이다.


이주영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한선교 의원은 지난해 8월 열린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천막 당사를 지킨 원조 친박이라고 호소할 만큼 친박색이 묻어있다.


조경태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냈던 윤상현 의원의 물밑작업을 통해 지난해 1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인사다.


이처럼 범친박으로 분류되던 이들은 유민봉·윤상직·정종섭·추경호·최교일 의원 등 이른바 ‘진박’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성명을 통해 계파정치를 배격할 것이라 경고하자, 중립세력으로 변신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중립세력이 아니라 친박이 ‘탈박 세탁 쇼’를 하는 것이란 지적과 함께 이들이 친박계의 물밑 지원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홍문종·유기준 의원이 친박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범친박 인사들을 중립 세력으로 탈바꿈 시킨 게 아니냐는 것이다.


즉, 계파정치 청산을 주창하고 있는 중립세력 막후에 친박이 도사리고 있고, 결국은 홍준표 대표의 강력한 그립(당 장악)을 견제하기 위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


3파전이 형성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어느 누구도 과반을 차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데, 만약 친홍으로 분류되는 김성태 의원과 중립세력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면 중립세력 후보가 승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자유한국당 한선교(왼쪽부터), 이주영, 조경태 의원이 이달 1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중립지대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고 있다.

친박 원대 선출은 총선 데자뷰


당내 투톱‥대여투쟁 한 목소리


‘김무성 흔들기’시즌2→‘홍준표 흔들기’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친박의 지원을 받는 후보가 원내대표로 선출된다면, 지난해 4·13 총선 당시 공천을 둘러싸고 친박계가 김무성 대표를 흔들었던 상황이 재현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라 치면, 친박계는 자신들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신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홍준표 흔들기’에 돌입할 것이란 얘기다.


이렇게 되면 4·13 총선과 마찬가지로 지방선거는 참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친박계는 아마도 지방선거 참패를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지난해(총선)와 마찬가지로 ‘홍준표 흔들기’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면 지방선거는 참패할 것이고, 그러면 홍 대표는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70%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데, 사실상 지방선거 승리가 쉽지 않은 건 사실 아니냐”며 “친박 입장에선 차라리 홍 대표가 마지노선으로 약속했던 6개 광역단체장(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경남)을 지키지 못하게 해서 그 빈자리를 노리는 게 남는 장사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로국밥인 당내 투톱…한 목소리 절실


내년도 예산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증원 예산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 성격의 일자리안정기금 등 여야의 쟁점이 첨예하게 갈렸는데, 별다른 소득 없이 빈손으로 합의한 정우택 원내대표의 협상력 부재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면서 제1야당 차기 원내대표는 야성이 강한 인사로 선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예산안 합의 하루 뒤인 지난 5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정우택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식,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을 저지하기는커녕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식의 비난이 터져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협상을 해왔다며 재협상을 요구했고, ‘정 원내대표가 협상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등의 강도 높은 발언들이 쏟아졌다.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원외인 홍준표 대표를 배제한 채 원내 협상의 전권을 쥐고 예산안 협상을 주도해왔다.


결과론적인 얘기겠지만 당내 투톱인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마치 따로국밥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다보니 예산안 협상이 잘될 턱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차기 원내대표는 당 대표를 견제하기 보다는 소통을 잘하고 당 대표와 한 목소리로 대여투쟁에 나설 수 있는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당 패싱’, ‘협상력 부재’ 등의 질타를 받은 정우택 원내대표의 예산안 협상 결과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견 언론인 모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원내 일은 다음 원내대표가 뽑히고 나면 관여 하겠다”면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한국당 패싱 지적은 제가 원내 일에 관여하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자신과 코드가 맞는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당내 투톱이 한 목소리로 강력 대여투쟁에 나설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홍준표(오른쪽) 대표가 정우택 원내대표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수정당이 해야 할 역할


친박과 중립세력의 주장처럼 당 대표의 사당화를 막기 위한 견제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 후보처럼 ‘원내대표 출마의 첫 번째 결의는 홍준표 대표의 사당화를 막기 위한 것’이 출마의 명분이 되기에는 한 없이 모자라 보인다.


안 그래도 보수우파가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된 판국에 제1야당 안에서도 ‘당 대표를 견제하는 원내대표, 그런 원내대표에 불만인 당 대표’ 이런 형태로 가선 안 된다는 얘기다.


당 대표의 막말, 박근혜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보수의 품격을 따져가며 그저 당 대표를 깎아내리는데 골몰할 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공무원 증원 ▶인기영합적 퍼주기식 복지 포퓰리즘 정책 ▶대화를 통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대북유화정책 ▶중국과의 관계복원 과정에서 밝힌 3불 정책(사드 추가배치 불가·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 불참·한·미·일 3국 군사동맹 비추진) ▶대공수사권을 폐지한 국가정보원 개혁안 등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바로잡아야 하는 게 지금 보수정당이 해야 역할이다.


국민들에게 보수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할망정 지리멸렬 또는 자중지란 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보여줄 것인가. 이래갖곤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이거니와 2020년 총선, 나아가 2022년 대선도 필패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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