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2018년도 예산안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78명 중 찬성 160표, 반대 15표, 기권 3표로 가결되며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캐스팅보터 국민의당이 손을 맞잡고 승전보를 울린 가운데 제1보수야당으로서 이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한 한국당 내부에선 원내사령탑인 정우택 원내대표를 위시한 지도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초고소득 증세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해 ‘막을 수 있는데도 못 막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100여명이 의총에 참석했음에도 본회의장 표결은 보이콧 했다. 정 원내대표를 위시한 60여명이 의총 직후 본회의장에서 항의하긴 했으나, 실질적인 성과없이 국회의장석을 포위하고 성토하는 수준의 퍼포먼스에 그쳤다. 빈 수레가 요란하기만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원내대표를 향한 당 내부의 불만은 이날 본회의에 재적의원 298명 중 177명이 참여한 가운데 법인세법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133명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과열됐다. 반대 33표와 기권 11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숫자라는 것이다. 이는 예산부수법안의 경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상태에서 과반 찬성으로 통과되기 때문이다. 한국당 전원이 참석해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고 한다면 이를 의식한 국민의당 등이 찬성표를 좀 더 끌어낸다하더라도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그림이 그려진다는 얘기다.


정우택 “의석수 모자란 탓” VS 당내 불만 핵심 ‘협상력 부재’


물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정 원내대표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우리가 얻은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석수도 모자라고 힘도 없어 허망하고 무기력하게 통과를 바라만 봤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116석 가진 정당(한국당)이 본 회의를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본 회의를 (정세균 의장이) 연 것은 국회의장의 실책”이라고 책임을 정세균 의장에게 돌렸다. “다만 법인세 수정안이 부결 돼서 뒤늦게 저쪽(여권 측)에서 인력을 보강해 원안 표결에 나섰다면 더 나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정 원내대표의 해명이 한국당 내부의 불만을 잠식 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내부에서 정 원내대표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협상력 부족’에 대한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민주당과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합석한 협상안 논의에서 공무원증원과 법인세 부분에 대해 ‘유보’라는 입장을 잠정 합의안에 넣는 데 만족했다.


다만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 50인의 동의로도 본회의 상정은 충분하고 잠정 합의안에서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동의한 이상 양당 의석수 합인 160석이 과반이라는 점에서 이미 예산안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고 있었다.


실제로 한국당의 4일, 5일 비공개 의총에선 이 잠정합의안에 대한 수많은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일 의총에선 다수 의원들이 3당 원내대표 잠정합의문을 원천 무효화 해야 한다든가, 본회의 참석을 하지 말아야 한다든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고 필리버스터가 거론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정 원내대표를 향해 직접 “물러나라”고 언성을 높이는 의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는 12일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투력, 협상력 등을 아우르는 이른바 야성이 강한 후보에 대한 니즈(needs. 필요성)가 크게 불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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