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자유한국당이 때 아닌 계파논란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지난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여당 자리를 내 준 것을 기점으로 대선참패의 원인을 친박(親 박근혜)패권주의 등에서 찾고 혁신위를 출범시키는 등 패배의 흔적을 지우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진통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까지 진행하며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과거 위용을 떨쳤던 친박계의 위용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됐다. 이에 친박계 의원들이 활로모색의 일환으로 과거 자신들이 들어오던 계파주의를 역으로 외치는 모양새가 돼 가고 있다. 친박청산을 주도한 홍준표 대표와 그에게 우호적인 의원들을 또 하나의 ‘계파’로 규정하고 자신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입장이라고 격하시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오는 12일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가 성큼 다가옴에 따라 이같은 흐름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마다 계파가 없다고 주장하거나 혹은 계파청산을 내걸고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중도파, 이름만 바뀐 친박?


특히 ‘중립’을 자임하는 이주영·한선교·조경태 의원은 지난 4일 원내대표 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다만,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실상 친박 핵심에서 배제 돼 있었을 뿐이지 최근까지도 범(凡) 친박계로 분류 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 중에서도 이주영 의원의 경우 한국당 초·재선 의원모임인 ‘새벽’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의원의 출마를 종용하며 발표한 ‘새벽’의 성명엔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직 공무원을 지냈거나 진실한 친박이라는 뜻의 이른바 ‘진박’의원(유민봉, 윤상직, 정종섭, 추경호, 최교일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친박’이라는 브랜드가 과거의 프리미엄은커녕 오히려 적대의 아이콘화 돼버린 상황에서 친박의 이름을 정면으로 걸고 도전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친박세력이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지도부 쟁탈전에 도전하더라도 친박의원을 간판으로 내세울 경우 승산이 낮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계파가 없는 중도성향이라고 주장할 만한 의원들을 물색해 친박 대용으로 이들을 지지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시나리오다.


특히 홍 대표의 전월 방미 일정 때도 동행하는 등 홍 대표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이주영 의원의 경우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홍 대표와의 이른바 ‘개명 에피소드’를 내세워 친분을 과시, 친홍(親 홍준표)이든 친박이든 어느 쪽과도 친분이 있다는 뉘앙스를 전달하려 했으나 홍 대표가 SNS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 의원을 비판, 선을 그으면서 난처한 입장이 된 바 있다.


김성태, ‘이주영·한선교·조경태’ “또 하나의 계파”


한편, 중도논란이 심화되자 홍 대표와, 홍 대표가 지지할 것으로 알려진 김성태 의원은 중도론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특히 과거 비박계 이력으로 김무성 전 대표의 지원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김성태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하며 “당이 위기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잿밥에만 관심을 갖는 분들이 중도파라는 이름의 또 다른 계파를 만들어 패권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친박에 진박에 진골, 성골 찾다가 쪽박 찬 게 불과 엊그제”라며 “무리짓기로 당을 이 지경에 이르도록 만들었던 분들이 스스로 자중하고 자기비판과 자기혁신에 이르러도 모자랄 판에 또 다시 무리짓기에 나서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홍 대표는 아예 “난 우리 당에 계파가 없다고 본다. (계파가 없는데) 소위 중립이라는 것이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토론회를 통해 “(원내대표) 선거에 중도, 중립이라고 하는데 그럼 표를 중간에 찍느냐”며 “그건 무효표가 되는 것이고 중도층은 결국 스윙보트(부동층 유권자)”라고 비꼬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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