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대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관세 50% 부과”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우리 정부와 업계가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가 미국으로 수입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발표함으로서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권고안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 50%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모든 세탁기에 일률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초과물량에 대해서만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과세할당량(TRQ)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 같은 ICT의 조치로 우리 정부와 업계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는 시각과, 초과 수출분에 따른 관세폭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내려진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서 면밀히 분석해보기로 했다.


정부-업계, ‘피해 최소화’할 수 있는 공동대책 논의
세이프가드 발동 시 美 공장설립 무산될 가능성 ↑


지난 5월말 미국의 가전업체인 월풀(Whirlpoo)은 세이프가드 청원서를 ICT에 제출했다. 세프가드란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서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는 무역장벽을 일커른다.


월풀은 올해 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저렴한 수입 세탁기가 불법적으로 넘쳐나 미국 시장에서 세탁기 판매를 저해했다고 주장하며 ITC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청원했다.


당시 제프 페티그 월풀 회장은 성명을 통해서 “ITC 투표는 미국 제조업자들과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승리다”라며 “지난 2013년부터 세 번째로, ITC는 삼성과 LG가 미 무역법을 위반해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사실 월풀이 국내 업체를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 두 차례나 한국 세탁기에 대한 덤핑조사를 요청했다.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삼성전자와 LG전자와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전자는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인 드럼세탁기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8.7%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월풀은 자국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 18.5%로 2위에 올랐다. 뒤이어 LG전자가 16.5%로 3위에 올랐다. 이에 월풀은 위기감을 느끼고 세이프가드 조치로 LG전자와 삼성전자 세탁기에 대한 관세 부과를 통해 경쟁력을 떨어뜨리려는 것이다.


美 ITC “가정용 세탁기 수입 동종 산업 피해?”


ITC는 지난 6월부터 진행했던 조사에 마친 뒤인 지난달 5일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해서 “자국 동종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이에 따른 세이프가드 권고안이 이달 21일 발표된 것이다.


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의 50%를 관세를 부과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3년차까지 TRQ는 120만다. 초과분에 대한 관세는 1년차에 50%, 2년차엔 45%, 3년차엔 40%로 낮아진다. 하지만 쿼터 이내에 대한 관세는 3년차까지는 0%안과, 1년차부터 3년차까지 20%→18%→15%안 둘로 나뉘었다.


부품에 대한 관세는 5만대까지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초과할 경우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2년차에는 7만대 초과분에는 45%, 3년차에는 9만대 이상 부품에는 40% 관세가 적용될 방침이다.


권고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그가 60일 이내에 세이프 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ITC 측이 제시한 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도 있고, 일부는 삭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안이 수용될 경우 미국에서의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문제로 꼽히는 사안은 ‘미국 소비자들의 권리’다. 관세가 부가돼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의 선택폭은 그만큼 좁아질뿐더러, 이에 따른 피해도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언론들도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 측은 “ITC 판정대로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과 삼성전자 가 고용하게 될 미국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미 의회 전문지인 ‘더힐’도 “ICT 결정으로 인해 미국 매장에서 한국산 세탁기는 보기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미국 현지 세탁기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미국인 가정이 ‘인기 있는 가전’을 구입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문제를 두고 “미국 내수 시장에 타격을 주는 수입 세탁기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삼성과 LG가 월풀과 경쟁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세이프가드 조치에 WTO 제소도 검토


정부는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 결정에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 22일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부는 역삼동에 위치한 한국기술센터에서 진행된 민관합동 대책회의 이후 “삼성과 LG전자는 미국 현지에 투자해 공장을 세우고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려고 노력하는데 이를 저해하는 권고안을 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절대 세이프가드 발동은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특히 권고안 중 쿼터(120만 대) 이내 물량에도 최고 20%의 관세를 물리는 쿼터 내 관세 부과는 우리 기업의 수출에 큰 차질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2월 미국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민간과 함께 미국 의회와 주정부 등을 최대로 설득할 계획”이라며 “일단 결과를 보고 베트남 등 이해관계국과 공조해 국제규범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LG전자, ‘유감스러운 결정 피해는 美 소비자들 몫’


ITC가 발표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에 대해서 당사자인 LG전자와 삼성전자 역시 유감을 표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법인 홈페이지를 통해서 “ICT가 월풀의 터무니없는 관세 부과 요구를 적절하게도 기각했다”면서도 “어떤 구제조치도 필요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소매업자, 일자리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작은 관세라도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제품 선택의 폭을 제약하며 삼성전자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생길 일자리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우리는 정부가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의 일꾼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혁신적인 세탁기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제한할 어떤 구제조치도 부과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LG전자 역시 같은 날 입장 자료를 냈다.


LG전자는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해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라며 “또한 한국기업의 미국 내 기반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현재 건설 중인 현지 공장의 정상적 가동과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에 부정ㅈ거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 결정을 하게 될 미국 정부가 미국 소비자와 유통뿐만 아니라 가전사업 전반을 고려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기대한다”며 “세이프가드 발표를 대비해 현지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등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 정부는 물론 다른 국가 정부·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하는 다른 기업들과도 협력해 공동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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