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타 에어백’의 위험한 질주…韓, 리콜 제외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국내 수입차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가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안전문제에는 소흘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바로 ‘죽음의 에어백’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다카타 에어백에 대한 리콜을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문제의 에어백은 다카타사가 제작한 것으로 지난 2013년부터 충돌 시 에어백이 작동하면서 내부 금속 파편이 튀어나와 운전자가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돼, 지금까지 19명의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벤츠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귀를 막고 있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자체적인 분석을 이유로 국내 리콜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동일한 논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하면서 벤츠의 최대 판매 5위의 한국시장이 단순한 판매를 위한 시장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충돌시 생사(生死)를 가를 수 있는 안전장치인 에어백의 리콜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5만6,343대를 판매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올해 10월까지 누적 판매 5만8,606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성적을 훌쩍 뛰어넘어 사상 첫 6만대 판매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벤츠는 시장점유율에서도 30%를 넘으며 30.8%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 24.2%에서 6.6%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BMW와의 양강 체제를 넘어 독주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부러움을 사고 있는 벤츠지만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안전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잘나가는 ‘벤츠’를 향한 불편한 시선


이처럼 한국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펼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아니 벤츠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높은 판매량과는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벤츠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차량결함에 대한 벤츠의 태도. 현재 벤츠가 거부하고 있는 차량결함은 일명 ‘죽음의 에어백’으로 불리는 ‘다카타에어백’에 대해 리콜을 거부하고 있는 데 있다.


일본의 다카타사가 제조한 에어백을 장착한 자동차는 2013년부터 전 세계에서 리콜이 진행되고 있다. 충돌 시 에어백이 작동하면서 내부 금속 파편이 튀어나와 운전자가 다칠 가능성이 발견됐기때문이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9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카타 에어백이 장착돼 국내 판매된 벤츠차량은 2012년에 만들어진 C클래스 1만3811대, E클래스 138대, E클래스 쿠페 810대 등 8개 차종 1만8724대다.


국토부는 이러한 다카타에어백의 결함에 대해 지난해부터 수입차 업체에 안전을 이유로 리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보고된 다카타 에어백에 관한 사고는 없지만 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고 판단, 수입차 업체들을 불러 다카타 에어백에 대한 리콜 확대를 요청한 것.


2013년 이후 글로벌 1억대 리콜…에어백에 ‘금속파편’ 의혹


리콜 요구에도 ‘묵묵부답’…벤츠 “조사 뒤 문제 있으면 리콜”


국토부 측은 “미온적이던 수입차 업체들이 안전을 이유로 동참을 시작해 17곳 중 14곳이 리콜을 시작했다”며 “벤츠를 비롯해 3개 업체가 리콜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벤츠 측은 리콜을 거부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측은 “연말까지 한국에 판매한 차량 가운데 284대를 수거해 독일 본사 연구소에서 실험한 뒤 리콜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조사를 한 뒤 문제점이 발견되면 리콜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카다 에어백은 글로벌 시장에서 1억대가 리콜되면서 지난 6월 일본과 미국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중국은 되고, 한국은 안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 벤츠는 지난달 중국에서 35만대 규모의 리콜을 실시하면서 한국 시장은 차를 판매하는 곳일 뿐 한국소비자에 대해서는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 정부는 1년 이상 벤츠사에 대해 리콜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벤츠가 중국 시장에서는 대규모 리콜을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됐다.


벤츠가 중국에서 리콜 하는 차량은 지난 2006년에서 2012년 생산된 SLK와 A클래스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종과 동일하다.


벤츠를 구입한 한 소비자는 “차를 선택하는 기준의 첫 번째는 안전이다”며 “안전을 만족하지 못하는 차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한 소비자는 “중국 소비자에게는 리콜을 실시하고, 한국 소비자에게는 리콜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 벤츠의 정책인가”라며 “이는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판단하는 벤츠의 실태를 여실이보여주는 단적인 행동”이라고 비꼬았다.


소비자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달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한 리콜을 시행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獨보다 많이 팔리는 韓시장


한국소비자에 대한 홀대 의혹을 받고 있는 벤츠는 한국시장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올 상반기 한국내 벤츠 판매량은 세계 5위다. 한국내 벤츠 판매량은 중국과 미국, 독일, 영국 다음이다.


특히 고가 모델인 E클레스와 S클레스의 경우 벤츠의 고향 독일보다도 많이 팔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츠는 한국시장에서 BMW를 누르고 최고의 판매량를 자랑하는 브랜드로 올라왔다”며 “하지만 안전 등 신뢰가 무너진다면 언제든지 다른 수입차 브랜드에 밀릴 수 있으며 한 번 추락한 이미지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환경부는 허위로 배출가스 인증을 받은 벤츠코리아에 대해 행정처분을 통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 수입 판매한 21개 차종의 배출가스 또는 소음 관련 부품을 인증받은 것과 다른 부품으로 제작한 8246대를 수입 판매했다.


C63 AMG 등 19개 차종은 점화코일, 변속기, 냉각수온센서, 캐니스터 등 배출가스 관련 부품을, ML350 블루텍 등 2개 차종은 인증받은 것과 다른 소음기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7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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