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탈원전’ 신고리5·6호기 끼워팔기 민의(民意) 판 장사인가?

김은배 기자 / 기사승인 : 2017-10-28 11: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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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5·6호기는 재개해야 하지만 원전 건설은 안 된다 ‘기적의 논리’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여당은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거론하며 단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현재 운행 혹은 건설 중인 원전의 중단 및 축소에 대한 매몰비용을 강조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요컨대 원전이 얼마나 안전한가, 매몰비용으로 인한 국민혈세 낭비가 어느정도인가를 따져 비교해야 하는 일이며 따라서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경중(輕重)을 따지는 끝에 다른 한 쪽을 앞설 수 있는 논리가 탄생하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공론’이 될 터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 과정을 역행해 공론도출 과정에서 먼저 국민 가운데 표본을 뽑고 이후 해당 인원들이 학습 및 토론 등을 거쳐 숙의(熟議)한 뒤에 스스로 입장을 정리하도록 유도했다.


이와 관련해 야권에선 ‘전문성 부재’에 대한 질타가 홍수를 이뤘으나 일단 이는 야당의 주장이니, 잠시 접어두도록 하겠다. 필자 역시 원전과 매몰비용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겸비하지는 않은 상태이므로 이에 대해 옳고 그름의 문제로 글을 풀어나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울러 누가 봐도 맞는 것과 틀린 것으로 나눌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논의하고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일이라면, ‘선호도’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다만, 필자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민의에 대한 수렴 과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렇듯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전문적인 논리의 경주(競走)까지 포기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값진 대가를 치룬 민의인데, 이에 대한 호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신고리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위)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에 대한 찬반 의견은 각각 59%대 40.5%로 표본오차 범위인 ±3.6%p를 한참 뛰어넘는 결과를 나타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찬성의 의견을 따른다고 했을 때 반대 측에서도 쉽게 이견을 제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반면, 또 다른 항목인 ‘원자력 발전의 정책방향’ 선택은 축소·유지·확대 세 개 항목이 각각 52.2%, 35.5%, 9.7%로 집계됐다. 세 가지를 개별적으로 놓고 보면 오차범위 이상이지만, 앞선 항목처럼 찬반으로 접근하면 결과는 그렇지 않다.


문 대통령이 이를 추진하면서 붙인 이름은 ‘탈원전’이다. 따라서 해당항목에서의 축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탈(脫)원전하겠다는 의미이며, 유지와 확대는 원전의 현상유지 이상을 바라는 여론으로서 축소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묶어 볼 수 있다.


이같은 구도에서 분석해보면, 찬반 차이는 7%p(52.2-(35.5% + 9.7%))로 오차범위 내에 갇힌다. 축소의견이 절대적인 과반의견이 아니라는 얘기다. 압도적인 찬성을 나타낸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항목과는 성질이 크게 다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렇게 경중이 다른 두 항목을 동등하게 엮어 중단된 원전공사는 재개하고 향후 원전은 축소하겠다며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함께 의결했다. 조랑말이든 명마든 같은 말이니까 패키지로 말 2필이라고 포장해 같은 값에 팔겠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원전을 재개해야 한다는 집단에서 탈원전을 추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과를 먹고 싶다는 사람이 사과를 박스로 주면 거절하겠다는 것이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던 한 인기연예인의 발언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후속조치 과정에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말 국민의 뜻을 무겁게 느끼고 있는 지 묻고 싶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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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전반 및 자동차·방산 업계를 맡고 있는 김은배 기자입니다. 기저까지 꿰뚫는 시각을 연단하며 매 순간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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