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 동력 저하 우려…살아있는 권력 겨누는 모양새

▲ 지난달 10일 임종석(왼쪽) 비서실장과 전병헌 정무수석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시작에 앞서 티타임을 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및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현직 검사가 지난 6일 서초동의 한 건물에서 몸을 던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같은 혐의를 받던 국정원 소속 변호사는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 일주일새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두 명이 죽음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자 현 정권의 적폐청산 하명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던 검찰이 칼끝을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현직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옛 보좌진들을 구속하거나, 탁월한 기획력을 선보이며 능력자로 거론되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재판에 넘긴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희생양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희생양설에 대해 짚어봤다.


‘운동권 출신이 장악한 靑’‥권력 투쟁 신호탄?


복수심 녹아든 과잉수사?…野 “윤석열 손 떼라”


국정원 소속 변호사와 현직 검사가 잇달아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국정원 소속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으며, 현직 검사는 지난 6일 서초동의 한 건물 4층 화장실 밖으로 몸을 던졌다.


이들은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 및 재판을 방행한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른 인물들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및 재판 방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현직 검사와 국정원 소속 변호사가 잇달아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자, 검찰 내부에선 현 정권의 적폐청산 하명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비판기류가 감지됐다.


아울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무일(검찰총장)-윤석열 책임론’을 제기하며 이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검찰 내 비판기류와 검찰 수뇌부에 대한 거센 사퇴압력이 제기되자, 이명박·박근혜 정권 적폐 수사에 집중했던 검찰은 전병헌 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옛 보좌진들을 구속하거나, 왜곡된 성인식 논란을 일으켜 야권으로부터 거센 사퇴압력을 받아왔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기는 등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이 내부 분열을 차단함은 물론 적폐 수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반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균형을 맞추는 등 물타기 차원에서 청와대 인사들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과도한 적폐 수사 물타기 희생양?


다른 한편에서는 ‘희생양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희생양의 주인공으로 전병헌 정무수석이 거론된다.


전병헌 수석의 옛 보좌진들의 구속은 검찰이 가지치기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몸통인 전 수석을 정조준하기 위한 수순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재승인을 앞두고 있었던 롯데홈쇼핑은 당시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원의 후원금을 냈는데, 한국e스포츠협회는 전병헌 수석이 협회장을 지낸 곳이다.


롯데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낼 당시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으로 롯데홈쇼핑 재승인 관련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따라서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낸 3억원의 후원금에 대한 대가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롯데홈쇼핑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진행될 당시 전 수석의 금품 로비 의혹설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전 수석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던 검찰이 최근에서야 전 수석의 옛 보좌진들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8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거론하며 “보수정권을 겨냥한 과도한 적폐 수사를 물타기 하기 위해 검찰과 청와대가 전 수석을 희생양으로 내세운 게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靑, 전병헌 둘러싼 수사에 무대응 일관…권력 내부 알력설’이란 기사에서 “전 수석 수사를 둘러싸고 여권과 청와대에서는 권력 내부 알력설이 제기되기도 했다”면서 “3선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전 수석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학생운동권 출신인 문재인 정부의 40·50대 핵심 실세들과는 성향이 달라 가끔 의견 충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 수석은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해왔지만 여권의 전폭적 지원을 얻지는 못했는데, 이 같은 내부 권력 갈등에서 전 수석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전병헌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물을 마시고 있다. 전 수석은 옛 보좌진이 한국e스포츠협회 기업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사진제공 뉴시스)

의도적 연출과 그 효과?


앞서 언급한 익명의 정치권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전희경 의원도 청와대 국감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등 주사파 전대협과 운동권 출신들이 청와대를 장악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이들과는 성향이 달라 간혹 마찰을 빚었던 전 수석은 알력 다툼에 밀린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현직 검사와 국정원 소속 직원이 잇달아 자살하자, 여론 악화로 인해 적폐수사 동력 저하를 우려한 검찰과 청와대가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살아있는 권력도 겨눈다는 모양새를 의도적으로 연출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의도적 연출의 희생양은 운동권 출신 인사들과 성향이 달라 간혹 마찰을 빚은 전 수석이라는 것.


즉, 검찰 내부를 다독이면서도 이명박·박근혜를 끝까지 정조준하기 위해 희생양을 내세운 것이란 주장이다.


의도적 연출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으나 현 정권 지지자들에게는 ‘청와대 인사라도 성역 없이 부패척결에 나서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역시 다르다. 이를 바탕으로 적폐청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청와대 운동권 출신 인사와 전 수석 간의 알력 다툼설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여권 내에서 청와대 권력 내부의 압력설이 제기된다”며 “임 실장보다 전 수석이 나이가 많고, 실세와 성향이 달라 의견 출동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물었다.


이에 임 실장은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선 전 수석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쪼개기 편법 증여’에 대해선 ‘합법적인 절세’라며 적극 방어하던 청와대 내에서 ‘전 수석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 자료-지난 6일 청와대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공개한 명단.jpg

‘피해자였던 윤석열, 수사 진두지휘’…‘공수’ 뒤바뀐 상황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하명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윤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수사팀장이었는데, 투신자살한 변창훈 검사는 당시 파견 검사로 국정원에 몸담고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과 파견 검사들은 당시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 수사팀을 속이고 수사와 재판을 방해했다고 한다.


아울러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지검장은 박근혜 정권에서 좌천됐다.


이런 윤 지검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및 재판 방해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즉, 국정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 방해를 받았고, 좌천까지 됐던 피해자가 정권이 바뀌자 당시 수사를 방해했던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를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지검장의 사적 복수심이 녹아든 과잉 수사가 일주일새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8일 윤석열 지검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더욱 철저히 보장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윤 지검장이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사건을 재배당하거나 특임검사 임명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