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G엔터테인먼트가 공을 들인 예능 '믹스나인'이 되레 수장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막말 행보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과거 실적에서 한국 산업 변방으로 치부된 연예계는 그간 ‘한류 확산’에 따른 급성장으로 어느덧 우리 사회를 먹여 살리는 시장의 한 축으로 어엿하게 자리 잡았다.


최근 급성장한 연예 시장…도덕적 의무감도 커져야


이처럼 커진 입김만큼 도덕적 의무감 역시 커져야 할 터. 하지만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 가운데 하나인 ‘갑질 문화’는 연예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국내 연예계의 대표적인 큰 손인 YG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꺼내든 JTBC ‘믹스나인’이 여론의 도마에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YG 수장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막말과 성희롱 등 방송 내 ‘슈퍼 갑질’ 행태가 네티즌들의 맹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요계 방송시장을 점령한 서바이벌 오디션 콘셉트로 제작된 JTBC ‘믹스나인’은 양 대표 프로듀서가 전국 연예기획사를 직접 방문해 숨은 실력자를 발굴해내고 이들에게 이른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비롯한다.


결국 자연스레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된다. 중립성을 잃은 평가자의 막강하면서도 부당한 지위가 공식적으로 보장되는 셈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란 특성상 대중의 용인이 일정 부분 보장되지만 최근 방송을 통해 드러난 양 대표 프로듀서의 언행은 도를 넘어섰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양 대표 프로듀서를 향한 대중의 비판은 ‘믹스나인’ 첫 방송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29일 방송분에서 양 대표 프로듀서는 짧은 치마에 망사 스타킹 등의 복장을 착용한 여성 연습생들을 두고 “낯설지만 좋다”면서 “왜 우리 아이들(YG 소속 아티스트)은 나에게 이런 거를 안 해주지?”란 발언을 해 여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한 ‘성희롱’ 논란을 자초했다.


같은 날 방송에서 양 대표 프로듀서는 유명작곡가 ‘용감한 형제’를 비하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성희롱·막말성 발언…시청자 ‘웃음’ 부르긴 역부족


자신이 소유한 독일제 최고급 승용차를 ‘용감한 형제’ 역시 소유했다는 사실을 알고 양 대표 프로듀서는 “얘가 이렇게 시건방을 떤다니까”라든가 “지금 얘가 이런 차고 타고 다닐 때가 아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등 자칫 오만하게 비칠 수 있는 농담을 건네 대중의 공분을 산 것이다.


아무리 ‘용감한 형제’가 YG 소속 당시 양 대표 프로듀서와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았다고 해도 이미 퇴사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자신과 동일한 수준의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고 상대를 비하하는 지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이나 웃음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 정서에 민감한 최고급 수입산 자동차를 가진 양 대표 프로듀서에 반해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가 국산 SUV 차량을 소유한 사실이 엉뚱하게도(?) 재조명되고 있는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그간 자신의 꿈을 위해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을 거쳐 테스트를 받는 연습생들을 심사하는 위치임에도 양 대표 프로듀서가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심사관을 드러내 의심의 눈초리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 대표 프로듀서는 당초 공지하지도 않은 룰을 돌연 적용, 연습생들의 공연 뒤 ‘타 오디션 출신 연습생 배제’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슈퍼스터K’ 출신 손예림과 ‘프로듀스 101’ 출신 박소연이 모두 탈락한 반면 자신이 출연한 ‘K팝스타’ 출신 이수민은 합격했다.


양 대표 프로듀서 막말 논란의 정점은 5일 전파를 탄 두 번째 방송에서 찍었다. 이날 방송에서 양 대표 프로듀서는 ‘코코소리’ 출신 김소리를 향해 “아이돌 하기엔 많은 나이”라며 “은퇴할 나이 아닌가. 이 나이 동안 뭘 했나”라고 이른바 ‘독설’을 날렸다.


애써 미소 지으며 대답한 김소리에게 양 대표 프로듀서는 “코코소리, 1집 내고 망했잖아. 되는 것은 없는데 하는 것만 많네”라고 했다. 아직 김소리는 자신의 무대조차 펼쳐 보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양 대표 프로듀서의 독한 발언이 28살 한 여성 참가자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믹스나인’에 공들인 YG…시청률 1%대 그쳐


다만 김소리가 그 나이(?)가 되기까지 노력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실을 내지 못한 데 대해 국내 최대기획사 대표 명함을 들고 나온 양 대표 프로듀서가 이에 대한 이유나 극복방법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되레 다른 아이돌에 비해 나이가 많은 점과 그간 성공하지 못했다는 현실적으로 극복 불가능한 점만을 부각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데 대해 지적한 여론의 비난은 일견 정당해 보인다.


현재 시청률 1%대에 그치고 있는 ‘믹스나인’의 부진은 참가자들보다는 이런 양 대표 프로듀서의 언행에 초점이 집중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양 대표 프로듀서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YG가 ‘믹스나인’에 들인 공은 엄청나다.


본격 방송에 앞서 YG 측은 홍보 라인을 총동원에 ‘믹스나인’ 관련 진행사항을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수차례 배포한 바 있다.


방송 당사자인 JTBC보다 YG가 ‘믹스나인’ 홍보에 열을 올린 것은 방송사 외주 제작사 격으로 참가한 지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YG가 방송 시작부터 끝까지 사실상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그간 가요시장에 오디션 열풍을 몰고 온 한동철 PD가 YG로 둥지를 튼 뒤 최초로 선보인 YG만의 예능이란 점에서도 ‘믹스나인’에 공을 들였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 빅뱅 태양이나 2NE1 씨엘 등 소속 대표 아티스트를 투입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참가자들에 대한 YG 측의 정확한 비전 제시나 방향 설정 면에선 극도로 미흡했다는 평가다. 프로젝트 그룹 데뷔란 사실만 알려졌을 뿐 이들에 대한 YG의 구체적 지원활동은 여전히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표 프로듀서의 이 같은 행보로 자칫 대형과 중소형 기획사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형 소속사 아티스트를 상대로 한 막말 행태가 그간 잠재된 이들의 불만을 수면 위로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양 대표 프로듀서의 ‘믹스나인’ 행보를 두고 현재 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양현석의 막말 모음’이 나돌아 다니거나 현역 래퍼의 ‘페도필리아(소아성성애증)’을 다룬 가사가 여론의 힘을 얻는 등 양 대표 프로듀서를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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