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중인 중국 내 롯데마트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국과 중국이 해빙 모드로 돌아서면서, 사드 보복으로 중국 현지에서 경영난에 허덕이던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적인 사안으로 인해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드 배치와 같은 사안이 불거졌을 때 중국당국이 언제 입장을 바꿀지 모르기에 이에 따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인해서 현지에 진출해있는 국내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손해 봐야했다. 사드 보복이 본격화 된 지난 3월을 기점으로 국내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반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 9월까지 현대차의 누적 판매량은 275만 5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약 37.2%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기아차 판매량도 40.9%나 폭락했다. 심지어 이 같은 경제 보복으로 인해 대금 지급이 지연되자 부품사가 현대차 납품을 중단하면서, 현대차 공장이 멈추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 같은 경제적 보복은 비단 현대·기아차만의 일은 아니다. 롯데그룹은 사드 포대 용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인해서 무차별적인 보복을 받아야 했다. 롯데는 사드 보복 사태 이후 약 1조원이 넘는 경영 손실을 봤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중국 내 롯데마트에 대해서 영업정지가 계속 됐다. 99개가 롯데마트 가운데 74개 마트가 영업 정지가 됐고 13개는 영업적자로 자체 휴점을 했다. 나머지 12개 매장 역시 반한 감정이 극에 달하면서 매출이 75%나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중국 현지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은 지불됐어야 했기에 롯데그룹은 벌어들이는 것 없이 적자만 쌓였다. 롯데그룹은 중국 내 롯데마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환경은 좀처럼 나아질 줄을 몰랐고, 결국은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매각’까지 결정한 상태다. 롯데그룹 측은 한·중 관계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와 항공업계 역시 중국 당국의 금한령 등의 조치로 인해서 타격이 심했다. 특히 면세업계의 경우는 매출의 70~80%를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등 의존도가 높았다. 이 때문에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할 수박에 없었다. 국내 면세업계 1위를 달리는 롯데면세점의 경우 사드 보복으로 인해 지난 2분기에 지난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항공업계도 지난해 국적 항공사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평균 10%를 유지했지만, 금한령 이후에는 5~7% 선까지 줄어들었다.


'해결' 국면 들어섰지만 불안함은 여전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이 때문에 한·중 관계가 갈등을 푸는 국면으로 들어서서 기업들은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 매출이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중국 철수나 매각 등 극한의 선택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예전만큼의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 관계 개선이 긍정적이라고 보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사안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경쟁구도가 강화될 경우 이러한 문제가 다시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중국의 이러한 경제적 보복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예로 롯데의 경우는 정부의 요구에 맞춰서 사드 용지를 내줌으로서, 중국 당국의 압박이나 경제적 보복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협조나 도움은 없었으며 피해는 롯데가 다 감당해야 하는 몫이 됐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 협조를 해주고도 남은 것은 막심한 피해 밖에 없었다. 롯데의 경우 용지 제공 문제만 아니었다면 중국 현지 매장 매각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보완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협조하는 정부의 기조나 방침에 협조할 기업을 찾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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