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국립 한국농수산대학교가 잇단 의혹 제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이 학교 교수 4명 중 1명이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주장이 나온데 이어 이번엔 재학생들이 농장실습 과정에서 인권유린과 노동착취 등을 장기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각종 인권유린과 노동력착취…학교, ‘솜방망이 처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종회(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30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농수산대 재학생들은 장기간 이뤄진 현장실습 과정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농수산대 재학생들이 농장에서 10~12개월 간의 장기 현장실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농장주로부터 장시간 노동착취와 인권유린 등으로 고통을 받았음에도 관리·감독주체인 농식품부는 이 같은 사실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 재학생들은 현장실습을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총 15시간에 달하는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렸으며 특히 농번기엔 10일가량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농수산대 현장실습에선 ▲에어컨 없는 방에서 한 여름 찜통더위 생활 ▲농장주 폭언과 노동력 착취 ▲규정 무시한 실습교육 등이 자행됐다는 갖가지 의혹들이 이날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를 토대로 학교 측은 지난 16∼26일 기간 실습생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 침해 여부와 실습장 내 숙박시설 운영 실태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전체 실습장 203곳 가운데 무려 17.7%에 달하는 36곳의 주거 환경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34곳(16.7%)은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고, 심지어 2곳은 숙소로 ‘창고형 컨테이너’를 제공했다. 또한 농장주 폭언이나 장시간 노동 강요, 학과목과 무관한 농사일 지시 등 인권유린과 노동력 착취행위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24건이나 접수됐다.
홍문표, “농수산대 교수 4명 중 1명 각종 비리 연루”
하지만 이 같은 각종 의혹에도 학교당국이 관계자들을 상대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등 모호한 태도로 일관, 결국 ‘농장주 봐주기’ 조사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 농장주가 여학생 숙소를 지켜보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했음에도 대학 측은 해당 농장주를 두둔한 듯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해당사안과 관련, 학교 측은 결과 보고서에 ‘현장교수, 즉 농장주는 실습생을 딸처럼 생각해 낯선 곳에서 혹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작성했다.
또한 대학 측은 인권 유린과 노동력 착취 등을 폭로한 총 24건의 설문조사 결과 가운데 11건을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종결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농수산대는 이미 ‘교수비리 의혹’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교수 4명 중 1명 이상이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이다.(관련기사: 10월11일자/ 홍문표 의원, "국립 한국농수산대학 비리온상 전락…교수 4명 중 1명 비리 연루" http://www.sp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93072)
홍문표(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농수산대에선 최근 교수 채용과정에서 특정지원자에게 부당하게 점수를 몰아줘 합격자가 뒤바뀐 사실이 확인됐다.
또 교수채용 후보자와 같은 부서에 근무한 경력이 있거나 공동연구 실적이 있는 교수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해 부정한 방법으로 교수채용이 이뤄졌으며, 이외에도 향응수수와 허위 인건비 청구, 물품관리 부실, 성적조작 등 각종 불법 비리 행위가 적발됐다는 주장이다.
현재 농수산대엔 현장실습 교육에 정부 예산 약 34억 원이 투입되는 등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정부와 학교당국의 보다 철저한 감시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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