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반복된 유치원 입학 추첨 대란의 개선책으로 제시된 '처음하나로' 온라인 시스템이 사립유치원들의 참여 거부로 시행 초기부터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매년 반복된 유치원 입학 전쟁에 따른 대안으로 원서접수 및 추첨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처음학교로’란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사립유치원들의 반발로 또 다시 ‘대란’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어린 자녀 입학을 위해 학부모들이 줄을 지어 밤새 대기하거나 여러 유치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방황하는 이른바 ‘유치원 추첨 대란’이 또 다시 예고된 것이다.


‘처음학교로’ 시작부터 ‘삐걱’…사립유치원 “참여 안 한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 등 전국에 걸친 대부분의 사립유치원들은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본격 시행되는 ‘처음학교로’ 시스템에 참여를 거부했다.


최대 사립유치원 연합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처음학교로’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지난해 서울과 세종, 충북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됐던 ‘처음학교로’는 올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 확대, 내달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사립유치원들이 ‘국공립 대비 턱없이 낮은 수준의 지원’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하게 되면 결국 교육비가 저렴한 국공립유치원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유치원 서열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국공립유치원의 입학 추첨은 모두 온라인 전환된 상태다.


앞서 정부가 추진한 국공립유치원 확대에 사립유치원들이 반발했던 상황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부담은 또 다시 학부모나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학부모들은 ‘처음학교로’를 통해 총 3곳의 유치원 지원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사립유치원들의 불참으로 여기서 탈락할 경우 다시 현장 추첨에 나서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기존 없던 시스템이 신설되면서 학부모들은 ‘처음학교로’를 통한 국공립유치원 원아모집 일정과 유치원을 직접 찾아 원서를 제출해야 하는 사립유치원 일정 등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전국 유치원생 70만명 가운데 국공립 14만명 불과


지난해 기준 전체 유치원생 70만4,138명 중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학생은 14만349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사립유치원의 비중이 큰 셈이다.


‘처음학교로’ 신설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식은 것은 최근 서울시교육청 설명회에서 극명히 나타났다. ‘폭발적 관심’을 끌었던 지난해와 달리 지난 26일 열린 올해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의 수는 10여 명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교육당국의 ‘오락가락’한 행정이 이 같은 유치원 대란 위기에 한몫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교육부는 ‘처음학교로’ 신설에 사립유치원들을 의무적으로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올해는 이들 자율에 맡기겠다는 취지로 한 발 뺀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매해 11월~2월 이른바 ‘유치원 입학 시즌’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보다 나은 유치원에 보내기 위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통상 유치원들은 추첨 당일 학부모를 현장에 불러 공을 뽑는 방식으로 입학 추첨을 진행하고 있어 이들 학부모의 현장 참석은 필수다. 따라서 맞벌이 부모들의 경우 일부러 휴가를 내거나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야 하는 등 생활 속 큰 불편을 매년 겪고 있는 상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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