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 진흙탕-劉 독선-安 불통·독재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통합포럼이 주최한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바른정당 유승민(왼쪽)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 시즌에 정치권 지형 재편을 불러올 통합 바람이 불었다가 다소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간 보수통합 움직임에 이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중도통합 여부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으나 보수통합은 친박계의 반발로, 중도통합은 국민의당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통합 조건 제시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에 대한 호남 인사들의 반발로 통합의 열기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다만, 보수통합의 경우 박근혜·서청원·최경환 출당 여부에 따라 다시 급물살을 탈 여지가 남아 있고, 중도통합은 정책연대에 이어 성공적인 지방선거연대가 이뤄진다면 다시 통합의 불씨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의리로 포장된 친박의 정치적 안위를 위한 이전투구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유승민 의원의 불통·독선으로 통합 바람은 한낱 스쳐지나가는 가을바람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통합의 장애물로 지목된 친박의 이전투구와 안철수·유승민의 불통·독선에 대해 살펴봤다.


8선 국회의원의 볼썽사나운 이전투구


南 “새로운 보수의 출발을 의미한다”


올해 국정감사는 문재인 정부 첫 국감이라는 점에서 여론이 이목이 집중됐던 게 사실이다. 정치권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은 각각 ▶적폐청산 국감 ▶신(新)적폐 및 무능심판 국감 ▶기득권 양당 견제 및 민생중심의 정책국감 등을 내세워 국감 이슈를 주도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국감 일정과 맞물려 정치권의 지형 재편을 불러올 통합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문재인 정부 첫 국감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줄어든 게 사실이다.


먼저 통합 바람을 불러일으킨 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보수통합 움직임이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는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독주 견제,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및 정부여당의 적폐프레임 등 보수 궤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보수가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지지율 고공행진을 뽐내고 있는 정부여당을 상대로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분열된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이유도 보수통합의 명분으로 작용됐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맏형 서청원,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의원의 출당 여부가 보수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여부가 통합에 대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으로 거론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국당 윤리위원회가 지난 20일 이들에게 탈당 권유 징계조치를 내리자,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8선 국회의원으로 한국당 원로 반열에 오른 서청원 의원은 보수 궤멸 위기에도 보수재건을 위한 ‘고뇌의 찬 결단’은커녕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약점인 ‘성완종 리스트’를 꺼내 들어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는 행태를 선보였다.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당시 서 의원에게 전화해 서 의원 측근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번복)회유를 요청했다는 게 서 의원 측의 주장이다.


윤승모 전 부사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에 따라 홍 대표에게 1억원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인물이다.


서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다른 친박들 살리려고 박근혜 정권이 사건을 만들어 1년 6개월간 고통을 받았던 소위 성완종 리스트의 최대 피해자”라며 “사건 수사 당시 2015년 4월 18일 서청원 의원에게 전화를 해 ‘나에게 돈을 주었다는 윤모 씨는 서 대표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어 “서 의원 측근들이 찾아와 내가 그를 출당시키면 폭로 할 듯이 협박하고, 그 전화 녹취록이 있다고 하면서 검찰총장과 대법원장에게 진정서를 제출해 매장시키겠다고 하기도 했다”면서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서 내가 회유를 했는지 아니면 거짓증언 하지 말라고 요구 했는지 판단을 한번 받아보자”고 맞섰다.


▲ 지난 2014년 4월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인터내셔널 5층에서 '투데이 포럼' 주최로 서청원 새누리당 국회의원(오른쪽)이 초청강사로 나서는 세미나에 참석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왼쪽)와 서 의원이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

“차라리 애국당으로 가라…보수 역적으로 기억될 수도”


이후 홍 대표의 미국 방문과 서 의원의 해외 국감 일정으로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지난 26일 해외 국감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서 의원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모레(28일) 홍 대표가 돌아오니까 그 때 (녹취록과 관련한)제 정확한 입장을, 팩트를 말씀드릴 기회가 올 것”이라며 “보좌진의 얘기도 듣고 하루 이틀 정도 그동안 있었던 일이나 흐름 등을 보고 제 생각을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며 진흙탕 싸움 2라운드를 예고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진흙탕 싸움의 승패를 가를 녹취록에 서 의원에게도 불리한 내용도 담겨 있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대표와 서 의원 간의 진흙탕 싸움과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보수야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친박계가 표면적으론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문제 삼아 이를 배신으로 규정하고 반발하고는 있지만, 그 속내는 자신들의 정치적 안위와 정치생명 연장 때문에 성완종 리스트를 꺼내 든 것 아니냐”며 “그게(정치적 안위와 정치생명 연장) 아니라 진심으로 박 전 대통령과의 의리를 위한 것이라면 분란 일으키지 말고 조원진(대한애국당 공동대표)과 정미홍(대한애국당 사무총장), 변희재(대한애국당 정책위의장)가 있는 대한애국당으로 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관계자는 “태극기 집회나 대한애국당도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을 비난만하지 말고, 자신들의 당으로 모셔 가면 되는 거 아니냐”며 “제1야당이 박근혜·서청원·최경환을 위한 당이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한국당이 도대체 언제까지 박근혜와 친박만을 위한 당이어야 하느냐”며 “보수 궤멸을 막고 보수재건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국정 농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박 전 대통령과 친박의 그림자를 지워야 할 때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서 바른정당 자강파도 함께하는 보수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서청원 의원을 겨냥해 “당 원로 쯤 되면 정치인생 막바지에 보수 재건을 위해 희생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훗날 보수우파의 역적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 대표가 대표직을 걸고 국정 농단 세력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홍 대표의 대표직을 건 승부수를 응원하고 주시한다”며 친박 청산을 응원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당내 권력투쟁이 아니라 새로운 보수의 출발을 의미한다”며 “한국당 내부에서 국정 농단 세력을 몰아내려는 행동이 시작됐다는 점은 (긍정적)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저 스스로 마무리 짓지 못했던, 그래서 새누리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는데, 그 힘든 (국정 농단 세력과의)싸움이 다시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해외국정감사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유승민의 독선…통합 제동 단초 제공


安 바른당에 구걸?‥고집·불통 아쉬움


호남 반발 사기에 충분했던 유승민


느닷없이 성완종 리스트를 꺼내들어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간 친박계의 이전투구로 보수통합에 제동이 걸렸다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제동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독선이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경우 지지율이 20% 가까이 상승하면서 한국당을 제치고 민주당에 이어 2위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통합론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정치권에선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는 등 중도통합론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다.


이런 가운데 유승민 의원은 지난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같은 안보 상황에서 과거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한 안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면, 또 특정 지역(호남)에게만 기대는 지역주의를 과감히 떨쳐내겠다고 한다면 그런 분들과 통합 논의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의당이 대북유화정책인 햇볕정책과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 탈피하면 당대당 통합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의석수 20석으로 겨우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마저도 언제 깨질지 모르는 바른정당이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다름없는 햇볕정책과 호남을 탈피하면 통합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나오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이었던 국민의당 동교동계와 박지원·정동영·천전배 의원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인데, 유승민 의원은 국민의당이 햇볕정책과 호남 위주를 버려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바른정당이 한국당과는 달리 개혁적 중도보수 성향을 띠고 있다지만 호남 인사들은 정책연대면 모를까 통합까지 하는 건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유 의원이 탈햇볕정책과 탈호남이라는 당치도 않는 조건을 제시하니 이에 대한 반발과 거부감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도 앞서 언급했던 남경필 경기지사가 등장한다. 유 의원을 깨끗하고 따뜻한 개혁보수의 대표주자 중 하나로 치켜세웠던 남 지사는 국민의당에 당치도 않은 통합 조건을 제시했던 유 의원에 대해 “민주주의가 무엇이냐,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이라고 비난했다.


남 지사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와 같이 비판하며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에게 ‘갈 테면 가라’고 말하고, 한국당은 아무리 노력해도 통합할 수 없고, 국민의당은 안보관이 불분명해 안 된다고 주장하면 대체 누구와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오직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이고 민주적이 않고, 이런 태도는 통합을 내치고 분열을 초래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유 의원의 독선으로 정치권 지형재편을 불러올 통합 바람이 사그라지자,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야 할 남 지사의 안타까움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정론관에서 개혁보수가 나아갈 길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유 의원은 개혁보수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정당을 같이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통과 리더십 부재 안철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제동은 비단 유 의원의 독선 뿐만은 아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 대표의 경우 중도통합론의 불씨가 됐던 국민정책연구원 여론조사를 당 중진들과 상의도 없이 추진했다고 한다.


또 당 혁신기구인 제2창당위원회가 전국 시도당·지역위원장 일괄사퇴를 제안한 것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자리 비워놓기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아울러 유승민 의원이 지난 22일 탈햇볕정책 및 탈호남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개혁보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정당을 같이 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정체성이 다른 국민의당과 통합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던지자, 안 대표는 다음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바른정당은)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고, 여러 복잡한 상황에서 일단은 내부용 메시지라고 해석한다”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팎에선 ‘안 대표가 바른정당에 통합을 구걸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흘러 나왔고, 호남 인사들 사이에선 안 대표가 통합을 강행할 경우 탈당도 불사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됐다.


결국 호남 인사들의 탈당 여론까지 대두되자 안 대표는 한발 물러나 바른정당과의 정책·선거연대로 방향을 틀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양당 통합파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비정규직 정책, 최저임금 정책, 소득주도성장, 선거구제개편 등에서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해 정책 공조를 이뤄가길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정책연대를 통해 찰떡 공조를 이룬 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성공적인 선거연대를 지렛대 삼아 최후에는 당대당 통합까지 이어질 것이란 장밋빛 미래를 점치고 있다.


그러나 정체성이 확연히 다른 유승민 의원과 호남 인사들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통합론은 당장은, 그리고 아마 영원히 물 건너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가 더 소통을 해 가지고 당 중의에 따르는 것이 지도자”라며 “자기 고집대로 끌고 간다고 하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정동영 의원도 이날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의 시도당·지역위원장 일괄사퇴 종용을 질타하며 “독재적 발상”이라면서 “대표가 (시도당·지역위원장을)물러나라고 해서 물러난다면 정당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아무리 당 대표라지만 통합을 염두에 두고 시도당·지역위원장 일괄사퇴를 추진하거나, 통합론의 불씨가 된 여론조사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실시해 버리니 호남 중진들 입장에선 불통·독재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독재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안 대표는 “당내 의견들을 다 모으고도 다르게 결정하는 것이 독재”라며 “의원총회와 중진 회의를 통해 당내 의견을 모아 (통합이 아닌 정책·선거연대로)결론을 냈는데, 민주적으로 뜻을 모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독재가 아니라는 안 대표의 반박에도 당내 일각에서는 ‘안철수의 리더십’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와 함께 사퇴론도 고개를 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같이 국민의당 호남 인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통합 조건 제시로 중도통합을 제 발로 걷어찬 유승민 의원의 독선, 통합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호남 중진들과 상의도 없이 인위적으로 밀어붙였던 안철수 대표의 고집·불통, 두 의원의 정치력 부재로 중도통합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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