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이른바 '키코 사태'와 관련, 최근 재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KIKO)’란 이름의 통화옵션상품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중소기업들이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 사건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정치권에서 해당 사건을 ‘금융적폐 중 하나’라 규정하며 재수사를 요구한 데 이어,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최근 피해 중소기업은 물론, 시민사회로까지 번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키코공대위 등 시민사회, ‘키코 사태’ 재수사 기자회견 예고


26일 키코공동대책위원회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금융정의연대 등 8개 시민단체는 이 같은 취지의 기자회견을 오는 27일 서울 서초동 소재 대검찰청 앞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13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해당사안과 관련, 재수사를 시사한 바 있다. 이 총리는 당시 “은행이 수수료가 없다고 말한 것이 거짓이냐의 문제인데 금리 0.2%가 수수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키코공대위에 따르면 이들이 앞서 정보공개 청구 끝에 확보한 서울중앙지검 수사 보고서에선 하나의 녹취록이 발견됐다.


여기엔 “SC제일은행 본점 딜러와 지점 담당자가 키코가 선물환보다 40배 많은 이득을 남길 수 있으니 ‘제로 코스트’라고 속여서 그쪽으로 유도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키코 사태는 대표적인 금융적폐 사건”이라며 “은행들은 파생금융상품을 환헤지 상품으로 홍보하며 판매했고, 실질적으로 피해기업들에 계약을 맺도록 유도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금융사기’란 것이다.


이어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조차도 은행이 기업을 상대로 사기 친 투기상품으로 규정했을 정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에 따르면 ‘키코 사태’에 휘말린 약 1천여 개에 달하는 기업들의 피해 규모는 최소 3조원 수준이며 도산·상장폐지 등으로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까지 합할 경우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C제일은행 본점 딜러-지점 담당자 간 녹취록 공개


이들 단체는 “‘키코’는 중소기업이 제한된 기대이익을 대가로 무제한의 위험에 처하게 되는 파생금융상품”이라며 “중소기업들은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환율이 폭등해 은행과 약속한 환율로 지급하기 힘들어졌고 일부 중소기업들은 파산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키코의 수수료가 없다’는 은행들의 주장은 거짓이었다”면서 “이는 고객들을 명백히 기망한 것으로 지금이라도 철저한 재수사를 통해 확실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키코 사건’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정무위 소속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키코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당시 박 의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소기업이 잘못된 환헤지로 엄청난 손실을 내고 폐업·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다른 국가는 ‘키코’ 판매 은행을 ‘사기죄’로 처벌한 데 반해 국내 검찰은 이들 은행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키코 사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환율 급등에 따라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잘못된 환헤지로 막대한 손실을 내고 이에 가입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폐업 또는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에 들어간 대표적 금융사건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