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른+한국당 일부’ 60+α석…통합 중도신당 탄생?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통합포럼이 주최한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안철수(오른쪽) 대표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난주에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보수통합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르더니, 이번 주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강파의 통합 바람이 불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시 중도통합이라는 시너지 효과로 인해 지지율이 20%에 육박할 것이란 국민의당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양당의 통합 여부가 정치권 지형재편의 또 다른 변수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중도 진보성향의 국민의당과 중도 보수성향을 띠고 있는 바른정당은 중도라는 교집합 외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양극단 기득권 세력 견제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그럭저럭 통합 명분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체성과 그 뿌리가 달라 현실적으로 통합은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대한 명암(明暗)을 예측해 봤다.


국민의당 여론조사‥‘통합 도화선’


선도정당 VS 안보 불협화음 명암


중도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에 ‘통합’이라는 외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자강파는 자강을 통한 보수개혁을 주창하고 있지만, 김무성 고문을 비롯한 바른정당 통합파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무게를 싣고 있어 보수통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까지 통합론에 가세하면서 바른정당은 더 이상 자강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13~14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의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9.3% ▶자유한국당 15.0% ▶국민의당 6.4% ▶바른정당 6.8% ▶정의당 5.4%로 집계됐다.


여기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경우,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3% ▶한국당 15.6% ▶국민·바른 통합당 19.7% ▶정의당 5.3%로 조사됐다.


이는 각각 7%에도 못 미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경우 지지율이 20% 가까이 상승하면서 한국당을 제치고 민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와 관련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대표가 여론조사를 직접 지시한 것이냐’는 물음에 “정치권에서 이합집산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이 난무해서 국민정책연구원에서 민심 파악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최근 제2창당위원회가 조직혁신이라는 명분으로 기존 시도당·지역위원장들의 총사퇴론을 제기한 것도 결국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도당·지역위원장직이 공석이 되면 통합 과정도 그만큼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와 시도당지역위원장 총사퇴 등 국민의당 측의 일련의 움직임을 계기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중도통합 움직임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오전 비공개로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찾았고, 김 원내대표와 주 권한대행은 양당 간 연대 및 통합 문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강하게 입법 드라이브를 걸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함과 동시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등 양극단 기득권 정치를 견제 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또한 주 권한대행은 지난 주말 안철수 대표를 만나서도 통합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데로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했으며, 바른정당은 전당대회 직후 새 지도부를 통해 통합 논의를 공식화하겠다는 입장이다.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통합포럼이 주최한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김동철(오른쪽)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당 일부 동참?…바른정당 통합파 급선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은 ‘당 대 당 합당’ 형식이라기보다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강파 간의 ‘부분통합’으로 읽혀지고 있다.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을 비롯한 통합파는 이미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강파 의원 10여명이 통합하는 형식이 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다만, 바른정당 자강파 수장인 유승민 의원의 경우 뜻을 같이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한국당 일부 인사들이 뭉치는 중도·보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인 한국당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조치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20일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하는 징계 조치를 의결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거부감을 보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친박계의 극심한 반발로 일부 비박계 인사들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강파 간의 통합 움직임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지난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에 통합 논의가 이어지면 한국당에서도 동참할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바른정당 통합파로 분류되는 주호영 권한대행이 국민의당 지도부와 교감을 갖는 등 통합 논의에 긍정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조치를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바른정당 통합파를 친박계가 극렬히 반대할 경우, 바른정당 통합파는 이를 지렛대 삼아 국민의당과의 통합으로 방향을 급선회 한다는 계산이다.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통합포럼이 주최한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앞줄은 바른정당 유승민(왼쪽)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통합 중도신당, 장밋빛 미래?


만약 바른정당 통합파의 급선회와 한국당 비박계 인사 일부가 합류한다는 가정 하에 ‘국민의당+바른정당+한국당 일부’ 형식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60+α석을 가진 ‘통합 중도신당’이 탄생된다.


통합 중도신당은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주장해온 것처럼 명실상부한 리딩 파티, 즉 정국을 주도하는 선도정당이 될 수 있다.


입법과 예산정국 국면에서 집권여당과 제1야당은 통합 중도신당의 힘을 빌리지 않고선 당론이나 주요 법안 등을 관철시키기 어려워진다.


이에 반해 60+α석을 가진 통합 중도신당은 집권여당과 제1야당 사이를 넘나들며 자신들이 관철시키고자 하는 법안 등을 협상카드로 내밀 가능성이 높다.


또한 양극단의 기득권 세력 견제는 물론 높은 지지율을 무기삼아 독주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정부여당과 제1야당은 통합 중도신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비록 100석도 안 되는 60+α석에 불과한 정당이지만 여소야대, 3당 체제 지형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 절묘한 줄타기로 정국 주도권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의 선전으로 이어져 21대 총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햇볕정책과 호남 탈피?‥“양보 못해”


통합 변수 민주당‥친박 압박 한국당


암울한 그림자…“정체성과 그 뿌리가 다르다”


물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통합 중도신당에 장밋빛 미래만 점쳐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한국당 일부는 정체성과 그 뿌리가 다르다. 국민의당은 진보좌파로부터 파생됐고, 바른정당 등은 보수우파로부터 파생됐다.


결국 안보와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와 양극단 기득권 세력 견제를 위한 통합 중도신당이 탄생하더라도 안보 문제를 놓고 서로 상반된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불협화음이 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당내 역학구도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중도성향의 인사들이 모였다지만 뿌리가 다른 집단이 합당한 만큼 당권 등 당내 주도권을 놓고 계파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 중도신당에는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호남 중진들과 통합에 불씨를 당긴 안철수계, 바른정당 통합파 및 자강파, 한국당 일부 등 크게 5개 계파로 나눠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나 당내 주도권 경쟁을 통해 각 계파 간 이합집산 양상이 벌어지면서 계파 갈등이 분출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통합 중도신당이 안보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는 집단이 합쳐진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계파 간 갈등은 필연적이며, 이에 따른 당내 분란은 당연해 보인다.


또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대표와 호남 중진 대표인 박지원 전 대표, 바른정당 통합파 수장인 김무성 고문, 바른정당 대선후보 유승민 의원 등은 정치적 영향력과 무게감이 상당한 인사들이다.


이들의 말 한마디에 여론이 술렁이는데, 이들이 기선제압 차원에서 저마다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기만 한다면 정국을 주도하는 선도정당은커녕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즉,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


호남 인사들의 반발…여차하면 탈당도 불사?


이와 같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한국당 일부 인사가 합류하는 통합 중도신당에 대한 명과 암에 대해 전망해봤지만, 실제로 현실화되기에는 적잖은 무리가 따르게 사실이다.


우선적으로 통합 여부의 도화선이 된 국민정책연구원 여론조사에 대해 국민의당 호남 인사들은 안철수 대표 측의 의도가 내포된 여론조사라며 평가절하고 있다.


국민의당 정대철 상임고문은 지난 19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국민정책연구원 조사는) 조금 의도적으로 보이는 여론조사”라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유도하기 위한 여론조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 고문은 “그쪽 당(바른정당)하고 통합하기 위해서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본다”며 “그렇게 좋아하는 안철수 대표 이하 몇 분들이 그렇게 끌고 가는 거 아닌 건가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정 고문은 아울러 안 대표 측 의도가 반영된 여론조사와 달리 호남 민심은 바른정당 보다 민주당과의 연대·연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나 같은 경우에는 민주당과 통합해야 정체성도 맞고, 또 민주화 투쟁을 같이 했던 사람들의 집단이고, 사촌 정당이고, 뿌리가 같은 민주당 정권이 성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그쪽과 연대나 연합이나 연정이나 혹 궁극에 가서 통합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지난 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이 진척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인데, 유승민 의원은 국민의당이 햇볕정책과 호남 위주를 버려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정동영 의원이나 천정배 의원 등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다수의 중진 의원들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경우 탈당도 불사할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정부법무공단·IOM이민정책연구원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의원이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다.

통합이 달갑지 않은 민주당과 한국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민주당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 추진과 예산 정국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국민의당과의 연대가 불가피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통합 움직임이 달가울 리 없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국민의당에 정책연대 필요성과 협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연합정부’라는 승부수를 띄워 판을 흔들 수 있다.


한국당은 바른정당 통합파의 급선회를 차단함과 동시에 예정대로 보수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출당에 강하게 반발하는 친박 의원들의 당협위원장직을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당무감사를 시작하고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 등 혁신안 실행을 통해 보수통합에 방해요소로 지목되고 있는 친박계를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호남 인사들의 반발과 민주당이란 변수, 보수통합에 속도를 내기 위한 한국당의 친박 압박 등 적잖은 관문을 넘어야 하기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는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에서는 안철수 대표 측과 유승민 의원 측이 통합을 강행한다면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호남 인사들의 민주당으로의 복당,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보수통합을 부추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해체되는 등 뿔뿔이 흩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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