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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IMF 20년’ 흥망성쇠(興亡盛衰)의 기업사[집중분석]영원할 것 같은 재벌家…‘몰락은 한 순간이다’
황병준 기자  |  hwangbj@speconomy.com  |  
승인 2017.10.03  12: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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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대우건설 빌딩(현 서울 스퀘어).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1997년 11월.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한 해를 보내고 있을 당시 한국은 외환 보유고가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금을 긴급수혈 받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구제 금융사태(IMF 사태)다.

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면서 외환보유고는 급감했고,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한국은 IMF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으면서 국가부도 사태의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구제 금융’이라는 또 다른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구제 금융은 우리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고 우리의 희생과 노력으로 2000년 12월 IMF의 모든 차관을 상환, 2001년 8월 IMF 관리 체제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당시 영원할 것 같았던 대기업들은 위기 속에서 속절없이 쓰러져갔고, 이들의 빈자리 또한 재계의 다른 기업들이 차지하면서 경제의 톱니바퀴는 또 다시 굴러갔다.

한때 재계 2위까지 올라갔던 대우그룹은 공중 분해됐고, 한보그룹과 기아, 쌍방울, 뉴코아 등 쟁쟁한 기업들은 재계의 지형도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추석 특집으로 ‘외환위기 20년’을 맞아 한국 재계의 변화된 20년의 세월을 짚어봤다.

통계를 분석, 발표하면서 위기의 순간이라는 표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IMF'다. 국제통화기금을 뜻하는 말이지만 우리에게 IMF는 아픔과 역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신문과 뉴스 등에서 위기의 순간에는 어김없이 ‘IMF 이후'. ’IMF사태 이후‘, ’IMF 사태 후 최악‘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으면서 “또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없다”는 주위 환기와 각성의 충격 요법으로 작용한다.

   
IMF구제금융 공식 요청 당시 신문. <조선일보>

우리에게 위기는 1997년 찾아 왔다. 동남아시아의 외환 위기가 발생하면서 한국 정부의 섣부른 외환관리정책과 한국경제의 위험해 질것이란 외국 자본의 단기차입금 회수로 한 순간 나라의 곳간이 비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1997년 11월 21일 경제부총리가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느닷없이 찾아온 위기

외환위기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차입 경영과 그로 인한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당시 30대 재벌기업의 평균부채 비율이 자기자본의 5배가 넘었다.

30대 재벌 계열사 중 금융과 보험사를 뺀 804개의 부채 총액이 269조9000억원에서 1997년말에는 375조4000억원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평균부채비율이 386.5%에서 518.9%로 뛰는 등 국내 기업들의 몰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우천하’, ‘한보’의 몰락…IMF에 휘청거린 ‘재계 잔혹사’

1997년 30대 재벌 현재 성적표…절반 역사속으로 사라져

외환위기는 재계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영원할 것 같았던 굵직한 대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쓰러지고, 외환위기를 가볍게 생각했던 대기업 역시 직격탄을 맞으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기고 사라져 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그룹이 ‘대우그룹’이다. ‘탱크주의’, ‘세계 경영’으로 국민적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대우지만 IMF위기를 빗겨가지는 못했다.

1997년 당시 대우는 재계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30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자산총액 35조5000억원을 자랑하는 국내 대표 기업 중 하나였다.

대우그룹은 IMF 당시인 1998년 쌍용을 인수하면서 제계 2위로 도약했지만 무리한 사세 확정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례했다. 방만경영과 외환위기, DJ정권과의 악연 등 악재가 겹치면서 대우는 2000년 공중분해 됐다.

한보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한보철강은 1997년 1월 부도를 맞았다. 당시 한보그룹의 재계서열은 14위. 한보는 권력형 금융부정과 특혜대출 비리가 드러나면서 건국 후 최대의 금융부정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한보사태가 남긴 교훈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 연쇄부도는 1997년 부도를 내거나 부도유예가 적용된 대기업은 10여 곳에 이르면서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입혔다.

   
한보철강

한보그룹 이후 4월에는 삼미그룹이 부도가 났고, 진로그룹은 부도유예협약, 5월 대동도 부도유예협약이 적용, 한신공영도 부도처리 됐다.

7월에는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됐으며, 10월과 11월에는 쌍방울그룹과 해태그룹이 화의신청에 이어 12월에는 고려증권과 한라그룹이 잇따라 부도처리 됐다.

1997년 30대 그룹을 살펴보면 재계 1위는 현대그룹이었다. 57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던 현대그룹은 총자산 53조6000억원을 보유했고, 삼성그룹이 51조7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LG그룹과 대우그룹, 선경이 3~5위를 차지했으며 10대 그룹에는 쌍용과 한진, 기아, 한화, 롯데그룹이 포함됐다. 금호그룹이 26개의 계열사와 7조5000억원으로 11위를 나타냈으며, 한라와 동아건설, 두산, 대림그룹이 15위 안에 들었으며 한솔그룹과 효성, 동국제강, 진로, 코오롱이 20대 그룹에 포함됐다. 고합그룹이 21위를 차지했으며 동부 22위 동양과 해태, 뉴코아그룹이 23~25위를 차지했다. 아남과 한일, 거평, 미원, 신호그룹이 30대 그룹 집단에 포함됐다.

외환위기의 상처

1967년 대우실업으로 성장한 대우그룹은 1974년 대우전자, 1978년 대우조선공업을 설립하고, 세한자동차를 인수 1983년 대우자동차공업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7년 재계 4위로 뛰어오른 대우그룹은 2000년 공중분해의 아픔을 겪었다.

   
 

당시 재계 6위의 쌍용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모기업이었던 쌍용양회공업만 남기고, 쌍용건설과 쌍용정유(현 에스오일), 쌍용중공업(현 STX그룹)이 모두 그룹에서 분리됐다.

80~90년대 리비아 대수로 공사 등으로 중동지역 개발에 앞장섰던 동아그룹은 성장세를 이어가다 1997년 IMF위기를 맞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 1998년 5월 해체됐다. 이후 동아건설만 남기고 전부 해체시킨다는 채권단의 발표로 동아생명은 2000년 4월 금호생명에 흡수됐다. 동아건설 역시 2000년 11월 부도가 발생해 사실상 명운을 다하게 됐다.

1924년 평안남도 용강에서 설립된 진로그룹은 진로를 비롯해 진로종합식품, 진로쿠어스맥주, 진로산업, 삼원, 진로건설, 우신공영, 진로엔지니어링 등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재계 20위권 내에 들기도 했으나 무리한 시세 확장이 발목을 잡으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 여파에 몰리자 ‘부도유예협약’에 따라 정상화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으나 9월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및 화의신청에 들어갔다. 1998년 3월 핵심계열사인 진로와 진로종합식품 등 6개 계열사가 법원에 법정관리 화의신청개시에 대한 인가결정을 신고, 1999년 12월 진로쿠어스맥주를 OB맥주에 매각한 데 이어 2000년 2월 진로의 위스키 사업부문인 진로발렌타인을 영국에 양도했다. 진로는 2005년는 10월에 하이트맥주 기업집단에 편입됐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의 순간…IMF 딛고 정상 오른 대기업

‘샐러리맨 신화’의 영광 어디로…“위기는 예고하지 않는다”

해태그룹은 97년 11월 해태제과의 부도에 이어 이듬해 15개 계열사 중 해태상사와 해태타이거즈만 남고 해체됐다. 1999년 해태산업의 제과사업부문과 해태가루비는 해태제과에 흡수·합병됐고, 해태상사, 해태중공업, 대한포장, 해태텔레콤, 해태I&C 등은 파산됐다. 2000년 5월 법정관리 이후 11월 시장에서 사라졌다.

‘아남그룹을 아시나요?’

1956년 아남반도체를 시작으로 성장한 아남그룹은 국내 최초로 반도체사업에 뛰어들면서 반도체산업의 개척자로 불린다. 1974년 일본 마쓰시타와 합작해 컬러TV를 국내 최초로 생산했으며 이후 AV기기, 가전 등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하지만 1999년 2월 워크아웃이 확정되면서 최대주주였던 엠코테크놀러지는 2002년 9월 금호그룹에 주식을 매각했다. 아남반도체는 2004년 동부그룹에 합병됐다.

   
 

부동산사업으로 대기업 반열에 올랐던 거평그룹은 1998년 5월 해체됐다. 부동산으로 사세를 확장한 나승렬회장은 1991년 거평식품과 대동화학을 인수, 1994년 1월 공기업 민영화 1호인 대한중석을 인수했다. 1995년에는 한국시그네틱스를 인수했으며 10월에는 포스코켐과 정우석탄화학을, 1996년에는 강남상호신용금고와 새한종합금융, 1997년에는 태평양패션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매년 3~5개 회사를 인수한 거평그룹은 이이로 인해 30대 대기업집단에도 진입됐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자 급속한 성장의 후유증으로 생존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고금리와 금융기관의 신규대출 축소, 자금회사 압박 등을 받았다.

1998년 5월 거평그룹은 19개 계열사중 4개사를 남기고 15개 계열사를 부도처리했다. 살아남은 거평시그네틱스는 한국시그네틱스로 상호 변경 후 2000년 영풍그룹에 인수됐으며, 거평제철화학은 동양화학에 인수되어 OCI로 상호가 변경됐다. 한남투자증권은 현대그룹계열의 국민투자증권(현 한화투자증권)에 인수됐다.

독보적 1위 달리는 삼성그룹

이후 20년이 흐른 2017년 현재 30대 재계 순위를 살펴보면 삼성그룹은 세계 초일류 그룹으로 성장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53개의 소속회사를 바탕으로 218조6000억원의 자산총액을 자랑하며 2위에 올라있다.

그 뒤를 SK그룹과 LG그룹, 롯데그룹이 당시의 위기를 이겨내며 성장세를 나타내며 3~5위를 기록하고 있다.

포스코와 GS그룹, 한화, 현대중공업, 농협 등이 10대 그룹 안에 포함돼 있으며, 신세계와 KT, 두산, 한진, CJ, 부영, LS, 대림, 금호아시아나, 대우조선해양 등이 20대 그룹 안에 속해 있다.

그 뒤를 미래에셋과 에쓰오일, 현대백화점, OCI, 효성, 영풍, 케이티엔지, 한국투자금융, 대우건설, 하림 등이 자리하고 있다.

20년 동안 대한민국 재계에서 어떤 기업은 모진 파도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또 어떤 기업은 역경과 파고를 해치고 성장을 이룩했다.

앞으로의 20년 또한 대기업 그룹은 성장과 퇴보를 반복하며, 대한민국의 기업사의 한 페이지를 써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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