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나온 듯이 살다 가렵니다. 임업후계자 귀농이야기

▲ 꾸지뽕농원.

[스페셜경제=이강안 대표]지리산 천년의 기운이 서린 경남 산청 금서면의 해발 400m에 자리 잡은 농원에서 꾸지뽕 17,000평을 직접 재배해 차(茶)와 환(丸)을 생산·유통하고 있는 청년농부 기찬농원 강태길 임업후계자를 만났다.


▲ 산청인터체인지.

통영대전고속도로를 달리다 함양을 지나 산청IC로 나와서 지리산 등산로 초입인 대원사 계곡 방향으로 약 5.8km 더 가다보면 팔봉산 맞은편에 위치한 기찬농원이 있다. 대원사계곡 맑은 물이 흐르는 향양교 다리를 건너 지막마을 표지석을 지나 산청기도원 뒤 기찬농원에 도착하니 ‘과연 산이 좋고 물이 좋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청년농부 강태길 지리산 산골로 들어간 사연은?


▲ 강태길 임업후계자.

청년농부 강태길 임업후계자는 경상대학교 전자계산학과 4학년 때 학교 강의실에서 먹고 자면서 전산직7급 시험 준비를 했는데 시험에 떨어지고 부실한 식사와 잠자리로 인해 귀에 이명현상이 오는 병을 얻게 됐다.


대학 졸업 후 부산의 생명보험 회사에 취직했으나 신입사원 연수 중에 보험영업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만뒀고 행정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백수생활 2년 동안 치료시기를 놓친 귀의 이명현상은 점점 고질병이 됐다.


강태길 씨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전화를 걸 동전이 없을 정도로 정말 어렵고 힘들어서 콜렉트콜로 딱 두 번 전화했는데 한번은 군대에서 두 번째는 부산에서 백수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고향집으로 용돈을 부쳐달라는 전화였다고 한다.


공무원 시험 준비 2년차에 합격하여 경남 사천시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고향인 진주시에서 전통시장을 담당하는 지역경제과부터 총무과 인사과를 거치는 19년 공무원 생활동안에도 고질병이 된 귀의 이명치료를 위해 약초와 한의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 꾸지뽕설명하는 강태길 임업후계자.

공무원 6개월 휴직계를 내고 대학 한방병원에 입원해 이명치료도 해봤지만 완치되지 않아 더 이상 동료들에게 업무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강태길 씨를 아끼는 많은 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복직 일주일 만에 사직하고 모든 것을 탈탈 털어서 스트레스 없고 물이 좋고 산이 좋은 지리산 산골로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소풍 나온 듯이 살다 가렵니다!


▲ 꾸지뽕열매.
▲ 꾸지뽕나무.

강태길 씨는 농약을 주지 않아도 되고 늘 자연과 접하며 혼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생각에 꾸지뽕 나무를 주 작물로 선정했고 밀양꾸지뽕농장을 부지런히 오가며 열심히 배워 꾸지뽕 농원을 만들었다.


꾸지뽕 농원 17000평의 풀베기 작업에 약 2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풀베기하다가 힘이 들 때면 산중턱에 앉아 산 아래 마을을 바라보면서 돈과 승진을 쫒다가 몸을 돌보지 못한 지난 삶을 되돌아봤다고 한다.


지리산 산골 농원의 일상 속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또 내려놓으면서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됐고 살아 있을 때 꾸지뽕 농원을 가꾸며 소풍 나온 듯이 살다, 갈 때는 자연이 준 모든 것을 돌려주고 가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한다.


강태길 씨는 기찬농원 꾸지뽕은 천혜의 재배조건을 갖춘 경남 산청 금서면 해발 400m 지리산 황토 땅에서 따스한 햇살과 청량한 공기, 촉촉한 이슬을 먹고 자라서 자연의 기운이 듬뿍 담겨 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 꾸지뽕환.
▲ 꾸지뽕 환과 차.

농원조성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기 위해 제분소에서 시험적으로 만든 꾸지뽕 환을 드시고 큰형님의 당뇨가 좋아진 체험을 계기로 꾸지뽕 환(丸)과 차(茶) 등 가공식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꾸지뽕 환이 산림청이 주최한 ‘2016년 수출 유망 청정임산물 발굴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고 한국이슬람교에서 할랄식품 인증을 받으면서 꾸지뽕 가공식품의 해외 수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준비해서 꾸지뽕 가공식품의 판매 프랜차이즈 개설과 수출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편집=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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