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책 '트럼프' 아냐…한반도 운전자론 동력 되찾아야
북핵 해결책 '트럼프' 아냐…한반도 운전자론 동력 되찾아야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7.09.23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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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막말'로 한반도 냉전적 대결구도 심화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 국제 평화와 안전을 모토로 한 유엔 총회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거칠고 원색적 표현을 서슴지 않게 사용했다. 특히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비유해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 임무’를 하고 있다”는 북한을 자극시킬만한 단어를 골라 사용했다.

외교적 책임이 실종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을 비롯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를 선전포고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CNN 방송에서는 “국제 외교 정책을 논의하던 외교관들이 당황하며 매우 놀라워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 인사들의 북한 관련 발언 수위는 한층 강경해졌다. 미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공개적으로 대북 군사옵션을 언급했다. 지난 18일 국방부에서 기자들이 ‘서울을 중대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도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군사옵션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상세한 말은 하지 않겠지만 ‘있다’”고 답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도 지난 17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보리가 취할 옵션은 거의 다 취했다”면서 “북한이 만약 무모한 행동을 계속한다면 미국은 스스로와 동맹국을 방어해야 하기에 북한은 파괴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속적으로 대북 군사옵션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만 제 역할을 해준다면 북핵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중국을 북한의 따거(大哥‧큰 형님)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북한은 우방국으로 알려진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간 여러 차례 핵실험을 강행했으며 이달 중국의 최대 외교 이벤트인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일에 맞춰 핵 도발하는 등 잔칫날 제대로 초를 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에도 중국 당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일대일로 (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일에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중국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상하게 했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을 포기한 상황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중국을 방문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풀뿌리를 뜯어 먹을지언정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보면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론으로만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론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고 대북 군사옵션 카드를 내보였다면 한반도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동원하고 있는 대북정책을 ‘미치광이 이론’으로 규정하고 ‘먹히지 않는다’고 평가 내리기도 했다. 미치광이에게는 미치광이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공포를 유발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은 북한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이끌 핵심 리더의 예측불가능성한 태도와 발언은 매우 우려스럽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발언과 태도로 이어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핵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몫으로 온전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북핵 문제에 우리가 더 영향력을 발휘해야한다. 현재까지는 북‧미 대결구도로만 부각돼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운전자론이 무색해져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에 냉전적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기류를 바꿔보기 위해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미갈등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한미동맹의 강조보다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다자 안보협력을 북핵 해법으로 구상한 바를 제시했다.

또 그간 호전적으로 발언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옵션에 대해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고 단호히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압박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선제 공격에 대해 우회적으로 제재를 가한 것이다.

북미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긴장 해소와 한반도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미국에만 매달릴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며 대북정책 방향성을 바꾸는 것도 한반도 긴장 고조에 결정적인 패착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숨가쁜 다자외교에 나선 문 대통령이 귀국 후 북핵과 관련해 한반도 운전자론의 동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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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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