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親朴) 인사 가고, 친문(親文) 인사 모여라”

▲ 청와대 전경.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국정감사가 종료되는 오는 11월 대규모 공공기관장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야(與野)가 자리를 맞바꾸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정치이념 성향의 ‘코드인사’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장관 인사가 예상 밖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산하 공공기관장의 인사 정체가 길어지고 있다.


여기에 긴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가 겹치면서 청와대 등은 산하 기관장 선임 절차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후 국감이 종료되는 오는 11월 경 대규모 산하기관장에 인사가 단행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 수장 공백사태를 맞이한 공공기관과 임기만료를 훌쩍 넘긴 기관,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친박(親朴) 성향이 강한 인사들의 재심임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국감 후 대규모 공공기관장 변화를 미리 살펴봤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여야(與野)가 자리를 맞바꾸면서 지난 정권에서 공공기관장에 임명된 기관장들의 재신임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또한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수장공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인사가 예상 난항을 겪으면서 산하기관의 기관장 인사가 지연되거나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로 머물고 있다.


이에 추석연휴가 끝나고 국정감사에 들어가면서 정부는 공기업 기관장 인사의 마지막 숨고르기를 끝으로 국감 이후 대대적인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장 없는 공공기관 ‘어디 있나’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을 살펴보면 현재 한국조폐공사와 한국투자공사가 공석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김화동 사장이 지난 4월 임기 만료 이후 현재까지 직무를 유지하고 있다.


장관 인사 지연에 공사 사장 ‘올 스톱’…대대적 인사 예고


국토부 공공기관 관심 집중…‘도공’, ‘가스公’ 누가 올까(?)


국토부 역시 산하공공기관장 인사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지난 7월 사의를 표하면서 자리를 물러났으며 서종대 한국감정원 사장도 물의를 빚고 자리를 떠나면서 사장 공백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전경.

사장 공모절차에 들어간 한국도로공사는 현재 남인희 상주영천고속도로 대표이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인사 역시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고 있어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레일과 감정원 역시 최근 임추위 구성을 진행하면서 사장 공모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철도시설공단 역시 굵직한 현안들이 산재해 있어 연말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준정부기관 중에는 교통안전 이사장 등이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대폭 물갈이 준비중인 ‘산자부’


산자부 역시 기관장 공석 사태를 맞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원자력환경공단, 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기술, 가스안전공사, 디자인진흥원, 한국원자력연료, 동서발전 등이 수장 공백 사태가 진행중이다.


▲ 산업통상자원부 전경.

최근 한국남동발전과 남부발전, 서부발전과 중부발전 등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4곳의 사장이 일괄 사표를 제출, 지난달 19일 수리되면서 차기 사장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도 8곳에 달한다. 지난 7일 임기가 끝난 김익환 이사장을 비롯해 20일 한전KDN 임수경 사장, 가스기술공사 이석순 사장, 산업기술시험원 이원복 원장이 임기가 만료됐거나 예정되어 있고, 다음달에는 산업기술진흥원 정재훈 원장, 강원랜드 함승희 사장, 전력거래소 유상희 이사장, 코트라 김재홍 사장이 임기가 만료된다.


최근 감사원에 비리가 적발된 정용빈 디자인진흥원 원장과 서부발전의 정하항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박기동 가스안전공사 사장이 해임됐다. 한국석유공사의 김정래 사장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김용진 사장이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한국동서발전을 포함하면 현재 공공기관장 인사가 요구되는 공공기관은 20여곳이 훌쩍 넘게 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임기 만료나 자진 사퇴, 비리 등으로 인해 공석이 된 기관들이 많아 대폭적인 물갈이는 힘든 상태”라며 “국감 이후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곳 ‘공석’ 과기부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장 10곳이 공석으로 남겨져 있다.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공석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을 비롯해 한국통신산업진흥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국립광주과학관, 국립부산과학관, 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이 공석으로 남겨져 있다.


이은권 의원은 “인선을 총괄하는 청와대가 신원조회 등의 이유로 인선을 미루고 있다면 국민들은 코드인사나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철회할 것”이라며 “공석으로 인한 업무공백이 없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기관장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 만료 공기업도 ‘초조’…정책 뚜렷하면 ‘바람’에도 꿋꿋


채용비리에 발목 잡힌 ‘공기업’ 어디…인사 검증시스템 미비


농식품부의 10개 산하기관 역시 기관장 교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이양호 사장과 한국농어촌공사 정승 사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여인홍 사장, 축산물품질평가원의 백종호 원장,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오경태 원장,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박철수 원장 등이 지난 정권에서 임명되면서 임기 만료 전 수장 교체 사태를 맞을 수 있다.


현재 재단법인 한식재단의 이사장은 공석으로 공모 준비에 들어갔다.


최순실 사태 직격탄 맞은 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추석 연휴 이후 기관장 선임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문 정부 들어 한국언론진흥재단 민병욱 이사장이 부임했지만 나머지는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기관들이 많다.


현재 기관장 공석 사태를 빚고 있는 곳 중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있다. 문화예술계에 매년 2000억원의 지원을 펼치는 곳으로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 실행 기관으로 지목되면서 많은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박명진 전 위원장은 임기 3년중 1년을 남기고 지난 6월 물러나면서 현재까지 공석이다.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와 심재찬 전 대구문화재단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기관으로 유명한 한국콘텐트진흥원 역시 송성각 전 원장이 임기를 1년가량 남긴 지난해 10월 물러나면서 1년 가까이 수장 공백 사태를 빚고 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위원장 공석이다.


여기에 지난 정권에서 기관장으로 임명된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이기우 사장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이기성 원장이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전 정권 인사 임기만료 딜레마


전 정권에서 공공기관장으로 선임된 인사들이 임기를 만료하느냐 나가느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한국철도공사.

지난 7월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새로운 국정철학에 맞게 도로 정책을 펼칠 수 있게 하려고 물러난다”며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은 임기가 남아 있다고 해도 친박 낙하산 인사로 규정될 경우 퇴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정책 수립 과정 등에서 전정권 인사로 낙인 찍힐 경우 이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코드 인사에 대한 위험도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친박 인사 교체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우선 공석인 기관장을 선임하는 것이지, 친박이니 이런 것을 골라서 인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에 맞는 국정철학을 소유하고 있는 인사가 새로운 수장으로 내려오는 것도 맞지만, 일단 공공기관에서 요구하는 능력 위주의 인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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