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퇴직자, 산하기관장 독식 논란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전국 3500여개의 우체국을 통해 우편과 예금,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산하기관 ‘우정사업본부(우본)’. 1884년 우정총국으로 출발, 체신부 등을 거쳐 현재의 ‘우본’으로 이어오면서 국내 정보통신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우본 산하기관에 퇴직 공무원들이 자리를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한 매년 평균 37명의 직원들이 자살과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죽음의 직장’이라는 오명도 더해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우정사업본부에 제기되고 있는 논란을 종합해 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우정사업본부(우본). 우본은 한국우편사업진흥원과 우체국금융개발원, 우체국물류지원단, 우체국시설관리단, 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 등 5개의 산하기관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산하기관의 기관장들은 우본의 퇴직공무원들이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개발과 연금 등 금융관련 분야와 시설관리, 사업개발 등 독자적인 전문 경영 영역을 담당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관장 들이 우본 출신들이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본의 산하기관이 퇴직 공무원의 집합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퇴직자 집합소’ 전락한 산하기관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우본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산하기관의 기관장들은 설립 이후 총 93명이 교체됐지만 외부인 출신은 1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내부 퇴직자들로 채워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체국물류지원단과 우체국시설관리단의 경우 설립 이후 각각 14명과 7명의 기관장이 교체됐으나, 외부 전문 경영인이 임명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의 경우 설립 이후 총 37명의 기관장이 교체됐지만 이중 외부인 출신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박홍근 의원은 “2008년 이명박 정권 이후에 우본 산하에 새로 임명된 기관장 18명 중 외부 인사는 단 두 명에 그쳐 11%에 머물렀다”면서 “2014년 세월호 이후 관피아 인사를 지양하는 분위기에서도 내부 퇴직자들은 기관장 임명이 지속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의 경우, 2008년 이후 외부 인사 임명은 전무했다. 또한 최근 3년간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2015년 36억 적자, 2016년 7억5000만원 적자, 17년 6월 현재 5억5000만원의 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나 조직의 폐쇄성으로 인한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이들 5개 기관에는 우본 출신 퇴직공무원 12명이 이사장과 처장, 실장 등 고위직으로 재취업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의 직장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는 그동안 열악한 근무환경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우본이 죽음의 직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우본은 해마다 평균 37명의 직원들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피아 독식한 ‘산하기관장’…도박에도 ‘솜방망이’ 처벌


6년간 218명, 연평균 37명 ‘사망’…죽음의 직장 ‘오명’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명길 의원이 우본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우본에서 사망한 직원은 총 218명. 2012년과 2014년, 2016년에는 38명이 사망했고, 올해 9월까지 3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본 측에 따르면 사망원인 중 질병이 1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살 34명, 교통사고 29명, 익사와 추락사가 각각 4명과 2명으로 나타났다. 순직자 중에서는 교통사고 14명, 질병 8명, 압사와 추락사가 각각 1명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사망의 원인이 열악한 업무환경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일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사업장에서 매년 3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열악한 업무환경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


가장 최근 발생한 사고는 지난달 5일 서광주우체국의 이모 집배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 씨는 유서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라고 적어 우본의 열악한 환경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최 의원은 우본으로부터 제출받은 ‘집배업무 종사자의 평균 근로시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평균 근로시간은 2531시간으로 월평균 50시간을 초과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의 평균인 1763시간보다 306시간 많았다.


최 의원은 “우정사업본부는 노동계가 선정하는 최악의 살인기업에 공공기관으로 유일하게 해마다 포함될 정도로 이미 악명이 높다”며 “열악한 근로환경의 집배노동자 처우개선과 근로시간 축소는 물론 창구업무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와 각종 마케팅 영업에 내몰리는 내근직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실제 실적할당 압박으로 우정사업본부 전체 직원 4만1000여명 중 74%가 우본이 판매하는 우체국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에도 솜방망이 징계


우정사업본부 직원이 도박으로 인해 입건되었지만 자체 징계에서 견책과 경고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우본 직원 9명이 도박으로 인해 입건, 자체징계를 받았다.


이들 9명은 검찰에서 기소유예 혹은 약식처분을 받았고, 이에 우본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요청됐지만, 자체 징계에서 경고 3명, 견책 6명에 그쳐 솜방망이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커’와 ‘훌라’, ‘바둑이’ 등의 도박을 하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직원들이 있는가 하면 도박 관련 징계 대상자 중에는 우본 본부에 근무하는 4급과 현직우체국장도 포함돼 있어 도덕적 해이 논란도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직장 내 건전한 문화생활 프로그램을 장려하고, 도박을 저지른 직원들에 대해서는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공무원으로서 윤리의식과 사명감을 고취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본의 퇴직자들이 산하기관의 기관장으로 재취업하는 등 도덕적해이가 만연해 있다”며 “열악한 환경으로 매년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에도 일련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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