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최근 미국 내 정치권 인사들이 잇따라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악관 2인자인 미국 백악관 존 켈리 비서실장‧매티스 국방장관과 크리스 머피(코너티컷, 민주당) 상원의원,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미국 민주당 의원들 등이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선제공격을 막기 위해 권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전의 고요일 수 있다”, “만약 필요하다면 그것은 실행될 것이다”,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등 전쟁을 암시하는 발언을 미국 내 정치권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본심 전쟁인가?…연일 대북 군사옵션 시사 발언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 전의 고요’ 발언 이후에도 북한과의 대화를 부정하는 발언들을 잇따라 하고 있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 트위터에 “우리나라는 지난 25년간 북한을 다루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수십억 달러만 주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7일에도 이와 비슷하게 “(전임 정부들은) 25년간 북한과 대화해왔으며, 많은 합의가 이뤄졌고, 막대한 돈도 지불됐으나 효과가 없었다”면서 “합의는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에 의해) 훼손돼 미국 협상가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하게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그것’이 대북 군사행동 아니겠냐는 현지 언론의 추측이 나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인 발언이 계속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와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의 정상회담 기자회견이 있던 지난 11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강경한 대북 정책에 대해 “궁극적으로 미국과 전세계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북한 문제에 대해선 좀 더 강하고 좀 더 거친 것 같다”라면서 “나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내 태도다. 일은 이런 식으로 작동되며 이런 방식으로 시스템이 돌아간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인 본인이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대 노선 보이는 참모, 등 돌린 美 정치권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기조와는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의원들은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켈리 비서실장은 미국시각 1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지금은 북한의 위협이 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커질 수 있다”면서 “외교가 작동하길 기대한다”고 외교적 대북 정책을 강조했다.


이어 “좋은 소식은 미 국무부가 밤낮으로 외교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매티스와 나는 우리가 제복을 입었을 때 아주 많이 말한게 있다. 우리가 국무부에 제대로 자금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우리(국방부)에게 더 많은 총알을 사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것이 군대 식으로 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일 이어지는 대북 강경 발언으로 미국이 군사옵션을 염두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외교적 해결 방안이 가능하다는 것을 내세우는 대목이다.


또한 지난 3일 매티스 장관은 “북한 위기를 완화하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외교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과의 입장 차를 보였다.


앞서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왕이 외교부장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과 2~3개의 채널을 열어뒀다”면서 “정전 상태처럼 암담한 상황은 아니다”고 밝혀 국면 전환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국무장관의 북미 대화채널 가동 발언에 대해 즉각 트위터를 통해 “꼬마 로켓맨’(김정은)과의 협상은 시간 낭비”라고 말해 외교 수장과의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을 엎는 등 의도적으로 외교적 대화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 태도에 대해 민주당 상원 외교위 간사인 벤 카딘, 엘리자베스 워런 등 상원의원 11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위기를 전쟁없이 해결할 수 있는 외교 노력을 전개할 것을 강력한 어조로 촉구한다”고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한 발 앞서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미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시사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며 “전쟁 북(war drum)을 치는 트럼프의 레토릭(수사)은 허풍처럼 보이나, 그의 다른 협박행위는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금지를 예시로 들었다.


머피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많은 의원들이 백악관에서 더 심각한 전쟁 이야기를 속삭이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며 "더 늦기 전에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의회 동의 없이 할 수 없도록 공화당과 민주당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 뉴욕타임스(NYT)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리얼리티쇼 같은 것을 진행하는 것처럼 생각하면서 행동하는게 걱정스럽다”며 “미국을 제3차 세계대전의 길로 이끌 위험한 인물”로 비판했다.


커져가는 트럼프 리스크…협상 전략?


미국과 북한 지도자의 말싸움이 선전포고로까지 이어지는 등 무력충돌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국민 대부분도 트럼프 대통령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히 전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은 현재 북한과의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는 반응이 높았다.


AP통신과 여론조사기구 NORC 공공문제연구소가 미국시각 1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65%의 응답자는 트럼프의 발언으로 한반도 주변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답했으며 ‘호전시킨다’는 대답은 불과 8%였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에 위협이 되냐는 질문에 대해선 응답자의 67%가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성인 1천15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및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4.1%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 이론’을 실행해 불을 지피면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부채질을 하는 의도적인 전략을 구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관의 외교적 노력을 공개적으로 망신 준 것이나, 참모들의 조언에도 호전적인 발언으로 전쟁 가능성을 올리는 등 자국민을 불안해하게 하는 것으로 미루어 전략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으로 풀이된다.


자국민 절반이 커져가는 트럼프 리스크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미 정치권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더욱 옥죌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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