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경기력…최악의 행정력, 무늬만 협회(?)

▲ 대한축구협회 전경 <네이버 지도 캡쳐>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한국팀보다 못하는 팀은 없다” 안정환 축구 해설위원이 유럽원정 2차전 모로코와의 경기 막판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한국은 이날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모로코의 1.5군에게 시종 일관 끌려 다니다 1대 3으로 완패했다.


최근 한국 축구가 최악의 경기력으로 팬들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 축구 행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대한축구협회 역시 논란의 중심에서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무늬만 협회지 제왕적 권력만을 휘두르며, 최악의 행정력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불신(不信)하고 있다.


또한 히딩크 감독의 국가대표팀 감독 요구에 대한 진실공방과정에서 협회의 태도가 논란을 보인 가운데 전직 임원들의 법인 카드 무단 사용까지 알려지면서 축구협회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잇단 악재로 흔들리고 있는 대한축구협회(KFA)를 살펴봤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달 초 진행된 유럽 원정 두 번의 평가전에서 졸전을 거듭하며 완패했다. 첫 번째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는 2-4, 모로코와의 경기에서는 1-3을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은 결과보다 충격적이었다. 이로서 신태용 감독의 부임이후 2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안으며 8개월 앞으로 다가 온 러시아월드컵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터널에 갇힌 ‘한국축구의 미래’


한국 축구의 위기라는 지적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축구는 지난달 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면서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많은 없었다.


사실상 자력이 아닌 상대국의 결과에 따라 결정된 것과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국민들의 불만을 사기에 충분했다.


한국축구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신태용 감독이 9차전과 10차전을 이끌었지만 결과를 보여주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팀의 결과까지 지켜봐야하는 ‘무승부’를 기록하고도 다른 구장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 자축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뭇매를 맞았다.


한국 축구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가운데에서도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은 무능의 극치를 보여줬다.


바로 한국축구의 영웅으로 평가되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에 구애의 손길을 보냈다는 내용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 측은 “지난 6월, 대표팀을 맡을 의향을 축구협회에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김호곤 협회 부회장은 “히딩크 감독측으로부터 받은 연락이 없으며 대표팀 감독 부임 가능성 역시 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히딩크 감독은 9월 14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은 내게 제2의 고향이다. 감독이든 기술자문이든 한국 축구 위해 어떤 형태로든 기여할 용의 있다”는 뜻을 직접 밝히면서 파장은 더욱 불거졌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국내 언론사들과 인터뷰에서 “비공식적이든, 공식적이든 히딩크 감독 측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문선, 정몽규 회장 퇴진 주장…김호곤, 국감 ‘불출석’ 논란


법인카드는 임원진 ‘쌈짓돈’…‘히딩크 복귀설’에 행정력 ‘탈탈’


이 과정에서 히딩크측 노제호 총장이 김 부회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김 부회장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후 김 부회장은 “당시 메시지 내용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고, 공식적인 감독 제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이었기에 이 문자 메시지를 그 이후 잊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어 했음에도 김 회장이 제안을 받고도 묵살했다는 것이다.


국감 미출석 ‘논란’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부회장에게 증인참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참석이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를 국회에 제출했다.


협회측은 김 부회장의 국감 출석이 자칫 국제축구연맹(FIFA)이 금지하는 외부간섭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의 감사를 받는 것이지 FIFA의 규정을 핑계로 참석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아마도 국민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 교수는 “국내 축구 산업이 2년째 적자를 기록하는 것에 책임을 물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일각에서는 김호곤 부회장 등 축구협회 집행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법인카드 무단 사용 <왜>


지난달 14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중연 전 축구협회 회장과 이회택 전 축구협회 부회장 등 11명을 사기혐의로 직원 이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국 축구의 한 획을 그었던 축구인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 전 회장과 이 전 부회장, 김주성 전 사무총장, 황보관 전 기술위원회 위원 등 11명은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를 220여 차례 걸쳐 모두 1억1677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다르면 조 씨는 재임기간 중 3차례에 걸쳐 국제축구경기를 부인과 동행하며 항공료 등 3000만원 상당의 협회 공금으로 부정 처리 했으며, 그는 협회 법인카드로 지인들과 골프비용으로 약 1400만원을 사용했다.


이 전 부회장과 김 전 사무총장, 황 전 위원장 등 10명은 법인카드로 골프장 133회 5200만원, 유흥주점 30회 2300만원, 노래방 11회 167만원 등을 결제했다. 또 피부미용실 등에서 26차례에 걸쳐 약 1000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혐의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써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축구협회에 만연되어 있는 모럴해저드의 민낯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축구계의 한 인사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월드컵에서 기대하는 경기에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능력과 감독 코치의 전술, 협회의 행정력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지금 한국축구는 어느 것 하나 되지 않고 있다. 지금 한국축구는 최악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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