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방식만 변하고…마인드는 그대로?”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지난 2015년 불거진 경영권분쟁으로 인해서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롯데가 지난 12일 기점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서 그동안 문제점을 꼽혔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따라서 롯데지주는 한국 사업의 모태가 됐던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활했다. 재계에서는 이로서 신동빈 롯데 회장의 원톱 체제가 더 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임금꺽기‧쪼개기 계약을 시작으로 롯데건설 금품살포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경영권 분쟁 등으로 바닥으로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그동안의 악습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지주사로 전환한 롯데에서 불거진 문제점을 짚어보기로 했다.


내개선되지 않는 아르바이트생 ‘임금꺾기·쪼개기’ 논란
롯데건설, 부실시공에 금품살포까지…투명경영 어디?


롯데지주는 형제간의 경영권분쟁으로 인해 그동안의 쌓아왔던 국민적인 신뢰와 기업 이미지를 무너뜨렸다.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는 물론 국정감사에까지 끌려나와 “롯데그룹은 한국기업”이라며 호소하기까지 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이미지를 다시금 회복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416건에 달하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와 한국롯데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90% 이상이 호텔롯데를 통해 일본으로 넘어간다는 사실로 인해서 롯데의 국적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언론에 롯데가 노출될 때마다 ‘일본 국적’이라는 것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기업의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서 ‘지주사 전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 위해서 8월 29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롯데푸드 등인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각사의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을 나누는 의안을 승인했다.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롯데제과 86.5%, 롯데쇼핑은 82.2%, 롯데칠성음료 88.6%, 롯데푸드 96%로 높은 편이었다. 이에 따라 분할합병비율은 롯데제과1, 롯데쇼핑 1.14, 롯데칠성음료 8.23, 롯데푸드 1.78이었다.


그리고 롯데그룹은 이달 12일을 기점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서 롯데는 그동안 무수한 비판을 받았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13개로 줄였다. 또한 지배구조 역시 호텔롯데→롯데지주사→계열사 형태로 바뀌었다.


이처럼 신동빈 회장이 뉴롯데를 천명하면서 ‘지주사’로서의 큰 변화를 꾀했지만, 지주사로 가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들로 인해서 여전히 내부에서의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지주사 전환이 롯데를 탈바꿈하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불거지고 있다.


조합원 상대로 ‘향응 금품 제공’?


최근 2년 6개월 동안 부실시공 등으로 벌점을 가장 많이 받은 건설사 불명예 1위로 꼽힌 롯데건설이 이번에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합원을 상대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논란이 된 사업장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한신4지구’로, 시공비만 1조원에 육박한다.


해당 사업장에 대한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부재자 투표는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며, 15일 시공사 총회를 개최하고 최종 투표를 마무리하면 시공사 선정이 완료된다. 문제는 시공사 최종 후보까지 오른 롯데건설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향응을 접대하고 금품을 살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롯데건설의 이 같은 행태로 인해서 재건축 사업이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안을 미리 공론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카이데일리>취재에 따르면 9월 말 총회가 있은 직후부터 롯데건설 측이 조합사무실 근처를 맴돌면서 입주민들을 차에 태워 호텔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80만원 상당의 고급 청소기를 선물로 줬다는 등의 구체적인 정황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이 같은 물량공세가 향후 사업비가 포함돼 조합원들의 부담감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몇몇 조합원들은 이러한 롯데건설에 행태에 대해서 지자체인 서초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과 향응 제공 때문에 사업자 선정 과정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고자한 것이다.


물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특정 조건을 내걸지 않는 건설사는 드물다. 다만 롯데건설은 지나친 행태로 인해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특히 롯데건설은 이전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향응과 금품 제공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더욱이 아파트 조합원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우려를 표할 정도라면 롯데건설의 행태가 이미 도를 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노동법 위반 ‘논란’


최근 롯데에서 다시 논란이 된 것은 각 계열사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부당 대우 문제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호텔롯데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 퇴직금을 빌미로 ‘퇴직 합의서’라는 계약서에 강제로 싸인하게 함으로서 논란이 됐고, 이후에도 근로자들 부당대우 문제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심지어 지주회사로 가는 과정에서도 롯데월드 아쿠리아리움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 임금꺾기와 쪼개기 계약을 했다는 의혹이 불어지면서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더욱이 롯데의 임금꺾기 문제는 지난 3월 롯데시네마에서도 불거진 바 있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같은 문제다 다시금 반복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알바노조와 함께 이 같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1시간 단위로 근무시간을 책정하고 하루 평균 30분에서 최대 90분의 임금꺾기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발표됐던 출퇴근 기록부에 따르면 아쿠아리움이 근무했던 아르바이트생 3명은 적게는 30만원에서 최대 140만원 이르는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아쿠아리움 측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 2개월, 3개월, 4개월씩 나누어 11개월까지만 계약하는 ‘쪼개기 계약’을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행법상 1년 이상을 근무한 경우에만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퇴직급여제도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11개월 이상을 근무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시험을 응시해 통과해야 하며, 이 역시 내부 회의를 거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아르바이트생들이 11개월 이상 근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말 뿐인 ‘시정’ 언제쯤 되나?


물론 이러한 논란에 대해서 롯데월드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면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월드는 “임금꺾기 등의 근로기준법 위반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초과 근무가 확인될 경우 초과근로시간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출퇴근 기록부에 아르바이트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직접 기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 급여를 지급한다”고 해명했다.


‘쪼개기 계약’에 대해서도 “지난해 6월 이전 2개월 단기 계약을 진행했었으나 2016년 6월 이후부터는 3개월, 4개월 계약을 진행할 수 있고, 올해 7월 이후 12개월의 장기 기존의 단기 근로 계약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며 “단기계약이라도 12개월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은 100% 지급하고 있다”며 “특정시험 통과 및 내부회의 사항에 관련해서는 특정시험 통과와 관계없이 12개월 이상 근무 가능하다”며 “특정시험은 급여를 인상시켜 주기 위한 제도”라고 밝혔다.


이 같은 롯데의 해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의례 있어왔던 것이다. ‘사실 무근이다’ ‘사실이 확인되면 시정하겠다’는 단골 멘트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개선된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롯데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들에게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내부적인 경영 마인드의 문제라고 보여진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이후 롯데는 ‘일본기업’ 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기업 이미지 손실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국적 논란 등의 이미지를 상쇄시키기 위해서 지주사 전환을 강행했지만 여전히 내부적으로는 과거 악습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과연 이러한 문제들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서 탈바꿈 될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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