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청와대가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음에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키로 하면서 야권의 반발을 샀던 것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헌법재판소 국정감사는 결국 파행됐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13일 여야 간사 간 회동을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오늘 (헌법재판소)국감은 더 이상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국감 진행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종합국감 전 다시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당 간사가 야당을 존중해 단독으로 국감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 여당 단독으로 국감이 진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野 “부결된 권한대행은 자격 없다”


앞서 이날 국감에서는 김이수 권한대행의 인사말 시작 전부터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는 등 파행될 조짐을 보였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청와대가 김 권한대행 체제를 (김 재판관이 퇴임하는)내년 9월까지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김 권한대행 제제에서 국감을 치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국회 동의를 받지 않은 위헌적·위법적·위장적 헌재소장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으로 탈법, 위헌적 헌재소장 임명 관행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도 “권한대행은커녕 헌법재판관 자격도 없는 사람의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면서 “개헌 논의가 이뤄질 때 헌법재판소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성을 질렀다.


김 의원은 이어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부결됐으며 그 민의를 수용해 부결된 사람은 당연히 헌재소장을 할 수 없는 것이고 새로 정상적으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부결된 사람이 계속 권한대행을 유지한다면 국회가 동의해 줄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 역시 “헌법재판관도 국회의 재적이원 과반 이상이면 탄핵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與 “업무보고 안 받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야권 위원들의 고성에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도 맞받아쳤다.


박범계 의원은 “김진태 의원은 무엇을 믿고 그러는 것이냐”며 “헌재를 없애자는 막말까지 했는데 이는 오로지 한 사람 ‘503’, 법무부에 가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한, 그 분에 의한, 그분의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신성한 국정감사장을 파행으로 몰고가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한)헌재에 대한 보복이고, 세월호 생명권을 지적한 김 재판관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도 “(야당 의원)개인적 견해일 수 있겠지만 헌재를 없애야겠다, 헌법재판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 의원들이 양심이 있어야 한다”며 “함부로 탄핵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질책했다.


금태섭 의원은 “대통령이 새로운 소장 후보를 지명할 때까지 관례에 따라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게 당연하다”며 “부결된 지 얼마 안됐는데 그걸 문제 삼아 업무보고를 안 받겠다는 게 타당한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행, 예고된 수순


여야 법사위원들이 물러서지 않고 고성을 주고받자 국감은 정회됐고, 정회 후 여야 간사 간 협의에서 여당은 김 권한대행이 참석한 가운데 국감을 실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야3당은 김 권한대행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국감을 실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감 파행 직후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 중 하나인 국감 절차가 사실과 다른 주장에 근거해 파행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헌재를 없애자는 폭언까지 등장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헌재에 보복하려고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 권한대행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음에도 청와대는 지난 10일 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야권의 반발을 초래함에 따라 이날 국감 파행은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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