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평택국제대교 붕괴사고 직전 교량건설에 쓰이는 중요자재인 슬라이딩 패드(sliding pad)가 파손됐지만 현장관리자들이 아무런 조치없이 현장을 철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이 입수한 2017. 8. 26일자 ‘평택호 횡단도로 건설공사 보조감리원 업무일지’에 따르면 작업 근로자들은 사고 당일인 이날 오전 작업을 끝내고 점심식사 직후인 오후 1시 10분경 교량상판 압출 오후 작업을 재개한지 불과 1시간 50분만인 오후 3시쯤 갑작스레 압출작업을 중지하고 오후 3시 10분 근로자 및 관리자 전원이 현장을 철수한지 10분 만인 오후 3시 20분께 교량이 붕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평택국제대교 붕괴 당일 오전 8시 30분부터 ILM 압출 시공을 하던 중 오후 3시경 슬라이딩 패드가 파손되자 곧바로 근로자 및 관리자 전원이 현장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작업자들은 당초 교각 위에서 상판 연결작업을 마치고 내려와 있던 중 갑자기 붕괴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이미 붕괴조짐을 감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슬라이딩 패드란 받침부의 마찰저항을 줄여 상부 구조물을 원활하게 압출하기 위해 주형하면과 횡방향 가이드에 끼워 넣는 패드를 말한다.

이어 김 의원은 “압출 시 패드의 신축성은 교각 및 PSC 박스의 압축에 의한 변형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압출작업 중 슬라이딩 패드가 파손됐다는 것은 그 변형량이 패드의 신축성을 넘어설 정도로 컸다는 뜻”이라며 “작업자나 관리자는 변형률을 수시로 점검해 변형률이 허용치를 초과할 경우에는 압출 작업을 중지하고 그 원인을 조사해 대책을 강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슬라이딩 패드가 파손에 이를 때까지 그 상황을 점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평택국제대교에 적용된 ILM 공법은 지난 30년 간 국내에서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공법”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자나 관리자는 작업 상황에 대해 수시로 점검하고 이상 징후를 사전에 알아차렸어야 했지만 안이하게 대처했던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 감리원 업무일지.

[사진ㆍ자료제공=김성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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