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한국과 미국과의 국가 간 합의를 규율한 조약 관리에 있어 심각한 불일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국회 부의장에게 제출한 ‘한미간 조약목록 비교’에 의하면, 한국 외교부에서 조약으로 관리하는 한미 간 합의는 250개(폐기 포함)였으나, 미국 국무부에서 조약으로 관리하는 합의는 108개에 불과했다.

조약은 국가 간의 권리의무관계를 조율하는 국제법규로서, 일반적으로 상호주의에 따라 법적 분류나 효력이 부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양국 간 조약목록의 불일치는 심각한 수준이다.

조약 개수의 차이보다 더 큰 문제는 조약목록의 상호일치 여부다. 최소한 미국 국무부에서 조약으로 관리하는 108개 합의가 한국 외교부의 조약목록과 일치했다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하지만 분석 결과는 달랐다. 미국 국무부에서 조약으로 관리하는 108개 합의 중에서 한국 외교부 조약목록과 일치하는 조약은 62개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46개 합의는 미국에서만 조약으로 관리할 뿐, 한국에서는 조약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았다.

외교부는 조약목록 불일치의 이유로 "미국 측 목록집 내 여타 내용은 기관 간 약정 등으로 추정된다"고만 답변했다.

유형별로 보면, 한국에서는 조약으로 관리하지만 미국에서는 아닌 경우의 상당 부분이 교환각서나 서한교환의 형태였다. 한국 조약목록 250개 중 76개가 이에 해당했으며, 이 중 미국에서 조약으로 관리하는 목록은 13개에 불과했고, 82.9%에 달하는 63개는 조약목록에 없었다.

자료를 분석한 박 부의장은 “외교부는 이같은 조약 불일치의 이유는 물론, 현상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면서, “양국 간 권리의무관계의 기초를 이루는 조약목록이 불일치하는 이유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상대국에는 법적 효력이 없는 합의문에 대해 한국에서만 법적 효력이 부여되는 ‘외교 사대주의’를 척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서 조약으로 분류한 46개 합의가 한국에서는 조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밀실에 숨겨져 있다"면서 "조속히 해당 합의의 법적 성격을 재검토해서 조약으로 분류해 그 내용을 국민들이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분석은 미국 국무부가 올해 발간한 <Treaties in Force - A List of Treaties and Other International Agreements of the United States in Force on January 1, 2017>와 우리 외교부의 조약목록을 비교해 이뤄졌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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