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 도중 사망한 '예강이' 사망사건과 관련, 유가족이 병원 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지난 2014년 코피 지혈이 되지 않아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요추천자 시술을 받던 도중 갑작스레 목숨을 잃은 고 전예강(당시 9세) 양 사망의 진실을 둘러싼 유가족과 병원 간 법정공방이 3년째 지속되고 있다.


병원 측은 응급실 도착 당시 위중한 상황이라 이미 때가 늦은 상황이었다는 입장으로 일관한 반면, 유족 측은 진료기록부 허위 기재 등 병원의 은폐 의혹까지 제기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환단연·유가족, “병원, 의료사고 책임 유가족에게 떠넘겨”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단연)와 ‘예강이’ 유가족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 사실로 의료사고 사망의 책임을 유가족에게 떠넘기는 반인륜적인 행위는 도덕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환단연과 유가족은 ‘예강이’ 의료사고 사망관련 소송 과정에서 진료기록이 허위 기재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11월 병원 측에 진상조사와 함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11개월이 경과한 지금까지 세브란스병원은 해당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환단연과 유가족 측은 이날 “우리나라 최초 ‘JCI 국제인증’을 받은 이 병원 응급실에선 예강이사망을 막을 수 있던 여러 단계의 환자안전사고 예방시스템 가운데 제대로 작동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응급 환자인 예강이를 대상으로 ‘응급수혈처방’이 아닌 ‘일반수혈처방’ ▲농축적혈구(RBC) 수혈시간과 분당 맥박수 관련 진료기록 허위기재 ▲대학병원의 유기적인 협진체계 부실 ▲전공의 수련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등 네 가지 사안을 크게 문제 삼고 있다.


유가족 측은 병원의 진료기록 허위기재 주장과 관련, “검·경 수사를 통해 예강이 사망원인을 밝힐 중요한 증거인 농축적혈구 수혈시간과 분당 맥박수 관련 진료기록이 허위로 기재됐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먼저 농축적혈구 수혈시간의 경우 당시 12시 11분쯤 유모 간호사가 수혈기록을 ‘간호기록지’에 남겼지만 앞서 확보된 CCTV영상에선 확인할 수 없었고, 해당 수혈기록의 혈액번호가 13시 15분경 박모 간호사가 기록한 것과 같은 점으로 미뤄 허위기록이란 추정이 가능하단 것이다.


또 분당 맥박수와 관련해선 이 병원 응급실 담당 김모 의사가 분당 80회로 ‘응급진료기록지’에 기재한 반면, 실제 예강이의 혈압과 맥박 등을 검사한 박모 간호사는 ‘간호기록지’에 분당 137회라고 기록해 엇갈린 양상이다.


이를 토대로 환단연과 유족 측은 병원 측의 ‘진료기록부 허위기재’ 정황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이 같은 의혹에 휘말린 해당 병원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에 대해 지난 6월 서울서부지검은 각각 벌금 200만원과 벌금 100만원 등의 구약식 처분을 내렸고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다.


환단연은 “진료기록부의 경우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의 과실 및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의 상해, 사망 등 피해와 의료행위 간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고 주장했다.


예강이 유가족, 3년째 민사소송 진행…“의료법 조속히 통과돼야”


이에 따라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의무기록의 수정 전·후 열람 및 사본 교부 ▲의료인의 전자의무기록 접속기록 자료나 변경내용 별도 보관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예강이’는 지난 2014년 1월 23일 코피가 멈추지 않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 도착 당시 예강이는 헤모글로빈·혈소판 수치가 일반인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만큼 응급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응급수혈’ 등으로 환자의 생체 징후를 바로잡은 뒤 검사를 진행해야 함에도 병원 측은 1·2년차 레지던트 2명이 허리 뼈에에서 주사바늘로 척수액을 꺼내는 요추천자 검사를 실시케 했다.


이후 40여 분 간 5회에 걸친 요추천자 시술을 진행했으나 모두 실패, 결국 예강이는 쇼크로 목숨을 잃었다. 시술 당시 마취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가족 측은 앞서 ‘예강이’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병원 측이 거부하면서 각하돼 3년째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7일 마지막 변론기일을 거쳐 내달 하순 1심 선고가 이어질 예정이다.

[사진=세브란스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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