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람 VS 또 하나의 절대권력…野 일제 우려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약 중 하나로 꼽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곽을 드러냈다.검찰과 경찰의 독립성에 꾸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고위 공직자에 대한 기탄없는 수사를 가능케 하는 집단을 창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범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으로 떠오른 데 대한 반감으로 높은 국민적 지지도를 얻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같은 목적을 수행해야 할 공수처가, 단순히 몸집만 키운 ‘검·경’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장의 최종 임명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부분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 최근 국정농단 사태 역시 최고 권력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 스스로의 비리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공포감이 불거지는 것도 무리가 아닐지 모른다.


아울러 현재 보수진영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바른정당 이혜훈 전 대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과 원유철 의원 등이 우후죽순 사정칼날의 대상자가 되며 일각에서 ‘정치보복성 수사’가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적폐청산’을 내세운 진영대결의 전초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스페셜경제>는 공수처에 대한 문제제기가 발생하는 배경을 진단해봤다.


‘최대 122명’ ‘기소·공소유지권’ ‘검·경 우선수사권’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지난 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고위공직자 및 판·검사, 국회의원 등의 비리수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공수처 창설 권고안을 밝혔다.


공수처의 기존 문 대통령 공약 명칭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였으나 정식 명칭이 되는 과정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약칭 공수처)’가 됐다.


수사 대상으론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대법관·헌법재판관, 광역지방단체장과 교육감 등 핵심 헌법기관장 등을 아우르는 범위로 설정됐다.


정무직 공무원, 고위공무원단, 판·검사 및 경무관급 이상 고위직 경찰, 장성급 장교도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 현직이 아닌 경우에도 퇴임 후 3년 미만인 고위공직자는 수사대상이 된다.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도 수사를 받는다.


수사 대상인 범죄 목록도 상당하다.


대표적 부패범죄인 뇌물수수, 알선수재, 정치자금 부정수수 밖에도 공갈, 강요, 직권남용, 직무유기, 선거 관여, 국정원의 정치 관여, 비밀 누설 등 고위 공직 업무 전반에 걸친 범죄가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인적 규모 역시 당초 논의 수준을 크게 상회한다.


공수처장과 차장 외에 30~50명의 검사와 50~70명의 수사관을 둘 수 있어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순수 수사 인력이 최대 122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검사의 숫자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부패범죄 등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3차장 산하 검사가 60명인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처장 임기는 3년이며, 단임제로 연임이 차단 돼 있다.


처장은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자 이거나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 교수 가운데 추천위가 2명을 추천, 대통령이 한 명을 확정 선택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자 중 처장이 제청, 대통령 임명으로 결정된다. 임기는 6년, 연임은 1회 가능하다.


공수처는 전국 수사기관의 고위 공무원 범죄 추이를 통보받고 수사 우선권을 가지는 막강 권한을 행사한다.


현존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게 될 시 공수처에 통지하고, 사건이 겹치는 경우 이첩하도록 했다. 여타 수사기관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이첩 요구를 수락하도록 해 우선 수사권을 보장했다. 검찰과 경찰의 ‘셀프 수사’도 차단된다.


무소불위 권력기관?…청와대 예속 우려 야권 성토


여야 다른주장 같은 명분 ‘朴-崔 국정농단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고위공직자 부패 근절과 검찰개혁을 위해 공수처의 설치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19일 현안 브리핑에서 “국민은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권력에 빈번하게 가로막히는 현실을 목도했다”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지적하며 공수처 설치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검찰과 정권의 유착관계, 전관예우 차원에서 눈 감아 준 적폐를 국민은 걷어내길 원하고 있다”며 적폐청산의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정치화 된 검찰을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공수처의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이같은 논리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역대 정권에서 검찰이 청와대의 하청기관화 됐다고 하지만 이 정권도 검찰에 대해 코드인사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라는 수퍼 검찰을 설치하면 이 나라의 검찰, 경찰, 특검, 특별감찰관 등 기존 사정기관 위에 불필요한 옥상옥을 만드는 것”이라고 맹비난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도 같은날 자신의 SNS에서 “또 하나의 제2검찰청 신설”이라고 비꽜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공수처에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면서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야3당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장 임명권한을 가진다는 부분에 주목해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개최된 당대표 및 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공수처는 대통령 직할 검찰청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 전 대표 역시 “특별감찰관, 특검 등 결국은 대통령 지배아래 무용지물에 가까웠다”며 “공수처 신설해도 대통령이 처장 임명하고 실효적 가치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주 원내대표도 “검찰이 대통령 인사권으로부터 독립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점을 제거하지 못한 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공수처 신설 명분으로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재판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하는 가운데, 야권은 그 국정농단 사태를 피하기 위해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하는 절대 권력자가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서 사실상 그 반대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적으로도 공수처는 검·경과의 차별점을 두는 방식이 아닌 검·경의 권한을 더욱 키운 형태로 설치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검·경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라는 명분의 당위성도 야권의 공세로부터 무사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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