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불황…‘추석 명절’ 울상 짓는 지역경제

▲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서 올 추석이 반갑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민족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을 맞아 정부가 내달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최장 열흘이란 장기 연휴가 확정됐다.


이 같은 긴 연휴에 업계별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조선업의 경우 ‘어쩔 수 없는’ 강제(?) 휴가에 돌입할 전망이다.


신규 수주에서 최근 호조를 보인 것과는 별개로 현재 한국 조선업은 수주잔량, 이른바 ‘남은 일감’ 부족 현상에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을 중심으로 조선소 도크 가동 중단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최근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폐쇄되는 등 ‘일감 부족’ 사태는 확대일로에 있다.


일부 조선업체의 경우 ‘일감 부족’에 따른 순환휴직에 이미 돌입했으며, 장기화된 업황 불황에 업계의 기초 체력마저 크게 쇠약해진 상태다.


문제는 울산과 경남, 전남 서남권 등 조선업과 밀접한 관계에 놓인 지역들의 경기 침체가 더욱 심각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추석 대목을 맞은 지역 상인들을 비롯해 상권 전체가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해당지역의 근로자 전반에 걸친 ‘임금 체불’ 우려 역시 명절을 기점으로 절정을 맞이할 것으로 보여 당국이 집중 점검에 나섰다.


도크가동 중단·순환휴직 실시…“구조조정은 지속”
조선업 밀집 지역, ‘임금체불’ 여전…당국, 집중점검


최장 10일 간의 추석 연휴가 조선업계에선 반갑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새다. ‘일감 부족’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은 일감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도크 가동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 조선소에서 시작된 이 사태는 최근 ‘조선 빅3’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우선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최근 울산 본사 소재 35만t급 건조능력의 제4도크의 가동을 12월까지 3개월가량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미포조선의 수주잔량은 7월 말 기준 139만9천CGT(65척)을 기록, 전년에 비해 30% 이상 쪼그라들었다.


수주 절벽에 부딪힌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 7월부터 군산조선소 도크를, 올해 3월에는 울산 본사 조선소 5도크를 각각 가동 중단했다. 지난해 6월엔 울산 본사 4도크의 가동도 멈춘 바 있다.


총 8개의 도크를 보유한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해상 도크를 폐쇄했다. 이는 지난 6월 육상 1개 도크 가동 중단에 이은 추가 조치다.


삼성중공업의 남은 일감은 427만4천CGT(85척)에서 333만1천CGT(69척)로 크게 줄어 1년 사이 무려 100만CGT에 달하는 일감이 증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2개의 도크를 매각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 1~2개의 독을 추가로 정리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일부 조선사, 추석 연휴 이후에도 휴가?


문제는 각 조선사들이 한 번 멈춰 세운 도크를 다시 가동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휴업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수주상황에 따른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게 업계 전반적 입장이다.


이 같은 대형 조선사들의 방침에 하청 또는 협력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하나의 조선소가 작업을 중단하게 되면 조선기자재업계 등 협력사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강제 휴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번진 일감 부족 사태는 조선업 구조조정 상황과 맞물려 사측의 ‘휴직’ 방침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의 현대중공업 조선 3사의 경우 추석 연휴 이후에도 ‘쭉’ 쉬게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 11일부터 ‘순환 휴직’에 들어간 상태며,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추석 연휴 이후인 내달 16일부터 휴직을 본격 시행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울산 등 조선업 밀집 지역에선 추석 연휴 ‘임금 체불’에 대한 당국의 집중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업황 불황으로 이들 지역 경기침체의 그릇된 결과가 임금 체불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먼저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오는 29일까지 3주간을 ‘임금체불 청산’ 집중 지도기간으로 정해 추석 대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으며, 목포지청 역시 이에 동참했다.


조선업 유관 지역, 경기침체 여파…자영업자 등 연휴 ‘비상’


▲ 특히 조선 산업이 밀집한 지역의 경제 상황은 장기간 연휴가 확정된 추석, 되레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그간 조선업 전반적이고 장기적인 불황과 고강도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지역경제가 크게 침체되면서 이 같은 ‘임금체불’ 사태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태다.


목포지청에 따르면 목포 등 전남 서남권의 경우 8월 말 현재 이 지역에서 발생한 체불임금과 퇴직금은 122억7200만 원(3110명)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149억6100만 원(4009명)보다는 감소했지만 1인당 평균 체불액의 경우 전국 평균 409만 원(체불액 8910억 원)의 96.2% 수준에 달하는 수치다.


긴 명절을 맞았지만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지역경제 분위기도 가라앉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 부족에 따른 조선업 여파로 휴일 근무에 따른 특근수당 압박으로 열흘 모두 쉴 예정인 지역 기업과 점포 등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에선 그간 통상적으로 지급하던 명절 수당도 올해는 건너뛸 전망이다.


한편, 올해 신규 수주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며 지난달 세계 정상을 탈환한 한국 조선업은 여전히 ‘일감 부족’이란 불황의 씨앗을 품은 상태다.


수주잔량에서 여전히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에 밀리고 있는 가운데, 추석 연휴 이후에도 일감 부족에 따른 도크 추가 폐쇄와 유휴인력에 대한 휴직·희망퇴직 시행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사상 최장 기록인 열흘간의 달콤한 연휴를 손에 쥐었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국내 조선업계의 ‘아이러니’로 채워질 올 추석이 될 전망이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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