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통신사가 자회사가 서비스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에게 데이터 사용료를 면제해주는 ‘제로레이팅(zero rating)’이 장기적으로 콘텐츠 생태계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인터넷거버넌스협회(KIGA) 주최로 열린 2017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에서는 ‘제로FP이팅,과연 통신비 인하의 정답인가-시장경쟁질서 측변에서 살펴 본 제로레이팅’을 주제로 한 워크숍이 지난 15일 개최됐다.


이날 발제 및 사회를 맡았던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와 패널로 참석한 호서대 류민호 교수, 한국소비자원 이금노 연구위원, 네이버 이상협 부장은 현재 통신사에서 제공 중인 제로레이팅 서비스 현황을 소개하며, 이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특정 콘텐츠’ 이용 시 발생하는 무료 데이터 사용료 부담은 누가?


이날 박제환 변호사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지원하는 통신사들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자회사들 간의 금전 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해당 내용은 대규모기업집단현황 공시 내용(올해 2분기 기준)을 참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지환 변호사는 현재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통신사들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자회사들 간 금전 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해당 내용은 대규모기업집단현황 공시 내용(올해 2분기 기준)을 참조했다.


이에 따르면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은 오픈마켓 11번가로 발생하는 데이터 비용을 SK텔레콤에 소비자를 대신해 납북하고 있는 실정이다. 판매수익으로 약 80억 90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통신사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는 LG유플러스 가입자에 한해 시간 당 요금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3시간에 1천100원, 24시간에 2천750원의 요금을 지불하면 데이터를 제한없이 사용G라 수 있다. 미디어로그는 통신서비스 이용료로 165억1천500만원을 LG지불했다.


KT는 두 통신사와 달리 콘텐츠 자회사에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한다. KT는 음원 콘텐츠 등 명목으로 지니뮤직에 95억9천600만원을 지불했다. KT 가입자의 경우 월 9천600원만 지불하면 지니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와 함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받는다.


제로레이팅 관련해서 박지환 변호사는 "통신비를 아껴주는 좋은 정책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계열사 관계를 살펴볼 때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오픈넷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제로레이팅, 시장 구조 왜곡 우려


호서대 류민호 교수 역시 제로레이팅 서비스가 콘텐츠 사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통신사들이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첫 번째 목적이 통신 사업 모델이 한계에 부딪친 상황에서 콘텐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망이라는 자원을 활용해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이유는 자회사 등 콘텐츠 사업자와 협력하면 이들이 통신비를 내리지 않고도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면서 사업자들로부터 대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통신사가 망으로 획득한 시장 지배력을 콘텐츠 영역에 전이시키는 것인데, 콘텐츠 시장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인지는 매우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협 네이버 부장은 “제로레이팅이 확대되기 전에 정부에서 불공정 경쟁의 소지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업체 간 차별 없이 서비스를 소비자에 선보일 수 있고, 지속적인 경쟁이 이뤄질 수 있게 보장돼야 한다. 제로레이팅이 특정 사업자나 소수 자본력이 상당한 국내외 기업에 유리한 틀로 작용해 시장 구조를 왜곡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는 자회사나 계열사 간 협업 차원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전이 과정이 국내 시장의 여러 사업자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 있고,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제로레이팅에 대해 사후 검토한다는 입장인데 시장 규칙은 한 번 정해지면 돌이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제로레이팅에 대한 정부의 반응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제로레이팅 관련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며 “이번 워크숍에서 통신사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은 초청하지 못했는데 합께 논의할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역시 “최근 방통위에서 관련 고시를 만들었지만 막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시 적용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자신이 없다고 하더라”며 “통신비가 장벽인 소비자들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 국가가 좀더 공공 차원에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관련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류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 망 중립성 관련 기본 규칙이 법제화돼 있지만 한국은 가이드라인이라는 어중간한 형태로만 관련 규칙이 존재한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시정 당국에서 감시를 통해 문제가 있을 경우 언제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국도 개입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