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 정책연대로…‘문재인 정권 독주 견제’

▲ 바른정당 김무성(오른쪽) 의원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세미나 '원전의 진실, 거꾸로 가는 한국'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6000만원 상당의 금품수수 의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혜훈 전 대표가 불미스럽게 퇴장하면서 바른정당에는 극심한 갈등양상이 표출됐다.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여부를 놓고 자강파와 통합파가 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11월 30일 이전 조기 전당대회(당원대표자회의)를 개최키로 결정하면서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당 안팎에서는 자강파의 우두머리 겪인 유승민 의원이 조기 전대에 출마할 경우 당권을 거머쥘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과연 자강론이 위기에 빠진 당과 보수를 견인할 유일한 해법인지, 또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최선책인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 한편에선 보수대통합을 뛰어넘는 ‘중도·보수연합’, ‘선거연대 빅텐트론’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자강론의 한계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도보수연합에 대해 짚어봤다.


자강론의 한계…쇄국정책 이미지


고집 → 소통부재…‘남자 박근혜’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여의도 정치판에도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세력이 형성되고, 그에 반(反)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아니 더 심한지도 모르겠다.


5·9 대선을 통해 정권을 탈환한 집권여당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위시한 친문계가 권세를 떨치고 있다.


친문계는 계파의 수장이 바뀌었을 뿐 계파의 대명사겪인 친노의 연장선상이라 봐도 무방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문 대통령 자체가 대표적 친노 인사였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에도 친노·친문 못지않은 화려한 계파가 존재했다. 옛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위세를 떨쳤던 친이계와 친박계다.


친이계와 친박계는 지금은 적폐로 인식되어지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주군으로 모시는, 당내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 집단이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이 없다)’이란 말처럼 친이계와 친박계는 한 때 권력자 옆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우다가, 지금은 ‘추풍낙엽(秋風落葉-형세나 세력이 갑자기 기울어지거나 흩어짐)’ 신세가 되고 말았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역사의 저편으로 사그라지자, 자유한국당에는 당권을 거머쥔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계파인 친홍계가 그 자리를 대체하려 하고 있다.


같은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에서도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최근 계파와 비슷한 세력이 형성된 모양새다.


홀로서기를 주창하는 ‘자강파’와 보수통합을 강조하는 ‘통합파’가 그것이다. 물론 자강파는 유승민계로 인식되고 있고, 통합파는 김무성계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그동안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자강파와 통합파는 위기에 빠진 당과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놓고 홀로서기를 하느냐, 아니면 분열된 보수를 다시 통합해야 하느냐의 문제로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유승민 등판?…자강 회의론


6000만원 상당의 금품수수 의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혜훈 전 대표가 불미스럽게 퇴장하면서 바른정당에는 극심한 갈등양상이 표출됐다.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여부를 놓고 자강파와 통합파가 각을 세운 게 그 이유다.


바른정당은 당내 갈등을 수습하게 위해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당 의원총회를 열고 격론을 벌인 끝에 오는 11월 30일 이전 조기 전당대회(당원대표자회의)를 개최키로 했고, 이에 따라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당 안팎에서는 자강파의 수장인 유승민 의원이 조기 전대에 출마할 경우 당권을 거머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9 대선을 통해 전국적 인지도를 쌓았음 물론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라는 이미지가 강해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는 달리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따라서 그 어떤 후보보다 선호도 등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평가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유 의원이 주창하는 자강이 과연 위기에 빠진 당과 보수를 견인할 해법이 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대북유화 정책과 포퓰리즘 정책, 인사 참사 등을 견제할 최선책도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강론이 명분은 좋지만 유승민계였던 이혜훈 전 대표가 자강을 내세워 대구·경북, 호남, 충청 등 곳곳을 다니며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를 홍보하는데 주력했는데, 당 지지율이 올랐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마치 유 의원이 등판하면 당 지지율도 상승하고, 한국당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것이란 분위가 있는데 유 의원이 대표가 된다고 해도 잠깐 컨벤션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날 것이라 어떻게 장담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이 대선 때 홍준표 대표나 (국민의당)안철수 대표보다 득표율이 높았나,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여당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 유 의원이 등판한다고 해도 지금의 지지율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바른정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이 정권이 과거에 얽매여 보수정권 9년을 부정하고 적폐로 몰면서 사정 정국을 조성하고 있지 않냐”며 “보수 전체가 궤멸될 위기인데, 자강이 해법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어차피 문 정권 지지자들은 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나 똑같이 적폐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20석에 불과한 바른정당 혼자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 800만 달러를 퍼주면서 국제사회와 엇박자를 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그저 국민 환심을 사기위해 펑펑 쏟아내는 포퓰리즘 정책, 코드·보은 인사 참사 등은 어떻게 견제할 것이냐”며 “한국당-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 등 외연을 넓혀야 할 시점에, 자강론은 오히려 연대론을 차단하는 쇄국정책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질타했다.


▲ 바른정당 지도부가 지난달 11일 충북 청주 육거리 종합시장에서 '바른정당 주인 찾기' 민생 투어에 나선 가운데 정운천 최고위원과 이혜훈 당 대표, 유승민 의원이 시민들에게 홍보 문구가 적힌 부채를 전달하고 있다.

“생사고락을 함께할 리더십? 의구심”


다른 한편에서는 유 의원의 리더십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유 의원은 원칙과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유명하지만 때로는 원칙과 소신이 지나쳐 고집을 부린다는 비판이다.


원칙과 소신이 지나친 고집은 소통부재로 이어진다. 일례로 지난 대선과정에서 바른정당 소속 12명의 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할 당시, 장제원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승민 대선후보가 생사고락을 함께 할 리더십인지, 근본적인 의구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홍준표 후보 및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주장에 유 후보가)당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할 때 실망이 컸다”며 “3당 단일화를 거부하면서 이후 많은 지방의원들이 탈당했고, 이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의 존립문제가 되기에 유승민 후보는 바른정당 미래에 대해 책임 있는 말을 해줘야 하는데, 소통이 안 되고 일방적으로 당을 흔들리지 말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후보가 우리와 함께 할 사람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있었다”며 “정치인은 똑똑하다고 표를 주지 않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을 때 지지를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원칙과 소신이 지나친 고집은 자기편이 아닌 이들에게는 배타적이고 친화력이 떨어지는 소통부재로 이어졌고, 일각에서는 이런 유 의원을 두고 최순실 외에 소통이 안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유해 ‘남자 박근혜’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강파의 수장인 유 의원이 조기 전대에 출마할 경우 당권을 거머쥘 것으로 전망됨과 동시에 자강론에 대한 한계점, 유 의원의 리더십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지난 1월 23일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수통합 뛰어넘는 ‘초당적 연대’


지선 겨냥한 초당적 빅텐트 가능


김무성 “선국후당·선국후사”…각개전투로는 보수 재건 어려워


이런 가운데 보수진영 내부에선 보수대통합을 뛰어넘어 초당적 정책연대를 기반으로 한 ‘중도·보수연합’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보수야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김무성 (전 새누리당)대표(현 바른정당 고문)가 선국후당, 선국후사를 언급하며 큰 그림을 보고 보수 우파가 대결집해야 한다고 했는데, 김 대표가 그리는 큰 그림은 보수대통합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책연대를 기반으로 한 중도·보수연합이나, 선거연대까지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와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모임(열린토론 미래)은 당을 초월한 정책연대를 위한 공부모임인데, 국민의당 이상돈·최명길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끈 바 있다”며 “지지율에 취한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야권 정책공조 연결고리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이는 야권과의 협치보다는 높은 지지율을 국정동력으로 삼아 대북유화 정책과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 코드 인사 등을 밀어붙이는 등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이 초당적 정책연대를 연결고리 삼아 보수통합을 뛰어 넘는 중도보수연합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론이 제기됐지만, 보수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바른정당과 진보와 호남에 뿌리를 두고 국민의당이 통합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은 더더욱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한 때는 식구이자 동지였고, 보수라는 교집합이 있기 때문에 양당의 통합은 국민의당과의 통합보다는 한결 수월하다.


때마침 한국당 혁신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맏형인 서청원 의원,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의원에 탈당권유를 권고하면서 보수통합에 필요한 퍼즐들이 하나씩 맞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수정권 9년 전체를 부정하는 적폐몰이와 이에 따른 보수 궤멸을 위한 사정, 고공 지지율을 지렛대 삼은 문재인 정부의 독주가 지금보다 한층 더 강화된다면 분열된 보수진영이 다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게 보수 전반의 시각이다. 각개전투로는 위기에 빠진 보수를 재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당과의 정책공조까지 이뤄진다면 정부여당 독주에 제동을 걸만한 구도가 그려진다.


보수통합+국민의당 정책연대=중도보수연합


설사 보수진영이 통합하지 않더라도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 사례에서 경험했듯 지금처럼 야권 공조를 이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야3당의 공조체제는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과의 관계를 ‘형제의 당’으로 전환해 양당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과반을 넘는 160석이 확보되기 때문에 보수야당으로서는 원내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이 여당으로 돌아서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야3당의 초당적 정책연대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초당적 정책연대는 한 발 더 나아가 보수 일각의 주장처럼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을 상대로 승리하기 위한 선거연대로 발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 대선과 같이 지방선거를 겨냥한 빅텐트가 논의가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방선거 연대 빅텐트론이 논의된다면 민주당은 ‘선거공학적 연대’, ‘야합’이라 비판할 것이 뻔하지만 원래 선거연대와 야합은 지금의 여당이 야당 시절, 진보진영의 전매특허였다.


결국 초당적 정책연대는 보수통합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뛰어넘어 정책연대를 통한 중도보수연합,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선거연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김무성 고문의 큰 그림이라는 것.


▲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바른포럼 창립기념식’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한반도도 위기, 보수도 위기


강남 아줌마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주역들이 창당한 바른정당.


국정 농단 대통령 탄핵의 주역이었음에도 박 전 대통령 지지층에게는 ‘배신자’, 문 대통령 지지층에는 한국당과 같은 ‘적폐당’으로 인식되면서 이래저래 비난을 받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이혜훈 전 대표 시절과 같이 홀로서기를 견지하는 자강파와 분열된 보수를 다시 통합해야 한다는 통합파가 각을 세우고 있다.


자강파와 통합파가 내세우는 명분은 둘 다 틀리지 않다. 양측이 나름의 명분과 이유를 대고 있고, 설득력도 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지의 사실은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과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적폐로 내몰리고 있는 보수도 지금 위기라는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 자칫 정당을 초월한 공조 및 연대론을 차단하는, 쇄국정책 같은 느낌으로 비춰지는 자강론이 올바른 방향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결코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해선 안 되겠지만 초당적 정책연대를 통해 협치에 무심한 현 정권의 독주를 견제함은 물론 ‘적폐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보수를 견인할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중도·보수연합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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