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부식 알고도 판매 했다”…의혹 확산

▲ 혼다 CR-V.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 ‘혼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혼다는 올해 새롭게 선보인 5세대 SUV모델 ‘CR-V'와 ‘ACCORD’ 차량 내부에서 부식과 녹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여기에 피해를 입은 차량이 수 백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 등은 혼다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피해가 입은 다수의 차량에서 발생한 부식이 주로 차량 내부 용접 부분에서 발생해 제조과정 또는 검수과정에서 이미 부식이 진행됐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혼다측이 사전에 부식 된 것을 감지하고도 차량을 판매했을 경우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폭스바겐 디젤 사태 이후 일본차의 인기와 더불어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혼다가 이번 사태로 인해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혼다코리아의 부식 사태를 짚어봤다.


도요타, 닛산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 ‘혼다’가 최근 차량 부식 논란에 휩싸이며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았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여파로 지난 5월 수입차 판매 3위에 오르는 등 신차출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혼다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건 지난 7월이다.


7월 수입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1001대의 판매고를 올린 혼다는 차량에 부식과 녹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8월 판매가 541대로 46.5% 급감했다. 반토막이 난 것이다.


車 부식에 발목 잡힌 ‘혼다’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혼다의 녹·부식 의혹이 제기된 것은 7월이다. 이때를 시작으로 부식관련 제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문제의 차량은 대부분 출고된 지 몇 달 되지 않은 혼다의 신형 ‘CR-V’와 ‘어코드’ 차량에서 발생됐다.


부식은 대부분 운전석 스티어링휠과 대시보드 아랫부분 금속부품(브래킷)과 내부 철제 용접 부위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YMCA 자동차안전센터는 지난달 14일 혼다코리아 CR-V 등 다수의 차량에서 녹과 부식이 발생해 소비자경보 및 피해접수창구를 개설했다. 개설된 창구에는 지난달 20일까지 CR-V를 비롯해 어코드 등 460건이 접수되는 등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고 YMCA측은 밝혔다.


YMCA, 혼다코리아 검찰 고발…부식 논란에 매출 ‘반토막’


녹부식 차량만 400여대…혼다, 문제 차량 교환 환불 거절


혼다 차량의 부식 논란이 CR-V와 어코드를 넘어 사빅 등 다른 모델들에게 까지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혼다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혼다측은 녹 발생이 확인된 소비자에게 개별적으로 방청작업과 함께 부식 발생에 대해 10년간 무상재작업을 통보하고 있지만 교환이나 환불 등의 어떠한 조치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YMCA 자동차안전센터는 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에 혼다코리아의 CR-V, 어코드 등 차량의 부식과 녹에 관련해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요청을 요구한 상태다.


검찰 고발된 ‘혼다코리아’


급기야 YMCA는 지난 5일 검찰에 혼다코리아를 고발했다. YMCA 자동차안전센터 측은 혼다코리아가 중대한 결함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차량을 판매한 의혹이 있다며 혼다를 특정법죄가중처법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YMCA측은 “혼다코리아는 녹·부식 결함을 알고도 이를 고의로 은폐해 판매했다”며 녹부식위에 마킹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제작과정에서 이미 인지했거나 방청작업이 완벽히 되지 않고 출고한 제작결함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YMCA는 또 “혼다코리아는 문제제기 이후에도 어떠한 사과문도 게재하지 않고 개별 소비자에게 방청작업과 보증기간 연장에 대한 설명만 했다”며 “1일부터 최고 500만원 할인 행사를 하면서 소비자에게 결함있는 재고차를 떠넘기려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YMCA제공.

녹·부식은 한번 발생하면 부위가 점점 넓어져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결함이다. 더욱이 녹·부식으로 인해 에어컨 등을 틀었을 때 차량 내 공기에 녹성분이 퍼져 호흡기 질환 등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다.


부식이 발생한 혼다 어코드를 구입한 한 고객은 “미디어를 통해 녹·부식 의혹을 접한 후 자신의 차량을 확인해 본 결과 운전석과 보조석 하단 부분과 핸들 밑 안전벨트 부분까지 녹부식이 발견됐다”며 “구입한 매장에 항의했지만 안전상의 전혀 지장이 없다. 혼다코리아에 공식입장이 없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분노했다.


이 소비자는 “어렵게 구입한 신차가 녹부식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가족과 함께 타려고 구입한 차량인 데 에어컨 등에서 녹부식의 유해한 물질로 인해 어린 아이에게 호흡기질환 등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혼다의 주력 차종인 ‘올 뉴 CR-V’ 차량에 이어 ‘어코드’에서도 녹이 발견됐다”며 “하지만 혼다는 녹 제거 및 방청제를 뿌려주는 미봉책에 불과한 대책들만 내놓은 채 환불·교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혼다의 위상'


혼다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타격은 자사의 주력 모델로 한국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 차종에서 녹부식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혼다 차량은 올해 5월 출고를 개시한 5세대 신형 CR-V로, 차량 내부 용접 부분에서 녹과 부식 현상이 집중돼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량은 올해 7월까지 1000여 대가 국내에서 판매됐다.


여기에 혼다의 안닐한 대응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혼다코리아 측은 “지난 19일부터 고객센터를 통해 소비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이를 안내하고 있다”며 “방청 작업 이후 문제가 재발할 경우 10년간 무상으로 재작업을 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녹부식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환불 및 교환, 리콜 등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문제는 더욱 확산 될 가능성이 높다.


혼다 CR-V는 통상 미국공장에서 국내로 들여오는데 선박을 이용해 2개월여 시간이 걸린다. 차량 밑바닥은 녹방지 처리가 돼 있지만 그 안쪽으로는 물이 들어오지 않는 방수처리로 대신해 방청처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혼다는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어 왔다”며 “CR-V는 수입차 시장에서 SUV 대중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올 뉴 CR-V로 옛 명성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번 녹부식 파문으로 그동안 닦아 놓은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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