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입학금 폐지’ VS ‘재정난 심화할 것’

▲ 전국국공립대학 총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입학금 폐지 안건 등에 대한 논의를 최근 진행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건 ‘대학 입학금 폐지’ 사안이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대학가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각 대학들이 신입생들로부터 거둬 들여온 입학금은 그간 사용처의 불투명성 등 학교 측의 활용 근거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져온 바 있다.


대학 입학금과 관련해 고등교육법 등은 ‘등록금 외 기타 납부금’이란 명목의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대학 측이 이를 교비회계로 통합 관리함에 따라 실제 입학에 소요되는 실제 비용 이외에도 명확한 내역 없이 무분별하게 활용돼 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학교들이 받아온 입학금이 ‘천차만별’이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며 근거 기준의 모호성도 함께 지적됐다.


결국 문 대통령의 앞선 공약대로 ‘대학 입학금 폐지’가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최근 국·공립대학교를 중심으로 이 같은 정부 기조가 반영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립대학 측에선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입학금에 대한 산정과 집행의 불투명성 등에 대해선 제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향후 대책이 동반되지 않은 일방적 폐지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가뜩이나 10년 가까이 이어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입학금 폐지마저 현실화할 경우 대학들이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의 재정난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국정기획위, ‘대학 입학금 폐지’ 국정과제 선정
반대 측, “반값등록금 정책 규제 먼저 풀어야”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7학년도 전국 244개 대학의 평균 입학금은 56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이 668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8.5%에 달하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 기준 4년제 대학의 연간 입학금 총액은 40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동국대가 102만4000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외대(99만8000원), 고려대(99만7000원), 홍익대(99만6000원), 인하대(99만2000원) 순이었다.


반면, 경남과학기술대는 올해까지 입학금이 단 2만 원이었으며 광주가톨릭대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기원(DGIST), 인천가톨릭대, 한국교원대 등 5곳은 아예 없었다.


이처럼 대학 입학금이 학교별로 ‘제각각’ 차이가 큰 이유로 뚜렷한 산정근거가 부재하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고등교육법 11조 1항은 ‘학교의 설립자·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그 밖의 납부금’이란 명목으로 입학금을 걷고 있어 산정근거나 사용처 등이 불분명하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시민단체 청년참여연대가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들의 입학금 상위 23개 사립대학과 9대 국·공립대학 등 총 34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정보공개청구 결과, 응답한 28곳 가운데 무려 26곳이 입학금 산정기준과 지출내역 등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전국 15개 대학 9782명이 모여 ‘입학금 폐지 촉구’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법에 ‘입학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대학 입학금 폐지 사안이 지난달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최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입학금은 ‘즉시 폐지’가 아닌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이는 즉각 폐지할 경우 한 해에만 약 4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학들의 재정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것이다.

국공립대 입학금 폐지 줄이어…사립대 대비 입학금 비중 ‘미미’


▲ 대학 입학금 폐지를 둘러싼 대학가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5년 간 연속해 입학금 인하를 추진, 임기 말인 오는 2021년 완전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교육부는 대학 입학처장들을 한 데 모아 ‘입학금 제도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같은 정부 기조에 국·공립대학을 중심으로 입학금 폐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41곳 대학이 참여한 국공립대총장협의회가 오는 17일로 예정된 회의를 통해 입학금 폐지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국 국공립대의 수는 50개다.


협의회엔 거점국립대인 경북대와 부산대, 충북대, 전남대 등 10곳, 지역 중소 국립대인 군산대와 금오공대, 부경대 등 19곳, 교육대학교 10곳 등 고등교육법에 기반한 국·공립대가 소속돼 있다.


다만 4년제 국립대 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 고등교육법이 아닌 다른 법령에 따라 설립된 학교들의 경우 이 협의회에 속해 있지 않아 자체적으로 입학금 조정 방안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9개 중소 대학이 참여한 지역중심 국공립대총장협의회는 이달 초 입학금 폐지와 전형료 인하 계획을 동시에 밝힌 바 있다.


이 협의회에는 세부적으로 서울시립대와 서울과기대·한경대·부경대·강릉원주대·경남과기대·공주대·군산대·금오공대·목포대·목포해양대·순천대·안동대·창원대·한국교원대·한국교통대·한체대·한국해양대·한밭대가 속해 있다.


이에 따라 이들 19개 대학에선 내년 입학생을 대상으로 입학금을 받지 않을 방침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립대의 1인당 평균 입학금은 14만9천500원 수준으로, 지난 2015년 회계연도 기준 국립대의 입학금 수입은 전체 세입의 0.3%에 불과하다.


결국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실질적인 체감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사립대학의 동참 여부가 필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전국 41개 국·공립대학, 입학금 폐지 추진
장기간 등록금 인상 동결 ‘설상가상’ 토로


지난달 군산대가 입학금 폐지를 전국 최초로 결정한 것과 맞물려 국공립대학 세입에서 입학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약하다는 게 군산대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하는 주 원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사립대의 경우 국립대의 5배에 달할 만큼 높은 입학금 수준을 보이고 있어 폐지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2017학년도 기준 전국 사립대의 1인당 평균 입학금은 77만3500원으로 나타났다.


사립대를 중심으로 대학가의 ‘입학금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전국 대학의 4000억 원에 달하는 입학금 수입이 대안 마련 없이 이뤄졌다가는 재정난이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은 지난 2009년부터 사실상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입학금 폐지는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란 입장이다.


2007년~2016년 기간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6.5% 오른 반면, 입학금의 경우 동기간 대비 8.5%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대에서 입학금은 사실상 등록금의 보완재 역할을 해온 것이다.


특히 대입전형료의 경우 지난 2013년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학교 차원에서 불용 처리된 수입은 돌려줘야 하지만, 입학금의 경우 그대로 재정수입으로 잡히게 된다.


입학금 폐지를 반대하는 측에선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한 규제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들이 지난 10여 년 간 등록금 동결 기조를 보여왔고, 결국 모자란 등록금 탓에 입학금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활용됐다는 논리다.


따라서 후속대책 없이 입학금이 폐지될 경우 전체 일반대학 재정 가운데 4000억 원에 달하는 경상경비나 교육비 등이 증발, 결국 참교육 실현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학 ‘이중고’ 신음…정부 일자리 정책에 입학금 폐지까지


▲ 지난해 10월 대학 입학금 반환 소송이 시작된 바 있다.

또한 정부가 일자리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사안과 관련, 이로 인해 대학의 재정부담이 커졌다는 일각의 의견도 나온다.


앞서 경희대가 환경 노동자 등의 전원 정규직화를 선언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문제 역시 대학들의 인건비 상승에 의한 재정부담을 더 크게 지우고 있다.


대학들이 입학금 폐지 전면화에 앞서 정부가 국가장학금 등을 활용해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온 ‘반값 등록금’ 정책을 먼저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대학 입학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 국내 대학들이 입학금이 걷게 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나돈다. 일본은 대학 입학금이 한 학기 수업료의 최대 50%를 차지하며, 우리나라와 달리 입학금 부과 근거가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학 입학금은 지난 2010년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 도입으로 수도권 50개 대학에서 평균 3.5%, 최대 14.3% 증가한 바 있다.


당시 불거진 대학의 입학금 편법 징수 논란 끝에 교육부가 지난 2011년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입학금이 최근 3년 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을 삽입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대학생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대학 입학금 폐지는 물론, 대입전형료 인하에 대한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지난 3일 고려대·이화여대 등 9개 대학 총학생회(숙대 비대위 포함)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최근 이어지고 있는 국·공립대 입학금 폐지 행진에 환영의 의사를 밝히는 한편, 사립대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학 입학금은 뚜렷한 근거나 집행내역 없이 사실상 대학 입학에 대한 상납금처럼 운용되어 왔던 것”이라며 “다른 국·공립대학도 입학금을 폐지해야 할 것이며 특히 높은 입학금을 받는 사립대도 입학금을 조속히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입학금 폐지와는 별도로 대학전형료 대폭 인하와 서울시립대형 반값등록금 완성 역시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이들은 “예전부터 대학 입시전형료가 너무 비싸다며 수험생·학부모들의 원성이 매우 높았다”면서 “정부는 문 대통령의 지적대로 대학 입학 전형료를 대폭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값등록금 정책과 관련해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과 함께 고지서 상에 등록금 절반 인하와 저소득층에겐 국가장학금 추가 지급을 하는 서울시립대형 반값등록금을 전국의 모든 대학에서 반드시 실현해야 할 것”이라며 “대학생들의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졸업유예 시 등록금 징수 행위도 금지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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