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장순휘 정치학박사]‘택시운전사’는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ㆍ18)을 배경으로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이 중심이 되어 신군부에 대한 퇴진과 민주정부수립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한 것이다. 당시 신군부의 진압과정에서 빚어진 사회적 비극의 단면을 한 서울택시운전사와 독일인 카메라기자 힌츠페터씨가 주인공이 되어서 취재한 광주시내에서 벌어진 사실(facts)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힌츠페터는 사실상 종군기자(從軍記者)라고 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전투상황과 같은 광주에서 외신기자로서 처음 진실을 취재하여 전 세계에 광주의 참상을 보도한 것이 인정 됐고, 이 공로로 2003년에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카파이즘을 실천한 ‘참 기자’라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기자는 역사의 현장에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추구하고, 시비(是非)를 명백히 하는 비판정신과 책임감, 그러면서도 풍부한 창조성의 소유자가 되려는 개인적인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되는 직업이다. 힌츠페터처럼 생사를 돌보지 않는 기자정신을 ‘카파이즘’이라고 하는데 이는 전설적인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로버트 카파는 1954년 베트남전 취재 도중 지뢰를 밟아 사망하였다.


신속히 알려야하는 저널리즘의 속성차원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활동하다가 그 결과가 부정적으로 이용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취재원의 의도에 말려들어 사실 왜곡의 폭로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1950년대 조지프 매카시의 매카시즘(McCarthism)으로 자신에게 동조하는 일부 언론을 통해 과장된 보도를 이용하여 정치적 반대세력을 매도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언론인(Journalist)은 시대를 통찰하고 진실을 위한 용기와 사명감이 충만해야하는 특별한 역할에 충실한 직업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힌츠페터 기자는 당시 신군부에 의하여 언론이 철저히 통제된 상황에서 독일ARD 주일특파원으로 무작정 광주현장으로 갔다. 이 과정에서 택시운전사(김사복)의 극적인 도움을 받아서 시내 잠입에 성공하여 시위현장을 다니며, 광주시위대에 가해지는 무자비한 진압군의 곤봉세례와 사살과정 및 병원마다 처절한 부상자 치료모습 등을 생생히 촬영한다.


영화제작측면에서의 편파성 우려


외신기자로서 위법을 무릅쓰고 잠입 취재한 행위였기에 쌍방의 객관적 취재가 불가했던 점이 있었지만 영화로 제작한다면 제작진은 쌍방의 객관성도 가미해야 맞지 않겠는가?


각종 사건사고에는 원인에 따른 결과가 있고,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몇 가지 옥에 티가 발견되는데 영화제작측면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우선 5ㆍ18의 원인을 도입부분에서 ‘10ㆍ26’과 ‘12ㆍ12’ 및 ‘3김 민주화의 봄’ 등 일련의 정치적ㆍ사회적인 정치진행상황을 화면스케치기법이나 에필로그식으로 전제되어야 왜 광주시민이 분노하여 시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한때 폭도로 오해가 있었는지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나 이 점이 생략 됐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바로 군부대가 광주시 외곽일원을 완전포위한 상황으로 시작 돼 ‘악과 선’의 복선을 의도적으로 충돌시킨 점에서 편파성이 예고됐다.


둘째로 5ㆍ18의 원인에 대한 논점에서 ‘과격시위냐’, ‘과잉진압이냐’ 라는 엇갈린 주장이 있는데 영상에서의 표현은 군이 선제적으로 조준발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아직도 규명이 안 된 부분이기도 하지만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사격장면위주로 무자비하게 재연된 점에서 자극적이었다. 추가 영상장면을 편집하자면 5ㆍ18증언을 토대로 군지휘부와 시민군과의 고뇌어린 당시 회의상황이나 접촉노력이 재연되었어야하는 아쉬움이 있다. 서로 희생을 줄이고자 애썼던 부분이 있었음에도 영상은 비껴나간 것이다.


서울지검의 1995년 7월 발표문에 따르면 당시 사망자는 193명이다. 민간인이 166명, 군인 23명, 경찰관 4명이다. 특히 군인은 부대 간 오인사격으로 12명 사망, 시민군에게 피격당한 군인이 11명이다. 영화에서는 군인 피해는 없고, 민간인 피해위주로 영상화된 점이 있다.


셋째로 광주시민의 주장하는 대의명분에 대한 표현이 약했다. 유언비어가 난무하던 당시 상황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통제불능 상태로 어지럽게 표현된 점이다. 특히 대사 중 “군인들이 왜 총을 쏘는가?”라는 반문으로 모든 원인을 덮고, 선에 대한 악의 대립 메시지를 남긴다.


군인복무규율(1970.4.20 대통령령 제4923호)와 위수령(1970.4.20 대통령령 제4949호)에 의한 ‘자위권’ 규정이 있는데 군인은 군인복무규율 제123조에 “신체 생명 또는 재산을 보호함에 있어서 상황이 급하여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면 보호할 방법이 없을 때” 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살할 수 있는 ‘자위권’이 말단병사에게도 부여 돼있다.


지금 작품상의 선악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군이 국민을 위해(危害)하는 죄악에 동원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큰 교훈으로 얻어야 한다. 권력자가 다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임에 전념할 군대를 악용하는 일 없어야 한다. 더불어 과거사의 아픔을 헤집어서 정치적으로 의도도 경계해야하는 바가 없지 않다. 역사논죄는 오늘로 끝나는 게 아니다.


사실 문제는 장훈 감독의 사상성이다. 장훈 감독은 과거 ‘의형제’ ‘고지전’을 통하여 알려졌으며, 그의 작품성향은 무정부주의자, 탈권위주의적 민중중심으로 허무주의를 추구한다. 특히 공권력에 대한 민중과의 대결구도로 영화의 상업성도 추구하기에 이번 작품이 그 범주에 들어간다.


광주민주화영령들의 희생이 오늘날 이 나라 민주주의에 커다란 헌신이 되신 점에서 삼가 조의를 표하며, 그 당시 죽음을 무릅쓰고 용기 있게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밝혀주신 힌츠페터 기자의 영면을 기원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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