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우선이다”…‘허공의 메아리’

▲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또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정유시설 냉각기 부근 배관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다행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난 2일에도 같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0분 만에 진화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 회장으로 승진한 허진수 회장은 그동안 “안전이 최우선이다”라는 안전 경영론을 바탕으로 안전에 큰 비중을 뒀지만 연 이은 화재 사건으로 안전경영을 무색케 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잇단 화재에 ‘안전불감증’ 논란을 빚고 있는 GS칼텍스를 짚어봤다.


지난달 4일 허진수 회장은 GS칼텍스 사보를 통해 “안전 환경경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이를 강조한다고 해서 잔소리로 생각하지 말고 정해진 업무 규정을 다시 점검하고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허 회장은 “과거에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명확한 대책과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일 것”이라며 “안전환경 사고에 대한 정부의 규제 또한 강화되고 있다. 법 준수 여부를 떠나 안전환경은 개인은 물론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본임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허 회장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꼽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허 회장의 안전구호가 헛바퀴를 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에 이어 10일에도 연 이어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GS칼텍스의 안전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잇따른 화재 사건 <왜>


지난 2일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GS칼텍스 공장 내부에서 화재가 일어나 30분 만에 진화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는 공정시설 내 변전실 패널에서 시작해 시설 일부를 태우고 진화됐다.


공장 내부의 자동소화설비가 작동해 큰 불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변전실과 연결된 공정의 전기 공급이 끊어지면서 생산시설이 중단됐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정유사업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자칫 대형 화재로 연결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당시 GS칼텍스 측은 “핵심 생산설비가 아닌 변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불도 초기에 잡혀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고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단이 안전대책 소홀과 설비 노후화 등에 대해 면밀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화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0일 또 다시 여수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오전 6시 38분께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GS칼텍스 2공장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불이 나자 소방차 18대 등 장비 28대, 경찰과 소방관 등 인력 260여명이 현장에 투입돼 화재를 진압했으며 불을 끄고 2차 사고 예방 작업을 펼쳤다.


이날 화재는 아스발트를 가열해서 등유와 경유를 뽑아내는 2공장 VRHCR 냉각기 배관에서 처음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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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초기 배관에 불이 붙으면서 발생한 파열음이 여수시 도심까지 울리면서 한때 폭발사고로 의심받기도 했다.


또 다시 재기된 ‘안전불감증’


GS칼텍스 측은 “이번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화재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주일 간격으로 화재가 발생하자 GS칼텍스의 안전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허진수 회장의 강조한 안전경영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 화재가 발생한 GS칼텍스 여수공장.

허 회장은 그동안 안전경영에 큰 공을 들였던 것이 사실이다. 허 회장은 올해 첫 현장경영을 나서며 여수공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허 회장은 “'무사고 무재해' 사업장을 구현하는 것은 필수”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현재 안전담당 팀장을 비롯해 팀원 90여명이 사고 예방을 위한 전담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비상시 총 1700여명의 직원들이 사고 유형 및 규모에 따라 지휘본부 하에 체계적으로 대응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지난해 2월 창사 이래 두 번째 ‘무재해 600만 인시’를 달성했다고 자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달 뒤 실험실 연구원이 작업 도중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무재해 700만 인시 도전이 물거품이 됐다.


일각에서는 여수공장의 잇단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노후화된 설비 등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수산업단지의 여수공장은 지난 1969년 준공해, 올해로 48년째 가동중에 있다”며 “시설이 노후화 됐고, 관리부족에 점검부실로 이어지면서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허 회장이 안전관리를 부르짖어도 이를 받혀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말로만 안전경영을 외칠게 아니라 ‘무사고’로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내 뱄었다.


이익에 취해 안전 외면(?)


지난 1967년 설립된 GS칼텍스는 지난해 순익 1조4170억원을 기록하면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GS칼텍스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7조2759억원, 영업이익 5850억원, 당기순이익 56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2.5%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5.2%, 159.8% 급증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전 관리에 대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GS칼텍스가 이뤄놓은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2014년 발생한 ‘여수 우이산호 기름유출 사고’는 GS칼텍스의 안전 경영에 이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사고로 GS칼텍스는 수백억원의 피해와 자연 재해, 그리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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