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의 정치적 숙명…정치지형 재편?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혁신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셔츠 소매를 걷고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이하 전대)에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당이 연일 시끄럽다. 일부 호남파 의원들과 안 전 대표의 경쟁자로 꼽히는 천정배 전 공동대표, 정동영 의원 등이 반안(反安) 전선을 구축하며 안 전 대표의 전대 출마를 맹비난하고 있고, 친안(親安) 인사들은 안 전 대표를 옹호하고 나서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전대 출마로 불거진 국민의당의 분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전대를 계기로 국민의당이 자칫 분열되기라도 한다면 정치권에 정계개편을 불러올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지난해 4·13 총선을 통해 다당제라는 정계개편을 불러왔던 안 전 대표가 또 다시 ‘정계개편의 태풍의 눈’이 될지를 진단해 봤다.


호남파 반발에도 마이웨이 安


복당 환영하지 않는 집권여당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8·27 전당대회 출마 선언으로 국민의당은 정치권과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호남파 및 일부 의원들과 안 전 대표의 경쟁자로 꼽히는 천정배 전 공동대표, 정동영 의원 등은 반안(反安) 전선을 구축하며 안 전 대표의 전대 출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는 안 전 대표가 전대에 출마할 명분이 부족하거니와 안 전 대표가 지금은 자중할 때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와 친안(親安) 인사들은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지금의 지지율로는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절체절명에 빠진 당을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안 전 대표가 전대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안파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선출을 저지키 위해 안 전 대표와 자웅을 겨룰 천 전 대표와 정 의원의 단일화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천 전 대표와 정 의원의 동시에 출마하게 되면 호남 당원들의 표가 분산돼 안 전 대표에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단일화를 이뤄 단일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전대에 대내외 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안 전 대표에게 유리한 여론조사가 배제된 반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는데, 굳이 단일화까지 할 필요성이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 배제로 안 전 대표가 과반을 넘지 못하면 결선투표로 이어질 것이고, 결선투표에서 천 전 대표든 정 의원이든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친안파 측에선 이번 전대에 여론조사가 제외된 것에 대해 다소 아쉬워하는 눈치지만 당내 일각의 반발로 오히려 안 전 대표의 지지층 결집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리얼미터 8월 첫째 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은 전주 대비 2.0%포인트 상승한 6.9%로 조사됐다.


국민의당은 지난 5주 동안 최하위를 기록하다 이번 지지율 상승으로 인해 바른정당(5.8%)과 정의당(5.7%)을 제치고 더불어민주당(50.6%)과 자유한국당(16.5%)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국민의당 지지율 상승에 대해 리얼미터는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선언에 의한 지지층 결집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지층 결집에도 이번 전대에서 안 전 대표가 패배할 경우 정계은퇴에 버금갈만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이와 같이 당초 차분하게 진행될 것으로 점쳐졌던 국민의당 8·27 전대는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집단 탈당설…민주당은 딜레마


정치권은 국민의당 전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안 전 대표가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대 출마 의지를 꺾지 않자, 호남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탈당설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전대 출마를 선언하면서 ‘외연을 넓혀 전국정당으로 우뚝 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호남에 국한돼 있는 국민의당이 아닌 탈호남 시도로 외연을 넓혀 바른정당 등 다른 정당과의 전략적 연대를 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당내 호남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국민의당을 집단 탈당한 뒤 뿌리가 같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당 탈당파 인사들을 받아들이는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의석수가 늘어난다는 데에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국민의당 인사들 대부분은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비문(非文)으로 분류된 인사들이고, 당시 친문 패권주의에 반발해 당을 뛰쳐나간 인사들이다.


이들이 다시 입당하게 되면 민주당에 파열음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인 만큼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국민의당 탈당파 인사들의 복당으로 당내 이견이 표출될 수 있다.


또한 복당파 인사들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요구하기라도 한다면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 몇몇 인사들이 복당하는 것으로 큰 실효성을 거두기도 어렵고,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 사이에 다소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는 것도 부담이다.


즉, 국민의당 탈당파 인사들의 복당은 민주당 입장에선 굳이 버선발로 맞이할 만큼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


민주당의 이러한 인식 때문인지 국민의당 원로그룹인 동교동계가 탈당의사를 접으면서 일단 탈당 움직임은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다만, 안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탈당설이 수면위로 재부상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의 친박과 비박과 같이 전대 이후 국민의당에는 친안파와 반안파의 불편한 동거가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안 전 대표가 화합과 포용이라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호남파 인사들이 전대 결과에 불복 또는 사사건건 안 전 대표의 리더십에 발목을 잡게 되면 탈당설은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는 것.


▲ 동교동계 원로 고문단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불출마 촉구와 출당 건의 검토, 109명의 출마 요구서에 대한 당 윤리위 회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롯해 홍기훈, 박양수, 박명석, 이훈평, 최락도, 이경재, 이창근, 류의재 등이 참석했다.

응답하라‥바른정당의 선택은?


安의 승부수…정계개편 재현?


국민의당+바른정당…입지 좁아지는 제1야당


당내 호남파 인사들이 탈당에 이은 민주당으로의 복당을 꾀한다면 안 전 대표를 비롯한 친안파 인사들은 바른정당과의 선별적 정책연대, 나아가 합당까지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정체성으로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정치는 개혁’을 제시했는데, 특히 안보관과 관련해서는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을 자처하고 있는 박지원 전 대표를 필두로 호남파가 대부분인 국민의당이 그동안 진보적 안보관을 추구해 온 것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반면 바른정당의 노선과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이 주창해왔던 확고한 소신과 같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 전 대표는 전대 출마를 선언하기 전 주변에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대가 중요하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따라서 안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대를 시작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연대, 나아가 통합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제법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의 정치공학적인 통합 및 연대에 선을 그으며 자강을 강조하고 있지만 완전히 문을 닫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바른정당 개별 의원들 간에 연대 및 통합 논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으며, 당 지도부도 호남과 비호남으로 나뉜 국민의당 전대 결과를 보고 그 때가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은 현재 의석수(20석)에서 한 명만 탈당하더라도 국회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에서 도태될 뿐 아니라 여론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게 된다.


다당제 체제인 현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내년 지방선거,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 원내교섭단체 지위 유지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하면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바른정당 입장에선 실보단 득이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가 활발해 질수록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극우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제1야당을 상대하기 보다는 연대노선을 구축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주요 협상 상대로 여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은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기 어려워진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가 정부여당에 협조할 건 협조하고, 반대할 건 반대하는 식이라면 국민 여론도 무조건 반대만을 일삼는 한국당보다 우호적인 평가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 (좌측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jpg

‘정계개편의 아이콘’


안 전 대표는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의원들과 의기투합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호남지역 28석 중 23석을 차지하는 등 비례대표를 포함해 총38석을 얻으면서 기득권 양당제 체제였던 정치권에 3당 체제라는 정계개편을 불러왔다.


당시 민주당의 끈질긴 통합요구에도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며 야권통합을 거부한데 따른 성과였다.


이번에도 안 전 대표는 호남파의 전대 출마 철회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마 강행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의 전대 출마를 계기로 호남파와 비호남파가 갈려 결국 국민의당이 결별 수순을 밟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이렇게 된다면 또 한 번의 안철수발(發) 정계개편이 예상된다.


이쯤 되면 안 전 대표는 ‘정계개편의 아이콘’이라 불려도 무방해 보인다. 혹시 안 전 대표의 어젠다인 ‘새정치’라는 것이 기존의 정치지형을 새롭게 재편시키는 정계개편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다만, 지난해 총선을 통한 다당제 구축이 긍정적 효과를 불러온 정계개편이라면 8·27 전대를 계기로 국민의당 분열에 의한 정계개편이 일어난다면 뼈아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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