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대한민국의 ‘해법인가 or 위험한 선택인가’

▲ 중단된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대선기간 중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고리원전에 대한 영구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탈원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국가 원자력을 책임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4일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펼쳐, 원전 건설을 일시 중단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수원 노조는 이사회 결정 무효를 선언하며 법정 대응에 나서는 한편, 인근 주민들은 이관섭 사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원전 건설에 대한 공론화를 선언한 가운데 국가 원전을 비전문가들에게 맡겨 명운을 결정짓겠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가운데 국가 원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하는 한수원 역시 이에 대한 갈피를 못잡으로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원전건설에 대한 중심으로 잡지 못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살펴봤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일시중단을 의결한 한수원 이사회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병기 노조 위원장은 지난 14일 신고리 원전의 일시중단을 결정한 한수원 이사회와 관련해 “이사회 날치기 통과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천문학적 국고 손실이 발생하는 중대한 사안을 날치기 이사회를 통해 강행하는 것을 본 원전 노동자들은 가슴이 콱 막힌다”며 “원전을 무조건 배격하려는 진영 논리를 배격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국가 명운(命運)걸린 정책, 날치기 의결


지난 13일 한수원 노조의 저지로 무산된 이사회는 다음날인 14일 경주의 한 호텔에서 기습적으로 열렸다. 이날 이사회에는 한수원 상임이사 6명과 비상임이사 7명이 참석해, 찬성 12명, 반대 1명으로 ‘신고리원전 5·6호기’에 대한 ‘일시 중단’ 결정을 의결했다.


공사 일시 중단 의결에 따라 국무조정실의 공론화위원회 발족 시점부터 공사는 3개월간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첨예한 대립이 펼쳐지고 있는 중요한 안건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수원 이사회 ‘일시중단’ 선언…이관섭 “영구 중단 막을 것”


노조 ‘이사회 결정, 효력 정지’ 신청…정부 ‘공론화 위원회’ 발족


한수원 노조는 성명을 통해 “국가에너지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책임져야할 정부가 대통령의 의중이란 이유로 수십년간 신중하게 진행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천문학적 피해…누가 책임지나


당장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전 건설에 대한 시공사와 하청업체들의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 한수원에 따르면 공론화 기간인 3개월 동안 피해 규모는 인건비 120억원을 포함해 약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원전 건설이 완전히 중단될 경우 피해금액은 무려 1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신고리 5·6기’ 건설 영구 중단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고리 5·6호기는 1조6000억원의 손실과 문제가 발생하는데 회사와 경영진, 이사회 입장에서 계속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영구 중단되지 않도록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이관섭 한수원 사장

이 사장이 이사회 이후 공개 입장을 밝힌 건 이날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신고리 5·6호기 부지는 안전하다”며 “후쿠시마 사고도 겪었지만 설비 개선을 노력해서 안전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영구중단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사장의 발언을 놓고 ‘정부의 항명’ 과 ‘소신발언’으로 나뉘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공론화 과정에서 백지화가 결정됐을 경우 ‘명분쌓기’란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영구중단이 선언되면 매몰 비용만 최소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수원에서 대부분을 책임져야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중심 못 잡는 한수원 사장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시장의 오락가락한 행보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탈원전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사회가 끝나자 영구 중단을 막기 위해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고 주장하면서 의구심은 높아져 가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원전안전특위 워원장인 최인호 의원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 사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대통령의 공약사항이 만큼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말하자 한수원은 5월 착공 예정이던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시공설계용역을 보류해 새 정부와 부담을 덜어주는 등 정부정책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정부정책과 괘를 같이하는 한수원 수장이 정부 정책에 반하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주민들 '이관섭 사장' 퇴진 운동


이 사장의 이같은 행보속에 원전이 건설되고 있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이관섭 한수원 사장에 대해 퇴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손복락 서생면주민협의회 원전특위 위원장은 “이 사장이 주민들과 약속을 저버린 만큼 더는 그를 신뢰할 수 없다”며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이 정권이 바뀌자 소신 없이 원전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한 것은 눈치 보기로 밖에 볼수 없다”고 주장했다.


손 위원장은 “이 사장은 이번 이사회 결정이 공사 영구 중단이 아닌 일시 중단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부의 원전 정책 기조가 탈핵인 만큼 앞으로 영구 중단 방침에도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 사장은 책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험한 선택 ‘공론화 위원회’


일각에서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명운이 걸려 있는 ‘공론화위원회’의 정책 결정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원전 전문가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30개월 격론을펼친 끝에 건설을 결정한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비전문가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고작 3개월만에 결정하는 것이 원자력이라는 국가의 에너지체계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의수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8일 공론화위원회 위원 선정을 위한 찬반 양측 대표단체에 후보 20명에 대한 제척 의견을 요청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찬반 논란 팽팽…세계 최고 안전성 ‘먹구름’


전 한수원 감사위원장 ‘구속’…한수원發 ‘납품비리의 악몽’ 재연(?)


공론화위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갖지는 않지만, 출범 후 3개월 동안 공론화 과정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최종 판단은 시민 배심원단이 내리게 되며, 이들에 대한 구성 방식과 의사결정 방식 등은 공론화위가 결정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독일과 스위스 등이 20년 동안 여러 전문가와 탈핵 찬반 양쪽 의견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쳤지만 한국은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비전문가인 시민 배심원단이 책임질 수 있는 합리적 의사 결정을 내릴 지 의문이란 목소리가 높다.


韓, 세계 최고 안전성 자랑


국내 원전은 세계의 안전성을 자랑한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9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3세대 한국표준형원전(APR1400) 4기를 총 186억 달러(약 21조원)를 수출하면서 세계에서 5번째로 원전 수출국이 됐기도 했다.


여기에 '탈원전'이 세계적이 추세인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일본의 경우에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원전 제로 정책'을 펴기도 했지만 최근 부작용으로 인해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수원은 지난 3월 원자력발전소 설계 핵심코드 인허가를 취득해 모든 원전 핵심기술을 보유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실적 문제를 들어 탈원전으로 가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력공급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던 원전이 줄어들면 그만큼 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 등에 의존해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미약한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다시 터진 '납품비리'


이렇듯 ‘탈원전’ 정책에 대한 급작스런 변화의 중심에 놓인 한수원을 바라보는 관심과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납품비리’까지 불거지면서 최근 몇 년동안 한수원의 발목을 잡았던 의혹은 또 다시 재현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는 지난 6일 공사 발주와 관련해 편의를 봐주겠다며 뇌물을 받은 전 감사위원장 조 모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시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7월까지 장애인 단체 사무총장 정 모씨로부터 “한수원이 발주한 모의제어반 고아를 수의계약으로 따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대가호 5억원을 요구한 혐의다.


감사위원장은 한수원 경영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는 위치로 압품 계약에까지 힘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수원이 납품 등 자사에 대한 관리 감독 시스템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난을 쏟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한수원의 발목을 잡은 납품비리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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