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파문’ 등…‘민주당發 흡수통합론’ 까지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추진이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주요 공약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은 6월 임시국회서 통과가 좌초된 데 이어 7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이르러가는 현 시점에서도 국회 본회의에 계류 돼 있다. 여소야대의 정국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국민의당 포섭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통해 국민의당에 전달한 협치 제안과 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 등이 설파하고 있는 ‘민주당-국민의당 통합론’ 등이 그것이다.


포섭 대상이 되고 있는 국민의당은 내부적으로 의견일치가 되지 않고 있다.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으로 촉발된 위기를 정부에 협조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그간 40석의 ‘캐스팅보터’로서 쌓아올린 공든 야성(野性)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정부와 국민의당의 각자도생이 만들어내는 접점에 대해 짚어봤다.


잇단 임시국회 계류 ‘추가경정안 심사’ 청와대 발등에 불


‘캐스팅보터’ 국민의당 ‘문준용 파문’ 적색경보 협치 빌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영수회담에서 자신의 아들인 문준용씨와 관련한 대선당시 특혜의혹 ‘제보조작 파문’으로 위기를 맞은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선거 전의 일은 모두 잊자’며 협치 제안의 손을 내밀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영수회담을 마친 뒤 국회에서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선거 전에 있었던 일은 모두 잊어버리자, 큰 강은 건넜으니 뗏목은 잊고 새로운 일을 하는 방향으로 협치를 하자,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치권 일각에서 ‘문준용 제보조작 논란’으로 창당 이래 최대위기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국민의당에게 해당 파문에 대한 수사 마무리 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화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게 만들었다. 국회 본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을 당근이라도 줘서 포섭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은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것에 이어 7월 임시국회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여당의 공무원 증원을 위한 추경 80억원 편성과 공무원 증원을 위한 예비비 사용에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야3당이 불가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 이번 임시국회는 최장 내달2일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야3당의 완고한 입장이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정부여당의 입장에선 애간장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의 포섭 1순위 선택은 국민의당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진보진영으로서 정부의 협조요청에 흔쾌히 응한다 할지라도 자당 지지층의 반발우려가 낮고, 120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을 통상 법안 의결에 필요한 과반이상의 의석수를 만들어주기에 충분한 40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文의 문준용 면죄부, 추경협조 위한 당의정?


국민의당 박 위원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영수회담에서 “일반 공무원 증원은 (대통령 본인도) 찬성하지 않는다”며 “이번 공무원 증원 계획은 민생과 안전에 대한, 국민을 돌보는 데 꼭 필요한 공무원 증원”이라고 추경에 대한 협조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에 국민의당의 전반적 기류는 이에 정부협조에 좀더 우호적인 모양새를 취하기 시작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영수회담 다음날인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통해 “추가경정예산안이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우리(국민의당)가 주도하는 모습이 비춰지면 국민의당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우리 주도 하에 기왕 국회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의미부여를 한 뒤 “어제 (영수회담에서의) 대통령 말 중 깊은 뉘앙스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원내대표로 하여금 추경이 끝난 다음 협의토록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당 내에선 이에 대한 반발도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공무원 80억원 편성에 대해 “중장기 계획과 재정확보 방안을 논의한 후 안전, 복지 관련 필수 인력부터 추경이 아닌 본예산에 편성하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야권과 공조하고 있는 자당의 기존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국민의당도 여당에 협치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춰 협치에 응할 것은 응해야 한다”며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게 우리 입장만 고수하는 건 발목잡기로 비춰질 수 있다”고 반론을 펼쳤다.


이 정책위의장은 그러면서 “협상, 협의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여야도 서로 늦지 않게 추경에 합의하기를 바란다”고 촉구 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이 정책위의장을 향해 “(의총 모두발언은) 비공개도 아닌데 공개된 자리에서 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당내 의견이 합치가 안 된 상황을 노출한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 국민의당 흡수 과반의석 노림수 강한與 환골탈퇴


국민의당 ‘추경 입장변화조짐 & 내부반발’ 야성 상실우려


국민의당 내부 불협화음…文제안 양날의 칼 의식


이는 내부적으로도 의견합치를 이루기 어려울 만큼 국민의당이 처한 상황이 고심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우선 현재 국민의당의 시급한 문제는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으로 직면한 유례없는 위기상황부터 타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영수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이를 ‘협치를 위해 덮어 두겠다’는 식으로 내민 손을 덥석 잡아들 경우 ‘정체성’ 문제에 재차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점이 양면의 칼처럼 기능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뿌리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대선과정서 ‘민주당 제2중대’ 등의 폄하 발언을 듣기도 했을 만큼 아직 민주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절하된 평가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국민의당이 현재 닥친 위기를 민주당의 관용으로 해결하는 모양새 보단 자력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제보조작 파문이 일기 전까지 국민의당은 이러한 가능성을 상당수준 피력해오고 있었다. 국민의당은 현 정부 들어 진영논리에 편승해 진보정권을 추종하기만 하는 정당이 아닌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존재감 있는 야당으로서의 모습을 40석의 캐스팅보트 능력을 활용해 자당의 가치를 뽐낸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 각료 인사청문 정국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등 정부협조에 대한 명분이 적절히 무르익는 타이밍이 되면 타 야당보다 적극적으로 안건 해결에 조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켜왔다.


공들여 쌓은 ‘캐스팅보터’ 입지 붕괴우려


문제는 이렇듯 그간 캐스팅보터로서 쌓아올린 입지가 정부여당이 내민 손을 잡는 순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경우 향후 민주당에게 흡수·통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의견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흔들릴 경우 통합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수회담이 있던 날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국민의당을 향한 협치 제안을 거드는 듯한 발언을 해 이목을 끌었다.


우 전 원내대표는 ‘cpbc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비록 국민의당과 관련해서는 여러 감정적인 측면이 남아있다”면서도 “대한민국의 안정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국민의당이 위기고 민주당, 청와대도 이렇게 가면 굉장히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치를 제안하는 발언이지만 이는 민주당-국민의당 통합론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 전 원내대표는 ‘여전히 국민의당과의 통합 소신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긍정하며 “120석 의석으론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뒷받침하기 매우 어렵다”고 당위성을 주장했다. ‘캐스팅보터’인 국민의당을 흡수·통합해 과반의석을 확보, 강력한 여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우 전 원내대표는 “지금 국민의당이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그런 제안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문제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제보조작 파문이 해결된 후 차후 수순은 통합으로 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국민의당은 정부여당의 추경 등 협조제안에 매혹되면서도 내미는 손을 쉽게 잡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파문으로 촉발된 현 위기를 자력으로 극복하는 방안을 선택해 해결할 지 민주당의 손을 잡는 모양새로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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