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현금 저수지 역할을 하는 계열사로 '이수엑사켐'이 업계의 지목을 받아오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적폐 청산’을 기치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재벌 개혁에 대한 움직임을 서서히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재벌 저격수’로 명성을 떨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각종 불공정·부당거래행위 등에 대한 완전한 척결을 공언한 바 있다.


그간 기업들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나 내부거래 비중 확대 등을 통해 결국 오너들의 곳간 부풀리기에만 혈안이 돼 갖가지 편법과 꼼수들을 동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세간의 비판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의 이 같은 기조에 맞물려 이미 오랜 기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수그룹이 재조명 받고 있다. 김상범 회장 개인의 현금 ‘저수지’ 역할을 하는 계열사로 ‘이수엑사켐’이 지목된 것이다.


‘김 회장 지분 100%’ 이수엑사켐,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


이수엑사켐은 김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사실상 김 회장 개인 회사로 볼 수 있다.


이수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한 이수엑사켐은 그룹의 지주사 (주)이수 최대주주로, 지분 67.4%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김 회장 소유다.


이수엑사켐은 석유화학제품과 정밀화학제품 등을 판매하는 회사로, 그룹 핵심계열사이자 코스피 상장사 이수화학에서 제품을 매입한 뒤 이를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다.


다시 말해 이수엑사켐은 이수화학이 생산한 제품을 매입, 다른 거래처로 내다파는 일종의 ‘중간 판매상’ 역할을 하는 셈이다.


<더벨> 보도에 따르면 이수화학 전체 매출채권 가운데 이수엑사켐이 차지하는 몫이 과도하게 많고, 타 고객사 대비 지나치게 긴 매출채권 회전기일(receivable turn over period)로 상환 지연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채권회전율은 ‘매출액/매출채권’으로 계산하고 기말의 매출채권 잔액이 1년 간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인 매출액으로 회전되는 속도를 뜻한다.


결국 매출채권 회전율이 높으면 매출채권이 순조롭게 회수되고 있음을, 반대의 경우는 매출채권의 회수기간이 길어져 대손발생의 가능성이 높음을 각각 의미한다.


올 1분기 기준 이수화학은 이수엑사켐에 570억 원의 매출채권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말엔 74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외상값’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수화학이 이수엑사켐에 부당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 아닌지 시장의 의심이 나온다.


이수엑사켐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해 이수화학의 타 고객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채권상환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내부거래 기업 ‘옥죄기’…이수그룹, 칼날 피할 수 있을까(?)


특히 업계 일각에선 김 회장 소유의 회사가 주력 상장 자회사와의 내부거래 등을 통해 이익을 내면서 결국 거액의 배당 등으로 부를 취하는 방식의 사실상 김 회장만의 ‘현금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일 이수화학이 이수엑사켐을 거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할 경우, 그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음에도 굳이 이 회사를 통하게 되면서 수익은 대부분 김 회장 개인으로 향하고 있다.


이수엑사켐은 지난해 20억8000만 원을 배당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김 회장에게 돌아갔다. 또한 2015년 배당액 11억2000만 원에 이어 2013년과 2011년의 배당금은 9억6000만 원을 기록했다.


최근 6년 간 김 회장이 이수엑사켐을 통해 확보한 현금만 51억2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기업들의 내부거래 실태점검에 나선 가운데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는 즉시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직권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업계에선 이수그룹 역시 공정위 칼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이수엑사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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