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사 임원 해임 등 요구…신뢰도 ‘추락’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5월 31일 서울시민의 발을 책임지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통합돼 서울교통공사로 공식 출범했다. 지하철 혁신방안으로 추진됐지만 양 기관 노조의 반대로 중단된 통합논의는 지난해 구의역 사고에 따른 안전관리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기관 통합이 급물살을 탔다.


안전이라는 화두가 기관의 통합의 일등공신이지만 최근 감사원은 지난 2015년 지하철 2호선 노후 전동차 교체사업에서 서울메트로 간부 직원이 당시 차량을 수주한 기업과 유착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해임을 요구했다.


서울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공사가 시민들의 안전을 무시하고 자신의 잇속만을 챙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2호선 노후차량 교체 작업을 위한 2차 입찰을 예정하고 있어 비리로 얼룩졌던 지난 입찰이 재현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서울 지하철 2호선 교체 작업을 살펴봤다.


지난 2015년 3월,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2호선 노후 전동차 교체 200량 구매 입찰에서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이 현대로템을 누르고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수주 금액만 2096억원.


당시 전동차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전동차 제조기업인 현대로템의 수주를 예상했지만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이 수주에 성공했다. ‘로윈’은 2014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로 서울도시철도공사로부터 부정당업체로 제재를 받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평가를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이 전동차를 정상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의혹만 남은 1차 ‘전동차 교체 사업’


당시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이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준을 충족시킨 업체 중 최저가로 선정한다는 서울메트로의 평가기준이었다.


국내 최대 전동차 제작 기업이면서 해외 시장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현대로템은 가격 경쟁에서 로윈측을 이기기는 불가능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전동차 사업에 ‘안전성’ 보다 ‘최저가’에 방점을 맞췄다는 것에 비난이 일기도 했다.


‘2호선 전동차’ 교체 특혜 비리 의혹…입찰업체에 취업청탁까지


실적 전무, 법정관리 ‘로윈 유착’…싸구려 부품에 안전 ‘빨간불’


여기에 당시 로윈은 2011년 코레일과 계약한 컨테이너 화차 미납으로 계약이 해지된 바 있으며 서울도시철도공사와는 ‘계약성실불이행’으로 부당업체 제재를 받기도 했다.


또한 서울메트로 전 고위임원이 로윈측으로 자리를 이동하는가 하면 로윈의 임원 중 상당수가 서울메트로 몇몇 임원들과 인연을 나타내는 등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수주에서 탈락한 현대로템은 서울중앙지법에 입찰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서울메트로를 상대로 입찰 후속 절차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성한 의혹을 남긴 로윈과 다원시스는 지난 2016년 10월 합병했다.


기준 충족의 ‘비밀’


로윈과 다원시스 컨소시엄이 1차 노후 전동차 입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감춰졌던 비밀이 서서히 들어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13일 서울메트로가 2015년 3월 구매계약한 지하철 2호선 노후전동차 계약 과정에서 부당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2015년 3월 2호선 전동차 200량 구매계약을 부품공급업체 다원시스, 전동차제작업체 로윈으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협약을 체결했다.


▲ 지난 5월31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서울교통공사로 새롭게 출범했다.

서울교통공사는 1차 사전규격 공개에서 공동계약방식이면 ‘계약목적물과 동등 이상의 물품 또는 유사물품을 제작·납품한 실적이 있는 업체와 객차 제작 실적이 있는 업체가 공동계약방식으로 입찰한 경우’로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사는 전동차제작업체가 아닌 부품공급업체도 제한 없이 공동계약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업체의 요청을 수용해 평가항목을 조정했다. 해당 업체는 객차 제작 실적이 없었다.


그 결과 열악한 재무 상태로 단독입찰이 불가능한 로윈과 객차 납품실적이 없는 다윈시스가 공동 입찰에 참여해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감사원은 또한 로윈이 서울도시철공사에 납품했던 지하철 7호선 전동차 불량률은 다른 전동차에 비해 2014년 20배, 2014년 14배, 2010년 10배에 이르는 등 고장이 잦아 안전관리 측면에서 비판을 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조 모 차장 해임 건의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의 조 모 처장에 대해 공사에 해임을 요구했다. 또한 부하직원 2명에 대해 정직 처분을 요구했다.


조 모 처장은 당시 전동차 구매 업무를 총괄하면서 해당 업체에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로윈과 다원시스의 컨소시엄이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서울메트로에서 전동차 구매업무를 주관하는 조 모 차장과의 유착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 처장은 업체에 부탁해 자신의 처남이 해당 업체의 자회사 비상장주식 10만주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취득(5000만원)하도록 알선하기도 했으며, 조카의 취업을 청탁해 2015년 6월 해당 업체에 경력직 사원 채용에 경력 없이 입사시켰다.


감사원의 입찰과 관련한 비위사실을 공개하자 수주전에 참여하는 다원시스의 주가는 13일 12.84% 급락했다.


최근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2호선 노후전동차 214량에 대한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수주전 역시 현대로템과 다원시스의 2파전 양상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번 감사결과는 다음 주 개찰이 예정된 서울메트로 2호선 노후차량교체 2차 입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2차 입찰 물량은 214량, 2500억 원 규모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대어급 전동차 수주전으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난 수주전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일정부분 사실로 확인된 이상 이번 2차 노후전동차 입찰에서는 해당업체에 대한 조사를 명확히 진행해야 한다”며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지하철 전동차에 대한 의혹이 없도록 서울교통공사가 더욱 명확하게 이를 밝혀야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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