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레인지로버 판사'에 대한 감형 판결을 두고 후폭풍이 확대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앞서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6일 이른바 ‘레인지로버’ 판사에 대한 형량을 감형한 이후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더해 사법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수천 전 부장판사, 뇌물죄 혐의 ‘무죄’…“직무관련성 없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정운호(52)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레인지로버 차량 등 1억800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수천(58)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감형(징역 7년→징역 5년)을 결정했다.


서울고법은 김 전 부장판사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가운데, 이는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알선수재 혐의만을 적용한 결과다.


판결 쟁점은 김 전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에게서 금품을 건네받은 것이 그해 9월 선고한 ‘수딩젤’ 위조범들에 대한 처벌의 대가였는지 여부였다.


결과적으로 금품수수 당시 ‘수딩젤’ 사건을 맡을 개연성을 인정한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선 이를 뒤집었다. 직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1심에선 김 전 부장판사가 인천 지역에서 발생한 지적재산권 사건을 담당하는 유일한 판사였고, 항소심 판사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는 점, 금품 수수 시점과 가짜 위조사범이 구속기소된 시점이 맞물렸다는 점 등을 이유로 뇌물죄를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금품수수와 김 전 부장판사 직무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청탁이 당시 직접 맡고 있는 사건에 대해, 금품수수 시점에 이뤄지지 않았다면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경실련, 법원 제 식구 감싸기 판결…사법개혁 필요성 강조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0일 성명을 내어 이번 김 전 부장판사에 대한 감형 판결을 두고 ‘사법개혁 필요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 측은 “뇌물죄의 직무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경향”이라며 “그간 뇌물죄 판례 경향을 무시하고, 이 같은 판결을 한 것은 결국 제 식구 감싸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사법개혁이 절실하다”면서 “국민들이 사법부의 판결을 받아들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사법부의 높은 윤리성으로, 사법개혁을 통해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기득권 보호가 아닌 정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법원으로 거듭나는 것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사법부가 바로 설 수 있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따른 ‘사법부 파동’ 위기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사법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특히 전국법관회의가 공식적으로 상설화됨에 따라 개혁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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