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빨간색…元→회색…申→무색

▲ 지난 19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 2층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양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원유철 의원.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보수진영에선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먼저 오는 26일 전대를 치르는 바른정당은 이혜훈·하태경·정운천·김영우 의원(기호순) 등 4파전이 형성됐으며, 내달 3일 전당대회가 예정된 자유한국당은 신상진·홍준표·원유철 등 3명이 당 대표 경쟁에 뛰어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 그리고 정권교체까지 이어지면서 입지가 좁아진 보수정당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재정비함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기 위해 새로운 지도부 선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막말 논란을 일으키며 이슈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출전으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제1야당 당권주자 3인 3색(三人三色)에 대해 살펴봤다.


보수진영…전당대회에 총력


양날의 검…洪의 거친 입담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는 전당대회(이하 전대) 일정이 한창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각각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병국 대표가 자진 사퇴를 선언한 뒤 지금껏 정우택·주호영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겸해왔다.


보수야당들은 그동안의 권한대행 체제를 끝내고 당 분위기 쇄신과 재정비,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를 이끌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해 전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오는 26일 전대를 치르는 바른정당은 이혜훈·하태경·정운천·지상욱·김영우 의원(기호순) 등 5명의 인사가 당권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안타깝게도 지상욱 의원은 지난 20일 “가족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곁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바른정당 대표 선출을 위한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중도 사퇴했다.


이에 따라 당 대표 1명과 최고위원 3명 등 총 4명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바른정당 지도부에는 출전한 인사 모두 입성하게 됐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의 시선은 내달 3일 개최되는 자유한국당 전대로 쏠리게 됐다.


한국당은 지난 19일 제주 타운홀 미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당권경쟁에 돌입했다. 21일에는 호남권, 22일 강원도에서 타운홀 미팅을 실시하고 25일 부산·울산·경남, 26일 충청권, 28일 대구·경북, 29일 수도권 순으로 합동연설회를 실시한다.


30일에는 전당대회 대의원과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모바일 투표를 실시한다. 전대 전날인 내달 2일에는 모바일 투표를 하지 않은 전대 대의원과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전국 시군구에서 동시에 전자투표를 실시한다. 전자투표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전국 시군구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전대 당일인 3일에는 기존처럼 따로 체육관을 빌려 현장 투표를 하지 않고 개표 결과만 발표한다.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전대 당일 오전부터 민생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며, 봉사활동 현장에서 당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개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개표 결과로 당락 여부가 결정되면 당선자들은 서울로 상경해 수락연설 등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직설과 막말 넘나드는 洪


친박계가 대거 출전한 최고위원 경쟁보다 당 대표의 권한이 강화된 단일지도 체제 하에서 누가 제1야당의 수장이 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당 대표 경쟁은 신상진 의원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원유철 전 원내대표 등 3파전으로 치러진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로는 홍 전 지사가 꼽힌다. 홍 전 지사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거침없고 속 시원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구·경북 등 영남권과 50~60대 이상 전통적 보수층을 결집시켜 국민의당 안철수 전 후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홍 전 지사에 대해 ‘왕따’ 또는 ‘독고다이(단독)’라는 엇갈린 시각도 있지만, 이슈를 만들어내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이슈를 만들어 내는 주재료는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입담이다. 직설을 날리는데 주저함이 없기 때문에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이러한 성향 탓에 홍 전 지사를 색깔에 비유하자면 빨간색에 비유된다. 홍 전 지사 또한 자신의 성인 ‘洪(홍)’이 ‘紅(붉을 홍)과 음이 같아 빨간색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홍 전 지사의 넥타이 색깔은 대부분 붉은 색 계열이다.


그러나 홍 전 지사의 거침없는 직설은 도가 지나쳐 막말 논란을 일으키곤 한다. 대선 과정에서도 ‘돼지발정제’, ‘영감탱이’, ‘나이롱맨’, ‘삼성세탁기’,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 등으로 막말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이 때문에 20~40대 젊은 보수층과 중도층에게 반감을 불러왔고, 대선 결과 2040 세대에서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18일에도 거침없는 직설로 사고(?)를 쳤다. 홍 전 지사는 이날 전대 출마선언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에)신문을 갖다 바치고,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를 구속시키고 해서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 자리”라며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홍 전 지사의 이 같은 발언에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공개적으로 거론한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발언의 공식 철회와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언론과의 관계가 좋아야 하는데, 다툼이 일어날 수 있어서 걱정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홍 전 지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당대표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재선 의원모임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5선 중진 원유철…‘간신’ 오명


색깔 없는 신상진‥‘계파 타파’


홍준표에 밀리지 않는 원유철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2040 젊은 세대에 어필해야 하고, 홍준표의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며 홍 전 지사에게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이는 ‘홍준표 대항마’로 부상하려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로 비춰진다.


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열린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홍 전 지사에게 “대선후보였던 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전 후보들은 모두 전대에 출마하지 않는다”면서 “홍 후보는 최근 (당 대표)할 사람이 없어서 전대에 나간다고 했는데, 한국당의 미래를 위해서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직격했다.


이에 홍 전 지사가 “원 후보가 이 당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가지치고,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내가 중도 사퇴하겠다”고 맞받아치자, 원 전 원내대표는 곧바로 “지금 사퇴하라”고 응수했다.


이와 같이 홍 전 지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원 전 원내대표는 5선 중진으로 국회의원 선수(選數)만 놓고 보면 홍 전 지사에게 밀리지 않는다.


원 전 원내대표는 경기 평택 출신으로 고려대 철학과·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91년 만 28세 최연소의 나이로 경기도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996년 경기 평택에서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렀음에도 당선되는 저력을 발휘했고, 제15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17대 총선 낙선을 제외하면 15·16·18·19·20대 총선에서 잇달아 당선되면서, 5선 중진으로 거듭났다. 3선 때인 지난 2010년 6월부터 2012년 4월까지는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에서 남경필 후보에 맞선 후보자들 간의 단일화 과정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시기도 했지만, 이듬해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고심하다 자신보다 선수가 낮은 3선의 유승민 의원의 러닝메이트(정책위의장)로 나서 승리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원 전 원내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는데 큰 문제나 이견이 없어 보인다.


▲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원유철 당대표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재선 의원모임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회색으로 평가되는 이유


그러나 2015년 7월 국회법개정안 관련,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찍혀 사퇴하자, 원 전 원내대표는 친박 최고위원들의 합의 추대로 원내대표직을 꿰찬다.


이후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을 ‘신박(新朴-새로운 친박)’이라 불러달라고 목소를 높였다.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보수정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 의해 쫓겨나자, 원유철 의원이 주제넘게 원내대표가 되겠다며 좋아했다”면서 “원내대표가 된 후에는 당시 청와대 모 수석의 하수인이 되가지고는 그들(친박)의 로봇처럼 행동하고 말한다고 느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간신이란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4·13 총선 직후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면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될 당시, 정두언 전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원 전 원내대표를 이렇게 평가 했다.


“권력을 위해서 가장 입 안의 혀처럼 군사람이다. 도대체 이렇게 까지 뻔뻔할 수 있느냐, 쓴 웃음이 나온다. 한 번 간신은 영원한 간신”이라고.


앞서 언급했던 보수정당 관계자는 원 전 원내대표를 굳이 색에 비유하자면 회색이라 주장했다. 이는 이념이나 정치적 노선 등이 뚜렷하기보다는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지적이다.


홍 전 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세대가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데 대해 “한국당은 정의와 형평을 상실한 이익집단이었기 때문”이라며 “친박당이 몰락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친박당이)이념으로 뭉쳐진 집단도 아니고 이익으로 모여진 집단이다 보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도 부끄럼 없이, 서슴없이 해 왔다”며 일침을 가했다.


자기 색깔도 없지만, 계파도 없는 신상진


선수라면 신상진 의원도 만만치 않다. 신 의원도 4선 중진으로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홍 전 지사가 빨간색, 원 전 원내대표가 회색이라면 신 의원은 무색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홍 전 지사나 원 전 원내대표에 비해 인지도도 낮고, 4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원내 현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취할 건 취하며, 또 협치 할 것은 협치하거나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등 여야 협상은 원내지도부가 일임하고 있다.


뚜렷하게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정치적 경력이 만만치 않은 신 의원이 원내지도부 사령탑을 맡을 수는 있겠으나, 당의 간판으로서 정부여당과 여론전을 펼치며 줄다리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온 몸으로 비난의 화살도 맞아야하는 당 대표가 되기엔 다소 ‘대가 약하다’란 평가다.


그러나 자기 색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은 무색인 만큼, 계파색이 옅다는 게 신 의원의 장점으로 꼽힌다.


신 의원은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자신은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무(無)계파’임을 강조하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첫째로 계파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신 의원은 “그래야 공천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면서 “과거의 기득권 정당 이미지를 없애고 진보적 가치 중에 중요한 건 받아들여 당의 일방통행식 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참패에 대해 사과하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 의원은 지난 20일 초·재선 의원 초청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 모두 발언을 통해서도 “한국당의 제일 큰 문제는 계파분열”이라며 계파 타파를 주장했다.


이어 “계파가 분열돼 공천에 사심이 들어가 싸움이 생긴다”며 “갈 떼까지 간 막장 드라마가 작년 총선의 모습인데, 총선이 끝나고 나서도 반성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는 계파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계파 없이 정당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감히 저라고 말한다”며 거듭 계파 청산을 강조했다.


▲ 지난 19일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주시 퍼시픽호텔 2층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자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홍 전 지사와 원 전 원내대표, 신 의원 등 3인은 각자의 색깔을 뽐내며 7·3 전대를 향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7·3 전대 여정의 끝을 쉽사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누가 당 대표가 됐든 간에 기존의 구태·기득권 정치로 대변되던 한국당과는 안녕을 고하고, 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했던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버금가는 강력한 쇄신책으로 무너진 보수를 재건했으면 하는 게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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