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내달 1일 건강보장 40주년이란 경사를 앞둔 시점에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장기간 지속된 ‘업무영역 중복’ 문제를 두고 또 다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 “심평원, 건강보험법상 존립근거 상실”


업무범위를 둘러싼 양 기관 간 갈등은 먼저 건보공단 노조 측이 심평원의 역할을 비판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앞서 건보공단 노조는 지난 13일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법상 각 기관의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돼야’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심평원을 맹공격했다.


건보공단 노조 측은 ▲불합리와 편법으로 점철된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정체성 ▲심평원의 유사 보험자 역할로 건강보험법상 양 기관의 존립근거와 논거상실 ▲민간재벌 자동차보험사들의 이익 극대화 ▲개인정보보호법 파괴 ▲의료계를 향한 무한 갑질 ▲건강보험료 부담 가중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심평원의 역할 등을 주장의 논거로 제시했다.


특히 건보공단 노조는 심평원 측이 수년 전부터 위탁·운영 중인 자동차보험 심사 문제에 집중했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노조는 "심평원의 민간 자동차보험 심사는 공적 국민건강보험의 기능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면서 ”특히 심평원은 건보공단에서 지급 중인 매년 4000억 원에 달하는 건강보험재정으로 구축된 인프라로 민간 자동차보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평원 측이 자동차보험 환자들을 건강보험환자로 전환, 자동차보험 보장률의 하향조정을 통해 결국 자동차보험사로부터 나와야 할 자동차보험금을 건강보험재정 부담으로 떠넘겼다는 것이다.


이 같은 건보공단 노조의 지적에 심평원 노조 측은 ‘터무니없는 사실 왜곡’과 ‘국민 호도’란 표현을 사용, 강한 어조로 일축했다.


그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던 심평원 노조 측이 크게 반발한 것은 건보공단 노조가 ‘심평원의 유사(類似) 보험자 역할로 건강보험법상 양 기관의 존립근거와 논거가 상실됐다’고 주장, 심평원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심평원 노조 측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어 “(건보공단 노조가) 구태적 헐뜯기로 일관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여긴다”며 “건보공단 노조는 터무니없는 사실왜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심평원 노조는 건보공단 노조 측이 제시한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한 심평원이 자신들의 영역 밖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과연 건보공단 노조가 국민건강보험법을 제대로 알고 하는 주장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며 반발했다.


심평원 노조, “법 제대로 알고 하는 주장? 의심스러워”


심평원 노조는 국민건강보험법 제63조(업무 등)에 규정된 요양급여비용 심사 및 적정성 평가업무와 현지조사, 요양급여기준 제정, 약가관리, 조사연구 등의 업무를 정당한 범위 내에서 관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심평원 노조는 “이 같은 건보공단 노조의 주장은 심평원 직원에 대한 모독이며 명예훼손”이라며, “국민 혼란과 건강보험 불신을 부추기는 여론몰이를 중단하고 국민을 위한 공기관으로 성숙하고 건설적인 고유의 업무에 임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심평원 노조는 이번 논란의 불씨로 작용한 ‘자동차보험 심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반박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노조는 "건보공단 노조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되레 심평원은 자동차보험 심사를 통해 국민건강과 공적보험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평원 노조는 자동차보험 심사의 경우 민간보험의 성격 외에도 교통사고 피해자의 보호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에서 볼 때 의무(책임)가입 등 사회보장적 공보험 성격을 갖고 있단 점을 강조했다.


또한 비용 문제에 대해선 위탁계약에 따라 위탁자(보험회사·공제조합)로부터 제반비용을 건네받고 있으며, 건보공단 노조 측이 주장한 ‘건강보험재정으로의 부담 전가’와는 전혀 무관한 특별회계로 관리·운영되고 있단 입장이다.


아울러 심평원 노조는 자동차보험 업무 효율화를 위한 ‘차세대심사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며, 재원 역시 건강보험 재정과는 무관한 보험사나 공제조합으로부터 확보한 심사수수료란 점도 명확히 했다.


한편, 지난 2000년 건강보험 통합 이후 17년 간 건보공단과 심평원으로 분리·운영돼왔으나 애매한 업무경계 탓에 두 기관 간 그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건보 40주년을 앞두고 또 다시 해묵은 갈등이 불거진 모양새다.

[사진=각 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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