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 파산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강제 혼인신고, 여성비하적 발언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상대방 동의 없이 도장을 위조해 일방적으로 혼인 신고를 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과 관련해, 안경환 후보자는 16일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그 일은 전적인 저의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이날 서울 서초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이기심에 눈이 멀어 사랑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실로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이와 같이 밝혔다.


안 후보자는 이어 “70년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큰 잘못은 저의 20대 중반, 청년 시절에 저질렀던 일”이라며 “정식적으로, 육체적으로 스스로를 치료하면서 제 생애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사실은 제 아내도 알고 있다”며 “젊은 시절의 잘못으로 평생 반성하고 사죄해야 마땅함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자 TV조선 단독 보도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지난 1975년 친지의 소개로 만난 5살 연하의 김모 씨와 첫 결혼을 했는데, 결혼 과정에서 안 후보자가 김 씨의 동의 없이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듬해 김 씨는 서울가정법원에 혼인무효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혼인신고를 일방적으로 마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당사자 사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어 무효임이 명백하다”며 혼인무효 판결을 내렸다.


영향력 행사해 퇴학 위기 아들 구제 의혹…“영향력 행사한 적 결코 없다”


아울러 안 후보자는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퇴학 위기의 아들을 구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안 후보자는 “저의 아들은 재학하던 학교의 남녀학생을 엄격하게 분리시키는 학칙을 위반했다”며 “그리고 학내 절차를 거쳐 중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제가 (학내)절차에 개입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결코 없다”고 항변했다.


안 후보자는 이어 “다만, 학교 측에서 징계절차의 일환으로 학생의 반성문과 함께 부모의 탄원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왔기 때문에 부끄럽고 참담한 아비의 심경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절차에 따라 부모로서 청원의 말씀을 드린 것이었을 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원서에 ‘제 자식은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하더라도 상대방 (여)학생에 대해서는 최대한 선처를 바란다’고 썼다”며 “필요하다면 제출한 탄원서를 공개하겠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해서 고심 끝에 결정하셨을 텐데 큰 누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16일자 <중앙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안 후보자의 아들은 2014년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으로 재학할 당시 같은 학년 여학생을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불러들인 사실이 적발돼 선도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안 후보자가 아들 학교의 학부모회 임원이었던 아내를 통해 교장에게 편지를 보낸 직후 교장이 재심을 요청해 선도위가 재소집 됐으며, 재심 후 안 후보자의 아들은 퇴학에서 ‘개학 후 2주 특별교육 이수(추가로 1주 자숙기간 권고)’로 징계수위가 낮아졌다.


여성 비하 논란…“남성들에게 성찰과 반성 계기 제공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안 후보자는 자신이 쓴 책에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성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 후보자는 “저는 평생 수많은 글을 써왔다”며 “다시 되돌아 봐도 부족한 글이지만 책과 글의 전체 맥락을 유념하여 읽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자는 이어 “다만 어떤 글에서도 여성을 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으며 저 역시 한 사람의 남성으로서 남성의 본질과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같은 남성들에게 성찰과 반성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 자신의 잘못에 더하여 자식문제까지 말씀 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며 “국민 여러분과 저를 아껴주시고 기대를 걸어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칠십 평생을 학자로서, 글쓴이로서 살아왔는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여망인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며 “청문회에서 제 칠십 평생을 총체적으로 평가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야권 “문빠들도 비토할 만큼 역대 최악의 법무장관 후보자”


이처럼 안 후보자는 자신과 아들에 대한 의혹과 논란에 대해 구구절절 해명했지만, 안 후보자를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은 절대 곱지 않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의당과 문빠들도 비토(거부)할 만큼 역대 최악의 법무장관 후보자”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도 이날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무부 장관이 도장을 위조하면 되겠느냐”며 “자유적, 낭만적 사고를 하는 분인데 법무부 장관 후보보다는 저술활동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겠냐”며 인준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또한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도장 위조해 강제 혼인 신고한 행위를 사생활이라고 핑계 댄다”며 “엄연한 범죄행위를 말이다. 부부간의 폭력도 사생활이니 간섭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전근대적 마인드”라며 법무장관이 아니라 무법장관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