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에 밀리고, 국민의당에 밀려…유승민 사당화 우려↑

▲ 바른정당 당 대표로 출마 선언한 김영우(왼쪽부터), 지상욱, 정운천, 하태경, 이혜훈 의원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판결을 내린 다음날이었던 지난 3월 10일, 바른정당 초대 당 대표였던 정병국 전 대표는 “초대 당 대표의 소임을 다한 듯하다”면서 “당세 확장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백의종군하려 한다”며 당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바른정당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겸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6일 당원 대표자회의(전당대회)를 열고 당을 재정비하고 전열을 가다듬을 당 지도부를 선출한다.


당권경쟁은 이미 막이 오른 상태다. 김영우·이혜훈·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이 출마를 공식선언하면서 5자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바른정당 당권경쟁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그만큼 바른정당의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캐스팅보트 역할에서는 국민의당, 보수진영에서는 자유한국당에 밀려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바른정당 전대에 대해 진단해 봤다.


긴장감 없는 전대…흥행 실패 전망


당권경쟁…김영우 VS 이혜훈 양강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비박계 의원들로 구성된 바른정당.


5·9 대선 전만 하더라도 32명의 국회의원이 포진하고 있었던 바른정당은 대선 과정에서 유승민계와 비유승민계의 충돌로, 비유승민계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함에 따라 창당 100일 만에 20석으로 쪼그라들었다.


간신히 국회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바른정당은 오는 26일 당원 대표자회의(이하 전당대회)를 열어 당을 재정비하고 전열을 가다듬을 당 지도부를 선출한다.


김영우·이혜훈·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 5명이 전대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5자 구도가 형성됐다.


이들 5명의 후보들은 오는 17일 호남권을 시작으로 21일 충청권, 22일 대구·경북, 23일 부산·울산·경남, 24일 수도권 등을 순회하며 총 5차례에 걸친 권역별 토론회에 실시한다.


토론회는 대선 경선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리 준비된 원고 없이 스탠딩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되며,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킨다는 게 바른정당의 구상이다.


토론회 실시 직후 해당 권역별 당원선거인단 투표결과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26일 당 지도부를 최종 확정한다.


후끈했던 7·14 전당대회의 추억


바른정당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득표순에 따라 선출하는 집단지도 체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당 대표, 2~4위의 득표자 3명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결국 출마자 5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당 지도부에 입성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권 경쟁을 둘러싼 치열한 정책토론과 비전 및 어젠다 제시, 공약 검증 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전대 열기가 고조될수록 흑색선전이 난무하기 마련인데, 이런 네거티브전도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무작정 상대방을 비방하기 위한 흑색선전을 삼가야 하지만, 네거티브전은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전대 열기를 달아오르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최근 3년 동안 가장 치열했던 전당대회를 꼽자면 2014년 새누리당 시절 김무성 전 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경쟁했던 7·14 전당대회를 꼽을 수 있다.


당시 김무성 후보는 비박계 대표로, 서청원 후보는 친박계 대표로 출마하면서 친박과 비박의 사활을 건 한판 승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김 후보와 서 후보는 비전과 어젠다, 공약 대결은 물론 흑색선전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로 인해 전대는 과열 양상을 띠었지만, 양측 모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흥행 면에서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 지난 2014년 7월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3차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김무성(오른쪽) 의원과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서청원 의원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당 간판 빠진 전대…기대감↓


김 후보와 서 후보는 당시 5선 이상의 중진으로 당내에서의 존재감과 무게감, 인지도, 정치력 등 둘 중 어느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현재 바른정당 전대 출마를 선언한 5명의 후보자는 인지도나 정치력,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은 초·재선 의원이고, 그나마 김영우·이혜훈 의원이 3선 국회의원이다.


속된 말로 정치권에서는 ‘선수(選數)가 깡패’라는 말이 있다. 초·재선 의원들은 지역구에 생색낼 수 있는 지역구 예산 확보 등에서 중진에 밀려 성과를 내기 어렵고, 의원총회 등에서는 발언권을 얻기도 힘들며, 의사 결정에 있어서는 자신의 소신을 택하기보다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초·재선 시절을 겪고 나면 중진으로 거듭난다. 정치권에서 중진으로 치는 기준은 3선이고, 3선 정도는 돼야 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상임위원장직을 꿰찰 수 있다.


즉, 정치권에서의 선수는 무시 못 할 경력이면서도 당 내외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준으로 평가된다는 것.


현실적인 상황이 이러한데, 원내 4당에 불과한 바른정당 지도부가 대부분 초·재선 의원들로 채워질 가능성에 큼에 따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정부여당과 다른 정당과의 협치도 중요하지만 필요에 따라선 강경한 대여(對與) 투쟁도 불사해야 하는데, 대부분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바른정당 당 지도부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정치력과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당의 간판이자 정치력과 존재감, 무게감이 큰 김무성 고문 및 유승민 의원의 전대 불출마가 아쉬움으로 남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옛 친이계와 친박계의 당권 경쟁


다만,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 있는 바른정당이기에 식상한 인물들보다 젊은 층에 호감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얼굴들을 대거 포진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당 대표 경쟁은 3선 중진 의원이면서도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김영우 의원과 이혜훈 의원 간의 양강 구도로 전개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영우 의원의 경우 국회 국방위원장으로 문재인 정부의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안보에 있어 강점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한 때 친이계로 분류됐으나, 지금 현재는 계파색이 옅고 무난하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전대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 의원은 당의 결속과 화합, 보수 통합을 이끌겠다고 주장했다.


양강 구도의 또 다른 축인 이혜훈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같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으로 경제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유 의원과 함께 한 때 친박계로 분류됐으나, 유 의원이 박 전 대통령과 멀어졌듯 이 의원도 박 전 대통령과 멀어지면서 현재는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유 의원이 주장했던 것처럼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을 주창하며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돼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 전까지 민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 지난 2013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친유계 당권 장악? ‘그들만의 리그’


당 존폐 여부…차기 지도부의 과제


유승민계 당권 장악?…또 다시 당 분열 우려


이와 같이 당 대표 경쟁은 한 때 친이계로 꼽혔으나 현재는 계파색이 옅은 김 의원과 한 때 친박계로 분류됐다가 지금은 유승민계로 꼽히는 이 의원의 양강 구도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전대 출마 후보자인 지상욱 의원도 대표적 유승민계 인사로 알려져 있다.


1명의 당 대표와 3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대에서 이혜훈 의원과 지상욱 의원이 당 지도부로 선출되면 당내에서 유승민계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바른정당이 ‘유승민 사당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유승민계가 대거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상황에서 유승민계인 이혜훈 의원과 지상욱 의원이 전대에 출마했다”면서 “이들이 당 지도부로 선출되면 바른정당은 유승민당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각에서는)유승민 의원이 내년에 (지방선거에)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도 나도는데, 유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유승민계가 당권경쟁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며 “확대해석 일수도 있겠으나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장악하면 당내 화합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렇게 되면 당이 깨질 수 있고, 당이 깨지면 일부는 패잔병 신세로 한국당으로 복당하고, 바른정당은 유승민계만 존재하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이를 노리고 유승민계의 선출을 위해 역선택을 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은 바른정당의 ‘사분오열(四分五裂-이리저리 갈기갈기 찢어짐)’을 목적으로 한국당 지지자들이 바른정당 전당대회에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바른정당 전당대회 선거인단 반영 비율은 책임당원 선거인단 50%, 일반당원 선거인단 20%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30%나 반영한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당 화합과 결속을 위해,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에서 보수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 놓기 위해서라도 계파색이 옅은 인사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지난 4월 16일 유승민(오른쪽 두 번째)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보훈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앞두고 이혜훈(오른쪽) 의원, 지상욱(왼쪽) 의원과 포스터 제막을 하고 있다.

과제…내년 지방선거 유의미한 성적표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에 밀려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이 미미한 상황이다.


청문회 정국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당 지도부는 부적격이라는 입장을 내놨으나, 이종구 정책위의장과 하태경 의원은 김 위원장에 대해 결정적 하자가 없으면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강 후보자가 여성으로 유리천정을 깬 것을 높이 사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는 반대표를 행사는 것이 당론이었으나 이탈표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같이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캐스팅보트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바정당이 속해 있는 보수진영에서는 일관되게 정부여당에 강경투쟁하고 있는 한국당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긴 하나, 존재감이나 정치권에 미치는 파급력 면에서는 바른정당보다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다.


다소 냉정하게 보자면 캐스팅보트 역할에서는 국민의당에 밀리고, 보수진영에선 한국당에 밀리는 바른정당이 일 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낼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비록 20석에 불과하지만 캐스팅보트로서의 존재감 부각, 2040세대 뿐 아니라 50~60대 이상의 전통적 보수층을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 차기 지도부에 안겨진 과제일 것이다.


▲ 지난 14일 바른정당 당 대표로 출마 선언한 김영우(왼쪽부터), 지상욱, 정운천, 하태경, 이혜훈 의원이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당(政黨) 존재의 이유


정당(政黨)은 공공 이익의 실현을 목표로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꾸린 것을 말한다.


정치에 대한 이념이나 정책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당의 존재 이유는 다소 정치 공학적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민주정치에 반드시 필요한 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 후보자를 내고 정책을 내놓아 국민이 정치에 참여토록 하는 것이다. 또 당선 뒤에는 책임정치를 하게 하는 것이다.


즉, 선거에서의 승리가 정당의 존재 이유라는 것.


한국당에 밀리고, 국민의당에도 밀리는 바른정당이 계속해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를 증명해야 내야 한다.


이를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 정부여당을 견제할 보수야당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바른정당이 존재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바른정당 차기 지도부에 안겨진, 당의 존폐 여부가 걸린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얘기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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