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문재인 정부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한 가운데 야권의 반발이 거세다. 다만 2018년도 지방선거에서의 입지를 고려한 각 당의 셈법 탓에 보수진영과 국민의당은 다소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의 긴급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이번 임명 강행을 협치 포기선언이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면서 “매우 유감스러움을 넘어 도저히 좌시할 수 없는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더 말할 필요도 없다”며 “협치의 실종”이라고 규정했다.


같은 보수진영인 바른정당의 오신환 대변인도 이날 구두 논평에서 “소통과 협치를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불통과 독재로 가겠다고 선언 한 것”이라며 “바른정당은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브레이크 없는 오만한 질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향후 국회일정과 관련해서도 상응하는 논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측은 김 후보자의 임명 강행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다소 수긍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임명을 강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유감”이라면서도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는 공직후보자 임명 강행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靑·與 VS 野 국정동력 줄다리기


보수진영측과 국민의당의 이같은 온도차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각자의 셈법 차이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은 ‘최순실-박근혜’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가장 큰 손실을 본 바 있다. 이와 대선참패 등에 대한 책임론을 극복하지 않으면 과거의 위상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인 것.


아울러 과거 새누리당 비박계 시절 탄핵정국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바른정당은 이에 대한 책임은 덜 할 지라도 ‘보수정당’이란 범주 안에 속해 있는 한 일정수준의 이미지 손실은 항상 안고 가야 하는 것이 숙제다. 또 지난 대선정국에서 비유승민계 의원들의 한국당으로의 역탈당으로 존립위기까지 거론 된 바 있다.


전체적인 ‘보수’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진보’정권을 향한 매서운 기세를 보여주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까지 충분한 응집력을 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대선에서 한국당에도 못 미치는 3위의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현 정권과 호남이라는 지지기반을 같이한다.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현 정권에 다소 날카로운 공세를 퍼붓다가도 결국 정부와 여권에 일부 협조하는 형태로 가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월 31일 취임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 기간 국민의당은 강경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다가도 같은달 29일 ‘대승적 인준 협조’방침을 표명하며 이 총리의 인준을 통과시킨 바 있다. 현 정권의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하는 호남의 민심을 배반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정부 측이 이러한 가운데 김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한 것은 야권에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이로서 그간 강조해온 ‘협치’의 명분을 잃게 된다. 이는 이후 정국에서도 지속적으로 야권의 공세에 노출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당장만 해도 추가경정예산, 정부조직법 개편 등에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에서 상당한 위기감이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과연 국정동력을 얻기 위한 승부수가 묘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향후 정국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